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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춘 선생 별세(別世)

이순락기자 0 2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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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재야청년사학자 도경당 류돈하 ~


나의 서재 한켠에는 묵점 기세춘 선생의 책들로만 채워진 공간이 있다. 묵점기선생은 현대에 이르러 성리학에 대한 심도깊은 연구를 함과 아울러 묵자와 묵가사상에 중점을 두어 국내최초로 묵자를 완역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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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세춘 선생 근영 ~


묵점 기선생은 28세에 4.19혁명에 참가하면서 평생을 민주주의 운동과 통일운동에 투신하였다. 또 한학자로서 성리학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시도하였다. 생업으로는 작은 기계공장을 운영했던 기술자이기도 하다.

 

기선생은 성리학개론에서 '영국에는 기사도가 있고 일본에는 무사도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무엇이 있는가? 바로 성리학이 있다'라는 논지를 역설했다. 진실로 타당한 명언이다.

 

묵점기선생은 행주기씨 덕성군파로 기진의 16대손이요, 고봉 기대승의 15대손이며 구한말 의병장 기삼연의 종손자이다. 대대로 성리학을 공부한 집안이라 할 수 있다. 대저 성리학이 무엇이관대 그토록 대대손손 시대의 불의에 맞서 저항하게 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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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세춘 선생 저서 ~

 

더욱이 선생의 선조 기고봉은 26세 연상인 문순공 퇴계 이황 선생과 더불어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사단칠정론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여 우리 사상사의 수준을 한층 높이는데에 기여하였다. 구시대의 낡은 잔재라는 비난을 받는 성리학이 아이러니하게도 임진왜란과 항일독립운동을 주도하였다는 것은 대단히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안동출신의 독립운동가이자 유학자인 석주 이상룡 선생은 의회민주주의와 지방자치제도를 주장하였다.

 

묵점 기선생은 현대에 이르러 옛시대의 도()를 펴서 재정립한 분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영남의 한낱 더벅머리 아이로 호남출신 기선생을 흠모한지는 불과 몇년되지 않는다. 진실로 만나뵈어 그 가르침을 따르고 싶은 분이었다. 그러나 단기4355(2022) 56일 향년 90세로 돌아가셨으니 이제 그럴 수 없는 것이 한스럽다. ! 슬프고 슬프다. 시대의 큰별이 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도경당 류돈하 쓰다.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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