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법시험존폐, 제도권의 총의가 요구된다
법무부가 2017년으로 예정된 사법시험(사시) 폐지를 2021년까지 4년 미루겠다는 발표에 따라 사시측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측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법무부는 “국민의 80% 이상이 로스쿨제도의 개선과 사시 존치(사시제도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를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즉 전화여론조사에서 ‘사시 2017년 폐지’에 12.6%가 동의한 반면, ‘사시존치’에는 85.4%가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치는 우리 국민 정서가 사시를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험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반면 로스쿨은 연간 수 천만 원의 비싼 학비 때문에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계층은 함부로 갈 엄두도 못 낸다는 현실로 ‘돈스쿨’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로스쿨을 폐지하고 과거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로스쿨 학생들은 법무부 발표에 항의하며 국회, 법무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가 하면 서울대 로스쿨을 비롯한 25개교 재학생 전원이 집단적으로 자퇴서를 제출했거나 할 계획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에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측에서도 수험생들은 삭발을 하며 로스쿨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1인 시위 등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들의 85%가 사법시험을 지지한다.”며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시존치를 주장하고 지지하는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법학교수협회 등은 경제적 약자의 법조계 진출 기회 제공 등을 이유로 사시존치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측은 “법무부는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즉각 철회하고, 법무부 장관은 전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법무부의 유예방안 발표에 논쟁이 격화되자 법무부는 다시 “사시 존치가 최종적인 의견은 아니다.”라고 번복해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른 바 갈지 자 행보이다. 정치권에서도 정답 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똑 같아 보인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 측에서 내년 4월 총선 이후에 이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자세로 이웃집 불구경하는 듯하여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시 폐지 유예를 둘러싸고 사시 측과 로스쿨 측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보고 있다.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과 또한 앞으로 법조인을 꿈꾸며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인 학부생들은 크게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17년 사시 폐지는 국회에서 2007년 여야 합의사항이며,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이 사시 존치를 희망하고 있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로스쿨 제도가 정착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현실 또한 감안하여 법무부와 국회 및 청와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시 존폐에 관한 정답을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무엇보다 학생들의 진로에 혼선을 주는 피해가 없기를 기대하고 있다.
2015.12.10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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