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지, 자주와 평화의 몸짓, 사드투쟁

이순락기자 0 6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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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영지(기고자) 성주 소성리 사드철회 주민대책위원 ~

~ 고작 33명이라니~


46일 토요아침 평화행동(토론정리)

 

해가 제법 길어져 6시라도 이미 환해진 토요일 아침 평화행동을 하러 소성리에 들어가는 길목엔 지천으로 화들짝 핀 벚꽃이 우리를 반긴다. 하얀 벚꽃 행렬과 야트막한 언덕에 수줍은 듯 쏘옥 고개를 내밀고 있는 연분홍 진달래가 어우러져 꽃 대궐이 된 진밭교 어귀를 바라보는 마음은 그럼에도 편치 않다. 오늘 평화지킴이들은 만나자 마자 전날 국회에서 비준된 방위비분담금을 주요 화두로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끝없이 얘기를 이어갔다.

 

올해 1389억원로 지난해보다 무려 8.9%나 인상된 방위비 분담금을 설마설마 했는데 국민의 대표라는 작자들이 일사천리로 표결 처리하고 통과시켜 국민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참석한 194명의 의원 중에서 139명이나 찬성했으며 22명이 기권한 반면 반대한 의원은 고작 33명에 불과했다.

(편집자 : 33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독립선언서 낭독에 참여한 숫자가 아닌가?!)

 

뻑하면 성조기와 이스라엘 기를 들고 나와 설쳐대는 맛이 간 수구세력들을 제외한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거부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당당하게 나라 곳간을 지켜주고 자주성을 견지하라고 뽑아 논 국민의 대리인이자 머슴인 국회의원들이 목에 핏대 한 번 안 세우고 통과시켜 준 행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139명이라는 찬성한 의원 숫자는 민주당 의원의 참여와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이른바 자한당과 민주당의 합작품이 아닌가 말이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종노릇을 해야 하지만 미국 눈치 보거나 미국 종노릇하기 바쁘고 저들의 호구가 되려고 저리 납작 엎드리는데 미국이 우리를 깔보고 인간 취급하지 않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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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겐 올해 10차 협상이 내년 협상의 발판이 될 것이고, 내년엔 3조원으로 엄청난 방위비분담금을 인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분노게이지 한껏 올라가는 소식이 벌써부터 솔솔 새어 나온다.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험프리 기지가 총 444만평으로 미군이 해외에 주둔한 기지 중에서 가장 넓은 땅이고, 그 기지 건설에 들어간 비용만 해도 28조라고 한다. 그것뿐만 아니다.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지난 5년간 사들인 무기가 21조라 하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우리 땅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 소속의 미군기지도 모두 87개라는 우울한 이야기나 '박근혜 사드, 문재인 사드'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친정부 진보학자의 실망스런 소식을 들으며, 문 정권에 기대할 게 없다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렵다는 씁쓸한 말도 이어졌다.

 

진밭교에 모여있는 우리는 참으로 다양한 색깔과 표정을 지닌 활동가들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있고, 교육현장에서 참교육을 실천하는 선생님도 함께 하는가 하면, 진정한 종교인의 의로운 모습을 몸으로 보여주는 원불교 교무님들도 계시다. 사드반대 투쟁하려고 직장을 그만 둔 지킴이도 눈에 띄고, 실천하면서 시를 쓰는 시인도 자리를 하고 있고, 아침잠이 유난히 많지만 그래도 사드를 뽑겠다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오는 나 같은 허약한 군상도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만은 분명하다. 폭력무기 사드를 머리맡에 두고 살 수 없다는, 전쟁군인들이 오고가는 군홧발 소리를 들으며 사느니 차라리 죽기를 택하겠다는 결기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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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민중인 우리들은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으로 안온한 삶을 빼앗긴지 오래 됐다. 해방이후 친일, 친미 부역자들에 의해 반동으로 덧칠된 분단조국의 아픔과 고통을 신음처럼 얘기했으며 정권이고 법이고 나발이고 간에 칼자루 쥔 놈은 늘상 자본가라서 힘없는 노동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한탄했다.

 

상대적인 진보성이 내재돼 있어 기대했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역설적이게도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노동자를 탄압하는 악법들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도 회자되었다. 자본가들이 던져주는 빵부스러기를 받아먹거나, 권력의 하수인이 되거나 정권의 말을 잘 듣는 개돼지 노릇을 하다가 민중이 심판하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선거라는 제도이지만 그 자체도 들러리 서는 역할에 불과해 선거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도 진정한 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누군가가 피력했다.

 

미국이 20년 전 소파조항에도 없는 방위비 분담금을 신설해 한국인들 돈 뺏어갈 수순을 밟을 때 '무노동 무임금'에 저항하는 치열한 상경투쟁을 하며 세상을 호령했지만, 지금은 기업의 판매노동자인 앵벌이로 살고 있어 헛헛해 하는 한 지킴이의 탄식이 절절하게 다가오면서 자본을 신처럼 떠받들고 국가보안법이 버티고 있는 이 사회에서 희망을 얘기하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공감했다.

 

새로운 공동체와 구조를 만들어가는 전략, 전술을 짜고 공부하고 사유하고 이기는 방법도 궁리해 보기로 하면서 사드와 미군을 몰아내기 위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섰다.

 

골프장이 있는 산꼭대기까지 터널을 이루며 흐드러지게 핀 벚꽃에 취해 우리들은 차를 타고 오르는 내내 기쁨의 함성을 질렀지만 날카로운 면도날 철조망이 둘러 처진 곳에서 멈춰야 했다.


소성리 주민들의 땅이고 우리 민족의 영토임에도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지금은 서슬 퍼런 냉기와 오만과 폭력이 자리한 그곳 진밭교. 순간 지킴이들 입에서 욕이 툭 튀어나왔다. "야잇~ 이 몹쓸 것들아, 당장 사드 갖고 너네 나라로 꺼져~!!!"


(*편집자 註 : 본문은 위 사진의 주인공 은영지 선생의 기고문 입니다)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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