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박사칼럼]위기의 구미! 구미시 공무원들 왜 이러나?

이순락기자 0 26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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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 구미회 부회장    


조선의 최고 인재들은 세종대왕을 성군(聖君)으로 만들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지도자를 말한다면 누구나 주저 없이 세종대왕이라 할 것이다. 사실 세종대왕은 조선시대 백성을 가장 사랑한 왕이었다. 그래서 세종은 백성을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만드는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 했던 왕이다. 세종이 이렇게 큰 업적을 남기게 된 것은 본인의 능력도 대단하였지만, 세종의 곁에는 조선시대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청백리 맹사성, 조선에서 좌의정을 가장 오래했다.


세종은 황희와 맹사성을 좌우에 두고 나라를 다스렸는데, 오늘 필자는 맹사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맹사성(孟思誠 1360~1438) 고려 공민왕 9년에 충남 온양에서 태어나 조선시대를 통틀어서 가장 오랜 기간 좌의정을 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정승에 오랫동안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업무 능력과 인품, 그리고 항상 청렴한 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세종은 맹사성을 항상 곁에 두고 정치를 하였다. 


맹사성이 어느 정도 청렴했는가 하면 그가 살고 있던 집에 비만 오면 지붕에서 물이 새어 방 한가운데에 물을 받는 물동이를 받쳐 놓았다고 한다. 세종 20년에 맹사성이 죽자 세종은 친히 맹사성의 집을 방문하여 크게 슬퍼하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젊은 맹사성, 지식만 믿고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이렇게 세종이 극진히 아꼈던 맹사성도 어렸을 때는 오만과 독선적이었다고 한다. 맹사성은 19세 어린나이로 장원급제를 하여 20세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은 하늘 높은 줄을 몰랐다. 맹사성은 어느 날 파주에서 유명한 무명 선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무명선사는 맹사성이 자기를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머리가 부딪치게 문틀을 고치게 한다. 


맹사성, 무명선사를 만나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배우다.


맹사성이 무명선사를 찾아가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무명 선사가 대답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하시면 됩니다. 


맹사성은 그런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을 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화를 냈다. 그리고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무명선사가 녹차나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맹사성은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무명선사는 찻물이 넘치도록 맹사성의 찻잔에 차를 따르는 것이었다. 맹사성은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게 한다고 소리쳤다.  

 

맹사성,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는 것을 배우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스님이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하고 스님이 맹사성에게 말했다.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을 느껴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는데 맹사성은 이마가 문틀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이때부터 맹사성은 크게 깨닫고 지식으로 오만과 독선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맹사성은 조선시대 최고 지위인 정승을 겸손과 청렴함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이러한 맹사성의 이야기는 “맹정승의 이야기”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공직자에게 최고의 적은 “오만과 독선”이다.


사실 조선시대를 보면 맹사성과 같은 청렴하고 겸손하게 높은 벼슬을 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백성에게 선정을 베풀기보다는 고혈을 짜는 벼슬아치들이 많았던 것은 부인 못할 사실이다. 젊은 날의 맹사성처럼 오만과 독선에 빠지기 쉬운 것이 오늘날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필자는 맹사성의 일화를 되돌아보면서 우리 구미시 공무원들도 맹사성과 같은 훌륭한 공직자의 자세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에서 일화를 소개하였다.


갈뫼루 현판의 글귀, 구미시민을 화나게 하다.


필자가 앞에서 맹사성의 이야기를 한 것은 지금 구미를 뜨겁게 달구는 “갈뫼루” 현판 때문이다. 갈뫼루는 신평동에 위치하며 낙동강과 금오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정자이다. 갈뫼루는 2016년 남유진 前시장 때 만들어진 것으로 문제는 현판에 적힌 내용 때문이다. 


갈뫼루 현판의 내용을 보면 “제가 시장으로서 은혜로운 행정을 베풀지 않는데도 시민이 사랑하고, 가혹한 행정을 쓰지 않는데도 시민이 두려워하여 모든 일이 닦아지고 황폐한 것을 다시 일으키게 되었다. 그래서 늘 시민들과 더불어 누에 올라 옛이야기를 하고 또 조망하면서 구미시민들의 輿頌(여송)을 이어보려고, 이에 記(기)를 짓노라.”라는 내용이다. 


구미시 공무원들은 그동안 긴장감과 절박함이 없었다.


문제는 “가혹한 행정을 쓰지 않는데도 시민이 두려워하여”부분이다. 현판의 내용을 읽는 사람이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거쳤다면 이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흥분할 것이다. 필자는 SNS에서 이것을 본 순간 ‘제왕이나 군주가 쓸 문장’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현판의 글은 남유진 前시장이 직접 쓰지 않았다고 한다. 관계부서 공무원들이 현판의 내용을 쓰고 제작하였다고는 것이다. 


그런데 글귀를 읽다보면 전임 구미시장을 제왕이나 왕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하겠다. 이것은 그동안 구미시 공무원들이 얼마나 관료적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고, 구미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구미시 공무원들은 긴장감과 절박함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구미시 모국장, 갈뫼루 현판의 글귀 옹호의 글을 SNS에 올리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구미시의 모 국장이 이 현판의 해석을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중용(中庸)과 시경(詩經)을 인용, 이 현판의 내용을 옹호하는 SNS 글이었다. 본인이 한학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인지 몰라도 아주 좋은 내용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6월 5일 오전에 열린 행정사무감사장에서 구미 신평동에 위치한 갈뫼루 현판 글귀를 놓고 구미 시의원들과 구미시 국장간 고성이 오가는 행태가 있어서 10분간 정회가 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한마디로 갈 길이 먼 구미시가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중용과 시경을 가지고 갈뫼루 현판을 해석하다.


구미시 모국장의 SNS 내용은 『중용(中庸)33장에 나오는 “군자불상이민근 불노이민위어부월(君子不賞而民勸  不怒而民威於鈇鉞 )라고 하였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군자라면 상을 주지 않아도 백성을 근면하게 할 수 있고, 성내지 않고서도 백성을 형벌보다 더 두려워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위의 현판 내용은 이 고사를 의역하였다고 추론해 봅니다. 


좀 더 자세히 인용을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詩曰, 商頌 烈祖篇(시경 상(殷)나라 시조 탕왕)에 읊기를, 「주격무언 시미유쟁」(나아가 상주하니 신명에 감통하고 말이 없으므로 그때에 아무도 다투지 않았으니)라고 했으니, 是故 君子(이러하므로 군자라면), 「不賞而民勸」 (상을 주며 칭찬하지 않아도 백성들이 스스로 부지런하고), 「不怒而民威於鈇鉞」 (화를 내지 않아도 백성들은 작두와 큰 도끼보다 더한 위풍에 경외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구미시 모국장의 SNS 내용이다.


그래서 모국장은 갈뫼루 현판의 내용은 중용33장의 내용을 의역하였다는 것이다. 기가 차고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의역을 하려면 제대로 할 것이지 “가혹한 행정을 쓰지 않는데도 시민이 두려워하여” 이런 문구를 쓴다는 것 자체가 구미시민들을 바보로 알거나 무시하는 글귀라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얼마나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적 사고에 물들었으면 이런 현판을 제작하겠는가? 


왜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은 SNS에 못 올리나?


필자는 아무리 보아도 중용과 시경을 의역하고 해석하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고 잘 못 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현판의 내용은 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본다. 그런데 구미가 경제적으로 위기 일 때 구미시 모국장은 SNS에 구미시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하는 내용의 글을 SNS에 한 번 이라도 올린 적이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구미시 공무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러한 내용의 SNS글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구미시 고위공무원들이 위기의 구미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에너지를 전임시장에 대한 용비어천가나 읊으며, 시민들과 SNS에서 갈등만 발생시키고 있는 상황이 구미시민의 한 사람으로 슬프다고 하겠다. 


구미시민은 공무원 위에, 구미시장 위에 있다.


현판의 글귀가 시민사회에서 문제가 되니 모국장이 SNS에 나타나 중용과 시경을 논하면서 해석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식으로, 마치 무지한 시민을 상대로 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마구 가르치고 있다. 전임시장에 대한 인간애와 충성심은 인정하겠지만, 시민들 누구나가 ‘틀렸다, 저건 아니다’고 하는데 혼자서 옳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구미시민은 공무원 위에, 구미시장 위에 있다. 시민이 공무원들 밑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구미! 얼마나 절박하고 위기인가? 공직자들은 사고와 행동을 전환하라!


결론적으로 구미시 모국장의 SNS의 내용은 화를 참고 살아가는 구미시민들의 화를 더 키웠다고 하겠다. 공직자들이  시민들의 눈과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라본다면 갈등과 오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혹여 일어난다고 해도 문제는 빨리 풀릴 수가 있다. 항상 공무원의 시각에서 시민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시각의 차이가 오는 것이다. 


구미시 공무원들 대부분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 구미가 얼마나 위기이고 절박한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살기 위해 머리를 맞대어 노력해야 할 판에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의를 일으킨데 대한 반성하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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