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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돈하 역사칼럼 ; 조선전기 선비의 천하관2 - 금남 최부 그리고 표해록

이순락기자 0 6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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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재야 청년사학자, 도경당 류돈하 ~


조선전기에 속하는 성종시대에 금남 최부(錦南 崔溥)라는 선비관료는 제주도에 종5품 경차관으로 파견되었다.

그러나 부친상을 당해 제주도에서 고향 나주로 돌아가다 그만 배가 풍랑을 만나 명나라의 절강성 영파부 해안에 표류하게 된다. 금남 최부는 자신을 따르는 관속들과 함께 명나라 남부 지방인 강남을 다니면서 해로(海路)·기후·산천·도로·관부(官府)·고적·풍속·민요,자신이 경험했던 일들 등을 기록하여 왕명으로 이를 저술하였다.


이 책이 바로 표해록이다.

표해록을 보면 최부의 언행을 살펴 볼 수 있는데 명나라의 관리들이나 지식인들을 대하는 것을 보면 전혀 어떠한 사대의식을 살펴볼수 없다.

오히려 당당하고 곧은 모습으로 자신의 의견과 의사를 쿨하게 표명하여 명나라 사람들이 되레 최부에게 존경의 예를 표하는 장면이 나온다.

예컨대 금남은 표류하자마자 명나라사람들로부터 왜구로 오인받아 여러차례 심문을 받았다.
오해가 풀리던 과정에서 명나라의 안찰어사 두사람이 금남에게 조선의 역사를 물어보며 느닷없이 대체 조선(고구려)에는 무슨 비결이 있어서 수.당의 대군을 물리칠 수 있었는가에 대해 질문하게 되었다.

금남은 스스럼없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모신과 맹장이 병사를 지휘하는 데 도리가 있었소. 병졸된 자들은 모두충성스러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소이다. 그 때문에 고구려는 작은 나라였으나, 충분히 중국의 백만대군을 두번이나 물리치게 되었소.
지금은 신라와 백제, 고구려가 삼한일통을 이루었으니 인물은 많고 국토는 광대해져 부국강병하오.
충직하고 슬기로운 인재는 수레에 싣거나 말로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소."

그러자 안찰어사 두사람은 관원을 시켜 쌀 한 쟁반, 두부 한 쟁반, 국수 한 쟁반을 보내주어 금남이 편안히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후 금남은 조선인에게는 금지구역이었던 강남을 눈에 담고는 북경으로 올라가 요동을 거쳐
조선에 무사히 당도할 수 있게 되었다.


금남은 요동을 지나면서 마치 조선후기의 연암 박지원과 같이 옛날 우리 고구려의 도읍지이자 발해의 땅이었음을 회상하며 역사의 향수를 토로하였다.

이처럼 조선전기의 선비 최부나 중기의 선비 학봉 등을 살펴보면 명에 대해서 일정한 비판의식을 가진 당당한 기상을 엿볼 수 있다.

선비들의 그러한 사고체계는 오늘날로 비유하자면 마치 청바지를 입고 코카콜라를 마신다고 해서 스스로를 미국사람이라 여기지 않은 것과 유사하다.


임진왜란 이후에 주자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절을 하고 소중화사상으로서 사대주의의 극치를 달리며 일당전제화를 이룬 특정집권세력 서인(노론)이 있었다.

이들은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 등거리 외교를 하며 실리를 추구한 광해군 정권을 향해 재조지은을 저버리고 조선을 오랑캐와 금수의 나라로 만들었다고 규정하였다.

 
이것을 포함해 대략 열가지 이유를 내세워 광해군을 폐위시켜 버렸다.
이것이 이른바 인조반정이다.

인조반정 이후 이들은 주자학으로 나라의 이념으로 삼아 자주와 독자성 그리고 다양성을 들먹였다간 바로 사문난적으로 몰아 멸문지화를 가했던 서슬퍼런 조선후기를 열었다.

그 가운데 주자일변도 체제로 나라를 소중화사상으로 바꾸며 그 기틀을 세워 굳히는데 공헌을 한 인물은 조선왕조실록에 3천번씩이나 거론되는 노론영수 우암 송시열이다.

일당전제화의 권력독점으로 새롭고 강하게 정비된 소중화론은 민족의 의식을 세뇌시켜 왔으며 조선을 강제 점령한 일본은 이를 적극 이용하였다.


존중화사대주의의 바탕 위에 식민사관을 수립하여 패배의식을 심어 준 것이다.


~ 도경당 류돈하 쓰다 ~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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