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돈하 칼럼, '퇴계이황의 권학문'
일찍이 故 상신 판중추부사 퇴계 이황은 하처불가독
하시 불가학(何處不可讀 何時不可學)이라 하였다.
어느 곳에서든 책을 읽고 어느 때이든 학문을 공부하란 뜻이다.
책을 읽는데 어찌 처한 곳(장소)이 중요하겠으며,
학문을 하는데 어찌 때가 있겠는가.
나는 퇴계이선생의 이 말씀을 보고 결심을 정하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난 2001년 경북과학대학 문화재관리학과 01학번으로 학업을 시작하였으나 어려움을 당한 연유로 중도에 그만 두어야 했다.
1학년 1학기만 다니고 마친 것이다.
사학과에 편입하여 학문을 하겠다는 그 꿈과 포부들을 잠시 접어야 했다.
그로부터 현재까지 20년이 지났다.
그 세월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고난과 역경이 자고 나면 눈앞에 있었고 기어이 격랑으로 내몰리기까지 하였다.
20년 세월은 내게 있어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이었다.
이제 방통대 문화교양학과에 원서를 접수하여 다시 학업을 시작하려 한다.
그 감회가 형언할 수 없이 벅차지만 역설하자면 또 담담하다.
01학번이 20년 끝에 다시 21학번을 달게 되었으니 비록늦어졌다고 할 수 있겠으나 어찌 학문에 때가 있겠는가.
학자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굳세고도 확고한 기상으로서 경(敬)을 다하여
공부하고자 한다.
넓게 배우되 예로써 단련하고 배움과 덕행을 양 팔과
양 날개처럼 한다면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나는 한낱 더벅머리 아이로 학자를 자처할 수 없는 처지이다.
그러나 숙독하고 깊이 생각하며 의문이 나는 것을 탐구한다면 분별력이 생겨나서 학인의 도리는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하회에서 밭갈던 더벅머리아이가 마침내 동네라도 놀라게 할 수 있을 식견을 가지도록 정진해야겠다.
학문의 맛을 흡족하게 알때까지 마음을 굳세게 잘 간직하여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지금이다.
01학번~21학번..
이번에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암 류돈하 쓰다)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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