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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돈하 역사칼럼, "경주 남애서사를 가다"

이순락기자 0 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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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재야청년사학자 도경당 류돈하 ~


"아재요 함 감씨더." 경주에 계신 집안 아재에게 수차례 얘기하다가 오늘에서야 경주를 다녀왔다. 집안 아재와 함께 주사암, 마당바위, 오봉산 일대를 산책하며 돌아보았다. 오봉산 주사암은 작은 암자이다. 산의 정상에 자리한 그 정경을 보자니 그 모습이 가히 요새중의 요새였다. 주사암은 원래 중대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원력으로 지었다고 하며 조선중기 임진왜란때 사명대사(사명당 유정)가 중창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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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애서사 ~


사명대사는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에 강렬하게 등장한다. 서애 류성룡이 영의정 겸 도체찰사로 의병의 창의를 위해 사방에 통문을 돌리자 사명대사가 있던 금강산 표훈사에까지 당도하였다. 사명대사는 이 통문을 불상에 놓고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 그리하여 승병 1천명을 조직하여 15931월 평양성을 탈환할때 큰 공을 세웠다. 징비록의 이 부분은 매우 비분강개한 장면으로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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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바위 ~


마당처럼 넓은 마당바위는 가히 천하의 절경이었다. 절벽이기도 하거니와 그 형세가 하회마을의 부용대에 견줄만큼 아찔하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두 팔을 벌리며 그 절경에 점점 도취되어갔다. 아재가 특별히 사진을 찍어주셨다.

 

우리는 주사암-마당바위-오봉산의 구역을 지나 금척고분으로 향하였다. 고분군에 이르니 고분의 크기가 장대하였다. 금척(金尺)이란 이름은 신라 초대왕 박혁거세 거서간이 사용하던 금자에서 연유된다. 이 금으로 된 자가 이 곳 어딘가에 묻혀 있다고 하는데 아재의 설명처럼 그 이야기 구조가 만파식적과 닮아 있다. 그러고보니 이 곳은 경주 건천인데 박혁거세의 후손들인 박씨가 집성촌을 이루어 많이 거주한다고 들었다. 내 아우 박실이의 시댁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재와 나는 금척고분에서 꽤 가까운 곳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아재가 관리하시는 남애서사를 방문하였다. 아재는 남애서사 중수기 1질을 건네주셨다. 남애서사는 갈암 이현일 선생의 증손자인 남애 이두원이 공부하며 기거하던 곳이다. 아재는 남애 선생의 외손이며 그 외조부가 바로 남애의 주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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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전 ~


남애서사가 있는 송선리는 남애의 후손들인 재령이씨 집성촌이다. 갈암 이현일이 누구던가. 영남학파의 종장으로서 외조부 경당 장흥효 선생으로부터 학봉김성일의 학통을 이어받았다. 특히 서애 류성룡과 우복 정경세 선생 이후 영남학파(퇴계학파)의 대표적인 대학자로 개혁적인 경세가이기도 하다.

 

갈암을 논하자면 그의 어머니 정부인 안동장씨 장계향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여중군자라는 칭호가 석계 이시명의 아내인 장씨부인을 잘 말해준다. 흔히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을 높이 기린다. 현모양처하면 신사임당을 떠올린다. 여중군자 장계향이라 하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 분이다. 병자호란 직후 흉년이 들어 극심한 기근을 겪을 때 도토리 죽으로 수백 명을 구휼한 일과 자신의 집 노비들을 가족처럼 대해주며 맛있는 음식으로 그 노고에 보답해 준 일은 여느 사대부 부인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 장계향 선생의 큰 업적으로는 146가지 요리의 조리법을 적은 최초의 한글요리서 '음식디미방'의 집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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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당바위에서 필자, 비상의 몸짓으로 ~


총명한 자질에 학문이 높았으며 살림을 경영하면서 아들들인 이휘일, 이현일 등과 같은 당대의 대학자를 길러낸 어머니 장계향은 그 인품이 가히 어머니다웠다. 신사임당과 더불어 누가 진정한 조선의 어머니인가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장계향 선생이 '조선의 어머니'라고 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이로운 나무는 계수나무라 한다. 사람의 병을 고쳐주는 약이 되기 때문이다. 계수나무의 향 즉 계향이 장씨부인의 이름인 것은 그 아버지 경당 장흥효 선생이 자신의 맏딸이 세상사람들에게 널리 이로운 향기를 베풀라는 뜻에서 지은 것이다. 석계와 갈암의 자손인 남애 이두원의 자취가 깃든 이 곳이 경주여행의 종착지였다.

(좋은 곳으로 안내해주시고 여러모로 베풀어주신 집안아재께 감사드립니다.)


도경당 류돈하 쓰다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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