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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속에 파묻혀 학대받는 한우의 신세

이순락기자 0 7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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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똥으로 범벅이 된 우리에서 학대받는 한우의 처량하고 불쌍한 모습 ~


우연찮게 지인의 안내로 '청정 무을'을 자랑하는 무을면 한적한 동네 뒷산 아래 한우 우사가 있는 한우농장을 방문했다. 오늘(2020.2.15 오후 1시30분경)따라 날씨마저도 우중충한 탓인가. 주인은 없고 강아지 몇마리만 열심히 밥값하느라 왈왈 짖어대는데 우리에 갇혀있는 한우떼를 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똥을 아마 2~3년 동안 단 한번도 쳐내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물컹한 소똥 무더기가 하수구 뻘밭 같았다.

우리들 방문객 다섯명 모두 "저건 동물 학대다!"고 한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한우들은 대략 스무마리 정도로 보였었다. 사진에 보이는 소와 동일한 모습으로 있었음은 물론이다.


아무리 말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저건 아니다는 생각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소들은 아마 이미 익숙하게 단련(?)이 됐는지는 모른다. 뱃가죽을 덮고 있는 갑옷같은 소똥들이 마르지 않은 축축한 상태로 보였으니...


본 기자는 어렸을 때 집에서 돼지를 몇마리 길렀다. 보통 돼지라고 하면 더러운 우리에서도 잘 견디는 짐승으로 착각(?)할런지 모르지만 경험자의 입장에서 돼지는 정말 청결한 환경을 좋아했다. 특히 여름날 돼지 우리를 청소하고 물로 목욕을 시켜주며 덩어리를 긁어주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자기가 배설한 똥을 마치 질급하듯이 피하며 도망치듯한 꼴을 보면 너무도 우습기도 했지만 그 때 느낀 것이 '아, 돼지도 깨끗한 것을 좋아하구나'였었다.


아버지가 애지중지 키우셨고, 나 역시 어릴 때 특히 여름 날이면 소를 몰고 동네 앞들의 큰 그랑 둑에 바를 쳐두고 물 속에서 덤부랑 거리며 놀았던 소에 대한 추억은 언제나 아련히 가지고 있다. 어두워질 무렵이면 소를 몰고 배불리려 풀이 많은 곳을 찾아 다니며 꼴을 먹이고, 큰 망태기에 풀을 한껏 베어 소를 몰고 집으로 갔었다. 그런 즈음 아버지는 누렁이 황소를 얼마나 사랑스러워 하셨는지 소 등을 빗질하며 툭툭 두드리면서 "이놈아 빨리 커거래이." 하셨던 모습이 영화의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한 아련한 추억에 젖어 있던 좋은 기억이 저 똥밭 우리에 갇혀 지내는 한우를 보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더럽고 추한 환경으로 인해 얻게될 가축 질병의 문제는 고사하고 저런 학대를 하면서 왜, 어떻게 짐승을 키울 수 있단 말인가.


선산쪽에서 해평으로 가는 구 도로 속칭 아우토반 길을 달리다 보면 차 창을 닫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역겨운 악취가 진동을 하여 구역질이 날 정도이다. 그 일대는 대형 한우축사가 즐비하게 있는 지역이다. 저 많은 한우 축사에서 과연 가축 분뇨 처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하는 막연한 의구심이 떠오르는 것은 낙동강을 끼고 있는 데서 그러한 의구심은 더욱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는 탓으로 농민들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위정자들과 행정 관료 나으리들께선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낙동강 지류의 샛강 강물을 꼬챙이로 휘저어 보면 검정색 내지 녹청색 한우 똥물 같은 것이 심한 악취와 함께 일어난다. 아마 낙동강물 오염의 원인 제공의 하나일 수도 있으리라. 심하면 여름에 속칭 녹차(조)라떼 라는 현상을 보여주곤 하는 ... 아마 낙동강 구미보 같은 경우 대대적인 파헤치는 청소도 필요할텐데 농민들이 보 수문 개방 마저도 목숨걸고(?) 반대하니 어느 환경론자의 표현을 빌면 '우리는 낙동강물이라기 보다는 똥물을 정수해서 마시는 격'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본 기자가 보았던 광경은 정말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거꾸로 말해서 만약 한우농장에서 키우는 대부분의 소들이 저런 경우와 같다면 그 누가 한우를 맛있다고 사먹을 수 있겠는가. 이 기사를 읽는 한우 농가가 있다면 이런 기회에 부디 우리에 갇힌 소들의 신세를 돌아보시고 청결한 상태로 키워주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바이다.


이순락 기자

E-mail : gbmnews@naver.com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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