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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참여 문학코너

선유도, 내 마음의 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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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

신선이 노닌다는 선유도, 그 섬의 백사장을 보고 곽재구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를 생각하고, 모래사장 위에 손가락으로 시를 썼다.

섬과

섬 사이로

새가 날아갔다

보라색의 햇살로 묶은

편지 한 통을 물고

섬이

섬에게 편지를 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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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유도 ~ 

 

40중반 무렵에 마음이 흔들렸다. 심히 흔들렸다. 젊은 시절의 꿈과 열정으로 시작했던 일들이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여지없이 깨어지고, 아이들은 자라고,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언제까지나 변치말자고 한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고, 혼자 낙오자가 된 것 같은 두려움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그 해 여름에 누군가 바다를 보러가자고 했다. 그는 오래전의 추억을 말하며 선유도를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선유도를 갔다.

군산여객선 터미널에서 표를 사고, 배를 탔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햇살에 몸을 맡기고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갈매기처럼 자유롭게 비행하는 동안 배가 선유도에 도착했다.


그 때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하얀 모래사장이 아니라 거대한 바위봉우리였다. 그 봉우리의 이름은 망주봉이라고 했다. 선유도에 유배된 한 선비가 이 바위산에 올라가서 한양 쪽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해서 망주봉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 혹은 천년도읍의 이상향을 건설할 왕을 기다리다가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망주봉은 내 마음에 계시처럼 들어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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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유도 ~
  

 

우리는 민박집에 짐을 풀고, 민박집 주인이 주는 호미와 맛소금을 들고 맛조개를 잡으러 갔다. 갯벌에 구멍이 있는 곳을 찾아 맛소금을 뿌리면 어느 순간 맛조개가 쏙 올라온다. 다시 구명으로 들어가기 전에 얼른 손으로 조개를 잡아서 뽑아 올려야한다. 맛소금을 뿌리면 올라오는 맛조개, 쏙쏙 뽑아 올리면서 잡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었던지, 그냥 갯벌에 주저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 웃고 떠들면서 맛조개를 잡았다.

   

석양 무렵 바닷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본 서해의 낙조는 <지는 해가 더 아름답다>라는 말을 실감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잡은 맛조개까지 넣어서 끓인 매운탕을 먹으면서 밤이 깊도록 이야기 하던 모든 시간들 속에서도 내 마음과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은 망주봉이었다. 수많은 풍상속에서도 어엿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망주봉은 수많은 삶의 부침 속에서 흔들리는 내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잡아줄 굳건한 반석을 생각하게 했다.


살고 일하는 것이 흔들림의 연속인데, 그 때마다 선유도의 망주봉 처럼 내 마음의 반석이신 주님을 바라보고, 그의 나라와 그의 뜻이 임할 때까지,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리라 다짐해본다. 계시처럼 찾아오는 뜻 깊은 만남을 기대하는 여행, 혹은 여름휴가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지 않는가!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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