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식 목사 에세이 "암수술 경험"
암이 발견되었을 때에 주변에서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했고 빨리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암은 전이가 무섭기 때문에 빨리 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나는 수술을 받았고 후유증을 가지고 있지만 건강이 좋아졌다. 암이 발견되고 나서 나는 치료와 수술을 바로 받지 않았다. 빨리 수술 받으라는 주변의 권유가 있었지만 내 나름대로는 버틴 것이다. 버틴 이유가 여러 가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살려고 애쓰는 내 모습이 싫었기 때문이다.
나는 목사로서 교인들에게 죽음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설교했다. 죽음 앞에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한 것이 우리의 믿음이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암에 걸렸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생명은 하나님의 것이니 살려고 해도 죽을 목숨은 죽고, 살 목숨은 하나님이 살려주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버텼다. 가급적 좋은 음식 먹고, 운동도 하고 좋은 생각을 하면서 1년 반을 지냈다. 좀 미련해 보이지만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다행히 아내가 이해하고 동조해 주니 힘이 되었다.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핏덩이가 쏟아지는 하혈이 2번이나 있었지만 가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에는 통증이 심해지면서 병원에 갔고 수술을 받게 되었다. 아마 통증이 심해지지 않았다면 그냥 지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썩 잘 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조금 더 일찍 수술을 받았다면 후유증이 덜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1년 반을 그냥 지낸 것이 후회스럽지는 않다. 죽음과 맞섰다는 개인적 경험이 생겼기 때문이다.
매일 가까운 산에 올라갔는데, 걸으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죽음을 생각하면 다시 사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삶에 대해서 더 생각이 깊어진 것이다.
죽고 사는 것을 이처럼 많이 생각한 시간이 나에게는 참 유익했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불평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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