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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참여 문학코너

내 마음의 풀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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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김진철 목사(충남 서천군 오순교회) ~

내가 어릴 때 여름 방학이면 올라가서 살다시피 한 곳이 부산에 있는 천마산이었다. 여름 산에는 갖가지 곤충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잡는 것으로 한 나절을 보내곤 했다. 이름을 아는 것들은 이름대로 불렀다.

그러나 모르는 곤충은 소리를 내는 대로 혹은 모양대로 불렀다. 날아다닐 때 <때때때..> 하고 난다고해서 때때바리라고 불렀다. 지금도 나는 이것의 정확한 이름을 모른다. 베짱이는 울 때 <낄낄낄> 하고 운다고 해서 낄낄이라고 불렀다. 하늘소는 돌소라고 불렀다. 돌을 잘 들기 때문이지요. 대개는 그 이름들을 잊어버렸습니다마는 아주 성경적으로 놀았다. 창세기 나오는 것처럼 우리가 이름을 붙이는 대로 그 곤충들은 그 이름을 가지는 것이 되거든요. 어른들에게 그것을 이야기 해 주어도 모른다. 다들 처음 듣는 이름이니까요. 이렇게 여름 한 나절을 땡볕에서 곤충을 수도 없이 잡고 놓아주기도 하고 더러는 죽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여름 방학이 끝나고 곤충채집 숙제를 해 간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곤충채집 숙제를 하는 아이들은 주로 돈이 있는 집 아이들이었고, 그들은 학교 앞 문방구에서 만들어 놓은 것을 사서 제출하였다. 그 아이들은 조그마한 벌레도 손을 못 대는 아이들이지요. 그날도 점심을 먹은 후에 아이들과 더불어 산에 올라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흩어지거나 끼리끼리 모여서 풀을 헤치며 곤충들을 잡았다. 여치와 베짱이 종류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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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치 사진 ~


시골 있을 때 많이 잡고 구워먹었던 메뚜기와 방아깨비는 천마산에는 드물었다. 송장메뚜기는 이름도 기분이 나쁘고 있어도 잘 잡지를 않았다. 열심히 풀들을 헤치며 잡다가 나는 아주 특별한 놈을 하나 발견했다. 메뚜기처럼 생겼는데 크기가 훨씬 크고 색깔도 조금 달랐다. 처음에는 왕메뚜기라고 생각을 해서 잡으려고 했는데 휙 날아 가버렸다. 여치나 베짱이는 제대로 날지를 않는다. 풀과 풀을 건너뛰는 정도라 손이 빠른 아이들은 쉽게 잡는다. 이놈도 그럴 줄 알았는데 얼마나 멀리 날아가는지...6-7m는 족히 날아갔다. 날아가는 거리도 거리이지만 ,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날개를 펴고 회전하며 날아가는데 오색찬란한 빛이었다. 나는 한 순간 두렵고, 놀랍고, 그리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것을 잡아 자랑을 하자. 그 순간 지금까지 가지고 놀던 여치나 베짱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무리 큰놈이라고 할지라도 시시해보였다. 잡아서 비닐봉지에 넣고 다니던 것을 통째로 다른 아이에게 주었다. 그리고 재빨리 그 놈이 날아가 내려앉은 곳으로 달려갔다. 숨을 죽이며, 그러나 가슴은 얼마나 벌렁거리는지...그렇게 쫓고 쫓기는 일을 수차례 반복했다. 풀에 팔과 종아리가 다 베였다. 그래도 아린 줄 몰랐다. 찔레를 뛰어넘다가 가시에 할퀴기도 했지만 그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드디어 그 놈을 잡았다. 지쳤는지 힘이 빠진 후였다.

아이들에게 그것을 가지고 가서 자랑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별로 귀하게 여기지를 않았다. 그냥 덩치만 큰 놈으로 여기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날아갈 때 얼마나 아름답고 힘이 있는 지를 열을 올리며 설명을 했다. 그리고 이놈이 얼마나 멀리 날아가는 지, 그래서 잡으려면 얼마나 힘이 드는지를 설명했지만 모두들 시큰둥한 반응만 보였다. 나는 기분이 나빴다. 이것이 나는 것을 한번 보면 달라지겠지. 그래서 한번 날려봐..그러다가 한번 날려 보내면 다시 잡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나는 결국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날려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또 잡으리라. 아이들은 불러모아놓고 놈을 날려 보냈다. 오색날개를 회전하면 놈은 아주 시원하게 날아갔다. 나만큼은 아니었지만 아이들도 그놈의 특별함을 인정했다. 나중에 중학교에 다니는 누나의 생물도감이라는 책에서 그것이 풀무치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살아가면서 나만의 풀무치를 찾아왔습니다.

다른 것을 다 포기하고서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

다른 것이 다 시시하게 보일 정도로 빛나고 가치 있는 일.

젊은 날에는 그랬습니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모르고 쫓아다녔습니다.

이제 나이든 지금 나는 이렇게 변명합니다.

그런 일을 하고 살았으면 행복했을까요?

내가 발견하고 쫓은 풀무치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발견한 진리, 그 진리를 구현하는 교회, 그래서 그 진리가 세상에 편만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인생에도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풀무치가 있었던가요?

그것을 손에 넣었으면 행복할까요?

아직 그런 풀무치를 쫓고 있는가요?

아니면 그것 별거 아니다...하고 푸념하는가요?

아직 간직하고 있는 당신의 꿈이 궁금해집니다.

지난날의 꿈이 혹은 아직 간직하고 있는 꿈이 당신의 삶을 활기차게 만들기를 기도합니다,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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