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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참여 문학코너

세상에 하나 뿐인 영화, 주연은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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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 화양면 오순교회 담임 ~


이 글은 새로운 삶을 위해 길을 떠나는 모든 사람에게 드리는 응원의 글입니다. 특별히 지금까지의 사역을 잠시 내려놓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를 떠나는 사랑하는 아들과 며느리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길을 떠나거나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모든 이들에게

Vaya Con Dios!!

 

영화에 대한 오래된 기억

 

여름에 동네 개울에 천막극장이 설치되었습니다. 영화를 상영한다고 동네에 차가 다니면서 방송을 했습니다. 마을 입구의 구멍가게에서 한 아저씨가 스탬프에 도장을 찍어 입장권을 만들었습니다. 동네 아가씨들이 그의 주위에 모여서 떠들고 있었습니다. 우리 꼬맹이들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기웃거리고 놀았습니다. 아가씨들은 표를 하나 얻을까 싶어 별별 싱거운 소리를 다했지만 그는 결코 표를 주지를 않았습니다. 구멍가게에서 방을 얻어 숙식을 하고 있어서인지 주인집 딸은 굉장히 친분이 있는 것처럼 행세를 했지만 공짜표는 끝내 얻지를 못했습니다. 그 아저씨는 우리 꼬맹이들의 팔뚝에다 시퍼런 도장을 찍어 주며 <나중에 이것 보여 주고 들어오면 된다.> 고 흰소리를 했습니다. 우리는 정말인 줄로 믿고 너도 나도 도장을 받았습니다. 팔뚝에 스탬프 도장을 찍어 신나게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돌아다닌 것도 잠깐이었습니다. 그것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면서 뭔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 있을 것 같아 호기심에 들떠 있었습니다. 누나가 어머니를 졸라서 영화를 보러 가는 것 같은 눈치입니다. 나도 가고 싶어서 칭얼거리며 달라붙었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아직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라 그냥 데리고 가면 된다고 누나에게 말했습니다. 누나는 안되는데 하면서 나를 데리고 갔습니다. 누나는 나에게 주의를 단단히 주었습니다. 무조건 나를 따라 뛰어와...나는 알았다고 했습니다. 표 하나를 사가지고 둘이 얼른 뛰어 들어갔는데 내가 느린 이유도 있었지만, 검정고무신이 벗겨질 같아 제대로 뛰지 못해 그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사정을 해도 안된다고 해서 그냥 쫓겨났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초저녁 잠이 많았던 나는 그냥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이야기를 들으니 누나는 내가 잠든 것을 보고 혼자 가서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동네에 꼬맹이들의 이야기는 돈이 없어서 들어가진 못하고 천막극장 주위를 빙빙 돌고 놀았는데 나중에 천막을 걷어 주어서 조금씩 보았다고 했습니다. 초저녁 잠이 많았던 나만 그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영화를 못 본 것입니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한 동안 아이들이 그 이야기만 했기 때문에 나는 심심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 그 아쉬움을 보상받을 일이 생겼습니다. 마을 공회당에서 연극을 보았던 것입니다. 농촌에서는 목사님은 당연히 마을의 유지입니다. 더구나 미국 구제품들이 교회를 통해서 나누어지고, 교회가 고등공민학교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연극을 보러 가는데 나도 따라 간 것입니다. 암전이 되고 무대에 불이 밝아지는 것이 참 신비해보였습니다. 무대 공간에 사람들이 들어서는데 무언가 스릴이 느껴지는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변사의 목소리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연극자체보다 그 무대 공간을 사랑합니다. 조명과 사람의 움직임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나의 첫 번째 연극관람기는 품위하고는 전혀 거리가 먼일로 끝이 났습니다.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가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입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촌놈이었던 나는 화장실이 거기에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집에까지 그냥 쫓아오고 말았습니다. 한번 나오면 다시 들어가지 못하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나는 꼬맹이들 앞에서 연극을 보고 온 것을 엄청나게 자랑을 했습니다. 지난 영화이야기에 나만 소외된 것을 앙갚음하듯이 떠벌린 것입니다. 악당이 칼을 들고 던졌는데, 주인공이 먼저 총을 쏘아서 악당은 죽고, 칼은 주인공의 바로 발 앞에서 떨어졌다는 둥....

한 장면을 본 것을 가지고 크게 떠벌린 것입니다.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세상에 하나 뿐인 영화, 그 주연은 당신입니다.

 

나는 큰 아들이 대학입학 수시를 보기 전날 함께 수원에 올라갔습니다. 오후에 수원에 도착해서 숙소를 정하고 난 뒤에 나는 아들을 데리고 내가 자주 다녔던 서점을 가르쳐주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가끔씩 갔던 영화관을 가보니 없어졌습니다. 부대찌개 잘 하던 식당은 그 자리에 있어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커피를 마시고, 아마도 야구연습장에서 둘이 신나게 공을 치고 피곤한 몸으로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수시면접을 앞 둔 날이었지만 내가 다녔던 학교를 아들이 다닐 것이라는 기쁨에 들떠서 무리를 했습니다. 어쨌든 그날 본 영화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었습니다. 다양한 커플들의 다양한 사랑의 방식과 사랑의 설레임을 아름답게 그려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끌었던 커플은 평생 오드리 햅번을 연인으로 꿈꾸는 고집불통 구두쇠 곽회장(주현), 중년에도 연기자의 꿈을 꾸고 사는 소녀 같은 오여인(오미희)이었습니다. 영화의 엔딩부분에서 곽회장이 오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낡은 극장의 주인이었던 곽회장은 멀티플렉스 재건축에 밀려 극장 문을 닫기 전날 마지막 상영시간에 오여인을 초대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는 곳에서 그에게 오드리 햅번이었던 극장 앞에서 커피숍을 경영하는 오여인의 소소한 일상을 참 예쁘게 필름에 담아서 보여주면서 사랑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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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그 지점에서 나는 우리의 삶은 이 세상에 하나 뿐인 내가 주인공이 영화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길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인생에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들이 당신 앞에 있다는 믿음으로 걸어가라고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아름다움이란 심하게 앓고 난 후에야 마주칠 수 있는 특별한 감흥이다”(민규동 감독)


세상에 하나 뿐이 영화, 당신이 주연인 인생이라는 영화의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을 향해 어려운 발걸음 내딛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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