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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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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충남 서천 오순교회 김진철 목사 ~​

추석이 지났습니다.

귀향길이나 귀성길에 서 있다는 것이 나는 기쁩니다. 사람들은 그 길을 고생길이라고 합니다. 물론 힘들고 짜증나고 피곤한 것은 사실입니다.

한해는 평소 40분정도의 거리를 4시간 넘게 정체되는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그런 날은 별별 욕이 다 나옵니다. 그래도 그 시간 속에 고속도로라는 공간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올해도 명절 때마다 막히는 네 곳에서 심각한 정체를 겪었습니다.

 

오래전 추석전날 부산에서 밀양 가는 비둘기 기차를 타고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통일호나 무궁화호, 새마을은 표가 있어야 하거나 입석이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둘기는 그냥 탈 수 있는 데까지 다 탔습니다. 무엇보다도 통일호까지 그냥 지나가는 간이역에 비둘기호는 섭니다. 그곳에 집이 있는 사람들은 비둘기호를 타야합니다. 서민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던 비둘기호였습니다. 이제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코스모스 피는 고향역

이쁜이 곱분이 반겨주는 고향역

 

그 노래가 딱 어울리는 기차는 비둘기호입니다.

그날 어둠이 막 내리기 시작한 사상역에 섰던 기차가 출발하려는데, 초로의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 오시더니 수신호를 하는 역무원을 붙잡고 통사정을 합니다. 열차문에 붙어있던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잠시만 있다가 출발하면 안되느냐고...>

사정을 하다 안 되니 웁니다. 이 차 놓치면 고향을 못 간다고, 어머니를 못본다고..그 아내가 곧 온다고 ....울었습니다. 문에 붙어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문에서 내립니다. 나는 가슴이 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 초로의 저 남자로 하여금 고향에 못가고 어머니를 못 뵈면 안된다고 울게 한 것일까? 그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 차에서 일부러 내려 동참하려는 그 사람들의 마음은 또 무엇일까? 잠시 후 아주머니가 짐을 머리에 이고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습니다. 그 아저씨는 고맙다고 역무원과 내렸던 승객들에게 큰 소리를 인사를 하였습니다.

나는 그때 고향이나 부모에 대해 구구절절한 생각이 없던 젊은 시절이었습니다.


여전히 나만의 실존적인 고민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가족은 내 고민 속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무 할 일도 없으면서 도시를 배회하다가 막차를 탔던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가족이나 고향이 그토록 애틋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한 장면이었습니다. 훗날 우리의 영원한 본향을 사모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은 그 풍경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본향을 향해가는 나그네 길에 함께 만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 모습에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알다가도 모를 핏줄, 그리고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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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진철 목사 제공 "한가위 가족" ~


우리의 삶의 한없는 짐이면서 동시에 희망이라는 사실입니다.

때때로 어느 날 내 삶속에 끼어들어 내 꿈을 갉아 먹고 힘들게 하고 시간과 힘을 낭비하게하는 낯설은 모습이기도 하고, 지치고 외롭고 힘들 때, 그들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것이 가족입니다.

막차를 타고 가서도 한 참을 뜸을 들이다가 집으로 가면 마치 다른 일 때문에 나오신 것처럼 배회하시다가 나를 반겨 주셨던 아버지의 외로움을 읽은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습니다.


중국 흑룡강성으로 끝없이 편지를 보내시던 아버지.. 일본강점기 시대에온 가족이 만주로 갔다가 아버지는 혼자 평양으로 나오셨던 것입니다. 이 땅에 아무런 친척이 없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이 컸고 항상 곁에 두고 싶어한 것입니다.


바쁘게 목회를 하시면서 다니셨지만 노을이 물들 때 혹은 명절에 외로움과 허전함을 참 많이 느끼신 것입니다.

대중가요를 모르고 사신 아버지이지만 어디선가 오기택씨의 <고향무정>을 듣고 오셔서는 그 가사를 알고 싶어하셨고 누나가 가사를 라디오에선가 듣고 적어드리니 노을을 보시면서 가끔씩 그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셨습니다.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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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집을 찾는 집을 찾는 저 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아버지는 두고 온 고향과 부모와 형제를 그리워하며 이 땅의 나그네로 사신 것입니다. 우리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어느 날 이 땅의 나그네임을 깨닫고 그 나그네 인생길이 너무 쓸쓸하여 함께 동행할 사람을 찾고....서로 기대로 격려하며 길을 가는 사람들..그 중에서도 가장 소중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이 가족이 아닐까요. 명절 풍습도 변하고, 가족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하더라고 여전히 알 수 없는 소중함으로 다가오는 가족, 밀리고 밀리는 도로의 차속에서 온갖 불평을 다하면서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닐까요?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요?

가족이 있어 그래도 삶의 의욕과 희망이 커지기를 기원합니다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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