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박사 칼럼 :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구미유치 성공을 바라면서
~김기훈 박사, 본지논설위원, 구미회(구미를 사랑하는 사람들)부회장,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 ~
530만 경북, 대구 도·시민이 함께한 유치운동
필자가 사는 경북 구미는 SK 하이닉스 유치전에 구미시민 42만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530만시, 도민이 하나같이 유치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한 절박한 심정으로 지난 1월 30일 결의대회를 개최, 구미 국가 제 5공단 부지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 권영진 대구 광역시장 및 장세용 구미시장을 비롯한 기초단체장들과 국회의원 장석춘 및 부산 사하구 국회의원 조경태 등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하였다.
그 전에 구미에서의 SK 하이닉스 유치를 위한 활동은 개인을 비롯한 각종 단체가 수많은 현수막을 달았다. 그와 동시에 SK 하이닉스 유치를 위한 “42만 구미시민을 대표해서 간절히 국민청원을 올립니다.”의 제목으로 청와대 청원 운동이 1월 3일 시작, 2월 2일 참가인원 36,609명으로 끝났다. 청와대 청원이 회의 테이블에 올라가려면 20만이 넘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구미시민의 10%도 안 되는 36,609명인 8.7%만 참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필자가 이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은 그만큼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청원 36,609명, 구미에도 광주형 일자리 기대 가능할까?
그 이유는 2018년 1월 25일 ‘매일경제’뉴스를 보면 靑 "광주형 일자리, 대구·구미 확대"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주요 시·도지사와 만나고, 기업을 직접 방문, 지자체와 기업 간 가교 역할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5일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연내에 구미, 대구, 군산에서도 추진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청와대 참모진이 지자체, 기업, 노동계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전자산업 전초기지로 주목받았던 경북 구미 역시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잇따라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이전한다는 소문이 돌아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네트워크사업부는 올해 말까지 수원으로 이전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대타협의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큰 셈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지금 광주는 현대자동차가 참여하는 형태의 광주형 일자리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 청원운동이 과연 20만을 넘어 회의석상에 올라갔다면 정부와 SK 하이닉스가 어떻게 반응했겠나? 구미시민은 그토록 SK 하이닉스 유치를 원하면서도 ‘청와대 청원운동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어 대 다수의 시민들은 관심이 없구나! 절박하지가 않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역설적 가정이 가능할 것이다.
SK 하이닉스 유치, 시민 전체의 염원이지만 5개 그룹으로 구분
구미는 지난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이변을 보여준 지자체로 전국적 유명세를 탔다. 즉 역사적으로 보수의 색채가 짙은 후보가 당선되는 방정식이 있던 곳에서 진보정치를 표방하는 더불어 민주당 장세용 시장과 더불어 민주당 시도의원에게 구미시민들은 표를 던졌던 것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투표성향의 구미에서 통하던 선거 방정식은 깨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럼으로써 당선자들이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정신없는 순간에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트 투자가 경북 구미뿐만이 아니라 수도권과 충청권에 강타하게 되었다. 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트 유치에 구미로써는 사생결단으로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데는 보수·진보뿐만 아니라 구미시민 누구나 모두가 공감하고 인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 속에서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트 유치 운동을 현미경처럼 미시적으로 볼 때, 이 사안만큼은 적대적이지 않게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1) “경상북도와 구미시”, (2) “아직까지 시민들과 거리가 있는 보수정치세력”, (3) “시민들과 거리가 있는 진보정치세력”, (4) “이 기회를 자기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 (5) “대다수의 순수한 시민들” 등 5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어 보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구미발전을 위한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허심탄회한 논의는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아무튼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 된 구미, 오랜만에 단결된 구미로 보여 줬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이 5개의 그룹은 서로간의 미묘한 사회적·정치적 알력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방법으로 제각기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트 구미 유치운동에 참여하고 실행했다. 일원화된 것을 바랄 수도 없고, 컨터롤·타워(Contral Tower) 역시 없었다. SK 하이닉스 유치가 시간적으로, 물리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아이스버킷 챌린저...
구미에서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트 유치만큼 절박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국무총리실과 국회에 SK 하이닉스 투자유치운동을 읍소(泣訴)하고, 시민들은 시민대로 유치운동을 벌였다. 제각기 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가 구미시민들 속으로 파고 들었다. 연일 각종 SNS상에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오르내리며, 다음은 누구 누구 이렇게 확산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미 5공단 부지에서 투자유치 결의 대회를 가지는 것으로 이 아이스버킷 챌린지도 멈춰버렸고, 구미지역 곳곳에 현수막이 더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만 표현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지역 뉴스에 구미 을 지역 장석춘 국회의원이 아이스버킷 참가자로 지목되자 거부한다는 의사를 당당히 보였다. 장석춘의원은 순수한 시민운동에 나선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것으로 보였다. 즉 이 운동이 순수하고 자발적인 시각과 행동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이들과 패권(覇權) 즉 헤게모니(hegemony) 싸움에 말려들거나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스버킷 기획은 SK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유치가 실패했을 때, 지역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명분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보여 졌다. 즉 향후에 있을지 모르는 싸움의 명분이 될 것이고, 정치인들을 끌어 들이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미시의 한 발 늦은 유치운동, 향 후 논공행상으로 내상(內傷) 받지 않아야
구미시는 사실 지난 해 12월 중순이 넘어서야 언론에, 신문기사에 경기도 용인·이천이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트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뒤늦게 투자유치운동에 뛰어들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중앙정부와 산자부 그리고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트를 조성할 것이라는 사실 조차 몰랐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대구·경북 시·도민과 구미시민들은 이제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과만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필자는 구미에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트가 유치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수술실 의사가 수술 뒤 수술결과에 대한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 밖에 없는 것과 같다. 일설에는 빠르면 2월 중순에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성공했을 때는 당연히 축하하지만, 실패했을 때는 냉정하고, 성숙된 마음으로 누구를 탓하거나 잘잘못을 따지는 등의 논공행상은 어리석은 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광주형 일자리”처럼 “구미형 일자리”를 구미지역 정치인들과 정부·국회에 강력히 요구하여야 한다. SK 하이닉스 클러스트 투자유치 궐기도 좋고, 아이스버킷도 좋지만 청와대 청원에 구미시민 20만이 청원에 참가하도록 독려하는 운동이 적극적으로 일어났다면 SK 하이닉스 클러스트 투자유치가 비록 실패한다고 해도 “구미형 일자리”를 정부차원에서 속도를 낼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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