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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선생 귀향길, 4월 9일 드디어 막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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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봉은사 개막행사의 특별한 의미

도산서원(원장 김병일)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원장 김종길)이 도산서원참공부모임 주관으로 진행하는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 그 개막 행사가 이달 9일 봉은사(奉恩寺) 보우당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9일부터 21일까지 13일 동안 “위대한 발자취, 경(敬)으로 따르다”라는 주제의 퇴계 이황선생(1501~1570) 마지막 귀향 450주년 재현 행사의 개막 행사로, 개회식, 강연회, 재현 행사 계획 안내와 다짐 인사의 순으로 진행된다.

우리는 봉은사 개막 행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첫째, 봉은사가 귀향 당시 퇴계선생의 하루 숙박지이며 450주년 재현 행사의 개막 장소가 된 깊은 사연이다.
귀향길 노정으로 보면 3월 4일(음) 선조임금을 하직하고 한양 도성을 나와 동호(지금의 옥수동)의 몽뢰정(夢賚亭)에서 첫 밤을 지내셨는데, 그곳은 독서당 학습동지인 임당 정유길의 정자였다. 하지만 도성구간은 많이 변모되었고 몽뢰정은 현재 멸실되었다. 그래서 둘째 날(음3.5.) 밤에 머문 봉은사를 개막 행사 장소로 정하게 되었다. 이곳 봉은사는 공간도 넉넉할 뿐 아니라 퇴계선생과 특별한 인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 
첫날 머문 몽뢰정과 둘째 날 유숙한 봉은사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다. 거리상으로 보면 둘째 날 미음나루까지 가서 숙박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굳이 가까이 위치한 봉은사에 당도하셨을까? 첫 번째 이유는 그날 오전 동호 앞 저자도(현재 멸실됨)에서 명사(名士)들과 시를 주고받으며 아쉬운 전별식을 갖느라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었던 것이다. 봉은사에 유숙한 또 다른 이유는 종교적, 이념적 구별을 넘어선 선생의 포용성에 있을 것이라는 점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퇴계선생은 기본적으로 천지(天地)를 부모로, 모든 사람을 한 가족으로 여겼다.
사실 퇴계선생과 봉은사와의 인연은 각별하다. 조선 중기 한때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의 지원을 받던 불교가 그 융성 시기를 지나 다시금 배척되는 사회적 분위기로 급변하게 되었다. 이때 대표적 사찰이었던 봉은사를 폐쇄하고 그곳의 중심인물인 보우선사를 극형에 처하자는 주장이 유림으로부터 빗발쳤다. 퇴계선생 역시 성리학자로서 불교를 배척하는 입장이었으나 선비들이 통문을 만들어 집단으로 대궐에 나아가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고 고향 제자들이 대궐에 나아가려는 것을 막았다고 「퇴계선생언행록」에 기록되어 있다. 퇴계는 유학의 기본 이념인 인(仁)과 경(敬)에 비추어 볼 때 궁지에 몰린 보우에게 그렇게 통문을 돌리며 집단 상소하는 것은 유학을 공부하는 선비가 할 역할이 아니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타 지역 유림들의 줄기찬 상소로 보우는 귀양을 가게 되어 끝내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로부터 4년 후 마지막 귀향길에 올랐던 퇴계선생은 보우선사가 활동하던 바로 그 봉은사에서 하루를 머물며 소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또 당시 봉은사로서는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정성을 다해 맞이하였을 것이다. 이와 같은 퇴계선생과 봉은사 사이에 포용과 너그러움의 인연이 이번 행사의 의미있는 출발지로 이곳 보우당이 선정된 까닭이다.
만 450년이 지난 지금 유교의 상징 도산서원의 행사가 불교 대표 사찰 봉은사에서 열리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38만 명의 신도가 있는 봉은사가 그 큰 공간을 반나절이나 외부행사에 할애하고, 주지스님이 환영사까지 약속함으로써 퇴계선생의 귀향길 재현 행사가 좋은 모습으로 시작될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도산서원 원장과 봉은사 주지의 교감과 정담은 퇴계선생의 밝고 따뜻한 마음이 450년이라는 시간적 간격을 이어주고 종교 간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아름다운 인연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종교 간의 갈등, 정치세력 간의 갈등, 계층 간의 갈등으로 얼룩진 이 시대 우리들은 어떤 메시지로 받들어야 할까? 선생의 족적 하나하나가 울림과 교훈을 주지만, 그 울림과 교훈을 해석하고 실천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오늘 우리들의 몫이다. 450년을 이어온 따뜻하고 아름다운 미담이 갈등과 분열과 경쟁으로 스트레스 받고 있는 이 시대 한국인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종교, 정치, 세대, 부부 등 사회 전반에 갈등의 골이 깊은 현대인에게 퇴계의 포용정신은 우리가 뼛속 깊이 새기고 실천해야 할 중요한 삶의 철학이 될 수 있다.

둘째, 퇴계 귀향길의 의미와 우리 시대 걷기문화의 전통을 세운다.
근래 매스컴에서 산티아고(Santiago) 순례길에 대해 자주 보도하고 있다. 산티아고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이름이기도 하고,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야곱)를 칭하는 스페인식 이름이기도 하다. 8세기에 이곳에서 야고보의 무덤이 발견되어 성지가 되었는데, 20세기 중반까지는 그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다가 요한 바오로 2세가 산티아고를 방문하면서 순례길이 부활되었고, 1987년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가 출간된 후 유명세를 탔다. 유럽 각지에서 산티아고에 이르는 800Km 순례길은 199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되자 유럽과 전 세계로부터의 성지순례가 더욱 활발해졌다.
이는 순례길과 걷기 문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어 전 세계 각국에서 벤치마킹하기에 이르렀고, 한국에서는 제주 해안지역을 따라 도는 올레길이 잘 알려져 있다. 올레길은 약 425km로 제주의 관광자원과 맞물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제주 올레 탐방객은 2011~2015년까지 100만 명이 넘었고 중국과의 관계 문제 등으로 2018년에 60만 명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규슈올레, 몽골올레로 수출하였고, 베트남올레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재현단에서 역사적인 고증을 거쳐 준비한 퇴계선생 귀향길은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 올레길이 보여 준 걷기 문화에 한국적인 새로운 기준과 전통을 세우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퇴계선생은 한류 나라 한국의 최고 학자이며, 이웃 일본의 학자들이 성인(聖人)으로 칭송한 이래 세계의 학자들이 선생의 학문과 삶을 연구하고 있다. 따라서 퇴계선생 귀향길은 선생의 삶과 사상을 되새기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현인(賢人)의 길이 될 것이다. 퇴계선생은 성리학으로 한국 전통사상을 집대성하였으며, 경(敬)이라는 수양법을 통해 본래 성품을 회복함으로써 인격을 완성하는 길을 열고 그것을 몸소 실천하셨다. 퇴계선생을 따라 배우면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으며, 퇴계선생을 따라 걷는 길은 현대인이 인성을 회복하는 구도(求道)의 길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퇴계선생이 배를 타고 거슬러 올라간 한강과 남한강 길 그리고 말을 타고 넘은 죽령 길은 연도에 아름다운 명승(名勝)과 문화유산이 있는 「아름다운 문화(文化)의 길」이기도 하다.
퇴계 귀향길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한 문화 콘텐츠가 이미 상당 부분 갖춰져 가고 있다. 따라서 '길 위의 길(The Way on The Road)', '세계인의 길(The Road of The World People)'이 될 가치와 가능성이 충분할 것이다.
이번 개막 행사에는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명사 두 분의 강연이 펼쳐진다. 국제퇴계학회 회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광호 교수가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의 의미>라는 주제로, 문화재청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지대 석좌교수인 유홍준 교수가 <걷기 문화의 우리 시대 전통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각각 강연을 펼친다. 이교수는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의 의미와 함께 오늘날 우리가 본받을 가치가 있는 점을 정리해 줄 예정이다. 걷는 도시 서울 시민위원회 위원장 등의 역할로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유교수는 강연에서 퇴계 귀향길을 한국의 격조 높은 순례길 차원으로 바라보며 참가자들에게 걷기 및 걷기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강연을 한다. 유교수는 14일 오후 남한강 일부 노정을 함께 걸으며 직접 해설도 맡을 예정이다.     
사실 의학계에서도 많은 학자들이 걷기가 우울증, 고혈압, 당뇨병 등 현대인의 나쁜 생활습관으로 인한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데 매우 좋은 수단이 된다는 주장과 연구결과를 계속하여 내놓고 있다. 이번 퇴계 귀향길 재현 행사는 걷기 문화 확산으로 국민의 건강 수준을 높이는데도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길어진 인생 종반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가 현대인에게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데, 퇴계선생이 굳이 귀향을 하여 아름답게 인생을 마무리하려는 뜻을 되새기는 것은 현대인이 인생 후반에 새로운 희망을 찾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 시대 존경받는 원로들이 응원하는 행사이다.
존경받는 이가 드문 시대에 이번 개막 행사 개회식에는 두 분의 존경받는 원로가 축사와 인사말로 울림을 주는 응원의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 조순(1928년~)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용태(1933년~) 퇴계학연구원 이사장이 그 주역이다. 두 분 모두 퇴계선생을 모시고 있는 도산서원 원장을 역임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들이다.
조순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경제학의 초석을 놓은 경제학자로서,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 한국은행 총재, 서울시장,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등 학계와 정계를 두루 거친 그야말로 이 시대 대표적인 원로이시다.
이용태 이사장은 이화여대 교수, IT업계 1세대인 삼보컴퓨터 회장, 두루넷 회장 등 학계와 재계를 두루 거친 역시 존경받는 원로이시다. 현재 퇴계학연구원 이사장, 박약회 회장 등의 역할을 활발하게 수행하면서 특히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인성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두 분 모두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신 분들로서 90을 전후한 고령에도 불구하고 험난한 시대에 멘토 역할을 하고 계신 분이다. 이런 분들이 앞장서서 이번 재현 행사의 시작을 열어주시는 것은 그만큼 퇴계 귀향길 재현이 이 시대 국민들에게 인성회복, 건강회복과 유지, 우수한 한류문화의 세계화 등에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면서 응원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 자리에는 또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참여하여 축사를 한다.
이울러 이번 개막 행사에서는 800리 걷기 노정과 행사 계획 안내(손기원 지혜경영연구소 소장), 다짐 인사(김병일 재현단 단장, 도산서원 원장)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 이를 통해 일반 참가자들에게 노정과 행사 계획을 소상히 알리고, 행사가 성공적이고 지속적인 성과를 이루어 국민 행복에 기여하기 위한 다짐 인사를 하는 시간을 통해 일반 참가자들의 이해를 돕고 모두가 하나 되는 감동의 시간이 될 것이다.

2. 일반 참여자에 대한 배려

당초 재현 행사를 계획하고 언론 설명회를 할 때까지만 해도 이번 재현을 위한 걷기 행사는 15명의 재현단을 중심으로 소박하고 검소하게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언론이 귀한 지면과 영상으로 재현 행사를 소개한 덕분에 일반인들로부터 많은 참가 문의와 호응이 있었기 때문에 소박하고 검소하게 진행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일반인을 위한 배려를 좀 더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첫째, 재현단과 일반 참가자가 일체가 되어 걷는다.
재현단이 앞서고 일반 참가자가 뒤따라오는 방식 대신 재현단과 일반인이 함께 섞여서 걷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재현단과 일반 참가자가 일체가 되어 함께 걸으면서 대화하는 과정에서 퇴계선생의 삶과 정신 그리고 귀향하신 뜻을 공유함으로써 일반인에게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둘째, 일반인을 안내하면서 함께 안전을 도모한다.
재현단은 일반 참가자와 함께 걸으면서 깃발, 형광봉, 호루라기 등을 이용하여 안전에 최선을 다한다. 걷기 행사는 대체로 자전거도로 옆 보행자도로를 이용하지만, 간혹 일부 구간에서 자동차 도로와 인도의 구분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 경우 후미에 차량을 배치하여 천천히 따라 오면서 최대한 안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셋째, 노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핸드북을 제공한다.
재현단은 일반 참가자와 더불어 즐거운 대화를 하면서 걷고, 행사장에서 강연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물론, 그와 더불어 중요한 자료를 담은 핸드북(Hand book)을 준비하여 제공할 예정이다. 그것은 일반 참가자들이 걷기 행사 도중에 퇴계의 삶과 정신을 느끼고 배우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번 행사는 제1회 재현 행사이기 때문에 안내판이나 팻말 같은 표식을 잘 준비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상과 같이 재현단이 일반 참가자들과 함께 걸으면서 대화하고, 안내하고, 안전을 도모함으로써 최대한 일반 참가자와 함께 하고자 한다. 숙식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필요 시 해당 구간에서 일반 참가자에게 숙식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일반 참가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3. 즐거운 볼거리와 나눌거리

이번 행사는 450년이라는 시간적 거리를 좁히는 행사이다. 따라서 조선시대와 현대의 오버랩, 퇴계선생 등 선현과 후학의 콜라보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즐거운 볼거리와 나눌거리가 제공될 것이다.

재현단은 4월 9일 봉은사 행사와 4월 10일 걷기 1일차 행사에 도포를 입고 갓을 쓰고 진행할 예정이다. 남양주, 양평, 여주, 충주, 청풍, 단양, 영주, 안동 도산으로 이어지는 걷기 코스에서도 퇴계학 전문 연구자들이 당시 선생께서 남긴 시(詩)를 창수(唱酬)하고, 선생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공연(公演)하고, 온계선생과 퇴계선생의 우애를 그 종손들이 시를 창수하는 퍼포먼스로 재현하고, 다양한 강연회를 개최하여 선생의 정신과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그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눌 계획이다. 시와 강연은 때로 한글로 쉽게 전하기도 하고, 때로 옛 언어의 고풍스런 멋을 살리기도 할 것이다.

본 행사는 퇴계학 전문 연구자와 유림, 후손들로 재현단을 구성하였으며 고지도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답사, 확인한 퇴계선생의 마지막 귀향길 경로를 따라 육로 250여km를 12일에 걸쳐 걷고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옛길 70여km는 부득이 선박을 이용하며 이동한다.

현재 본 행사에 대한 참여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김병일 재현단장(도산서원 원장)은 “걷기 및 행사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일반 참가자들에게는 해설자료와 강연집을 제공하며 재현단에 참여한 전문학자들이 성심껏 해설을 해드릴 예정이다. 함께 참여하면 퇴계선생이 남긴 정신과 가치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먼 여정인만큼 본인의 체력 등을 잘 살펴서 가능하신 구간과 날짜를 선택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자세한 내용은 퇴계선생 귀향길 카페(https://cafe.naver.com/toegyehomecoming)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054-851-2000)으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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