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문화관광공사, 을사년 가볼만한 뱀 명소 6선
오는 29일 설날부터 음력 2025년은 을사년(乙巳年)으로, 십이지 중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뱀(巳)의 해다.
우리 조상들은 뱀이 한꺼번에 많은 알 또는 새끼를 낳는 특징을 다산의 상징으로 보고 풍요와 재물의 가복신(家福神)으로 여기기도 했다.
허물을 벗는 특성으로 인해 치유, 재생, 변화를 상징하기도 하고, 한국 문화와 지명 속에서 다양하고 신비로운 전설로 자리 잡아 왔다.
국토지리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뱀과 관련된 지명이 전국에 208개에 이른다.
이 중 경북은 31개로 전남(41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뱀과 관련된 지명(마을, 산, 골짜기, 바위 등) 중 마을 이름 기준으로는 경북이 28개로 전국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경북문화관광공사(사장 김남일, 이하 공사)는 뱀의 해를 맞아 풍요와 치유, 변화의 한 해가 되길 기원하며 경북 도내에 뱀과 관련된 신비한 전설과 설화가 깃든 ‘을사년 가볼만한 뱀 명소 6곳’을 소개한다.
김남일 사장은 “경북은 오래전부터 뱀과 관련된 설화와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 많다”며 “새해에 재물, 치유, 변화를 상징하는 뱀과 관련된 명소를 방문해 신비로운 기운을 느껴보고 풍요로운 한해를 기원해 보는 것도 을사년 여행의 묘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주 오릉 … 사릉(蛇陵, 뱀릉)이라는 기록도
경주시 탑동에 위치한 오릉(五陵)은 신라 초기의 왕릉으로 시조 박혁거세와 알영부인, 제2대 남해왕, 제3대 유리왕, 제5대 파사왕 등 5명의 분묘라 전해진다.
일명 사릉(蛇陵, 뱀릉)이라고도 하는데, 이 명칭은 박혁거세가 승하 후 7일 만에 그 유체(遺體)가 다섯 개로 되어 땅에 떨어졌고, 이를 합장하려 하자 큰 뱀이 나와 방해하므로 그대로 다섯 군데에다 매장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에서 연유됐다. 신라의 역사와 뱀의 신비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의성 선암산 … 뱀이 많아 뱀산으로 불리기도
의성군 가음면 현리리에 위치한 선암산은 ‘뱀산’으로 불린다. 과거 천지가 개벽할 때에 온 세상이 물로 가득 찼었다고 한다. 그 당시 배 모양의 바위만 보여 이 산을 선암산이라고 부른다. 또한 여름철에 땅꾼들이 찾아와 많은 뱀을 잡아갔다 하여 뱀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는 선암산에서 남동 방향으로 1㎞ 떨어진 곳, 즉 의성군 가음면과 군위군 의흥면, 삼국유사면의 경계에 해당되는 지점을 뱀산이라고 부른다. 선암산은 의성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장엄해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청송 용당마을 … 뱀산을 제압한 두꺼비 바위
청송군 현서면 구산리 용당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마을 앞산은 뱀처럼 꿈틀거리는 형태로 보여, 주민들은 이를 ‘뱀산’이라 부르며 두려워해 산에 가지 않고 산 밑을 지나며 공손히 절을 했다.
뱀산 아래에는 큰 ‘두꺼비 바위’가 있었는데, 어느 추석 마을에서 재앙을 막고 행운을 기원하기 위해 두꺼비바위 앞에서 제사를 지내고 굿을 했다. 굿이 한창일 때 뱀산과 두꺼비바위가 움직이는 것을 본 주민들은 두꺼비가 뱀과 싸워 이기지 못하면 재앙이 닥칠 것을 염려했다. 이에 모두가 돌을 모아 뱀산 허리까지 쌓아 올려 산의 움직임을 막았다.
이후 마을에는 액운이 사라지고 풍년이 들었으며, 주민들은 팔월대보름마다 돌무지 앞에서 제사를 지내며 이를 수호신처럼 섬겼다. 지금도 돌무지는 마을의 수호신처럼 아직도 남아 있다.
칠곡군 가산면 동산 … ‘뱀혈’ 명당
칠곡군 가산면 송학리 유학산에서 동북쪽으로 뻗은 산등성이 ‘동산(東山)’은 풍수지리적으로 뱀의 형상을 한 ‘뱀혈(蛇穴, 사혈)’ 명당으로 전해진다. 뱀의 꼬리 부분에 산소를 쓰면 가문이 번창하고 자손들이 출세하며 재산이 늘어났다고 한다.
인근 오목마을 뒤 ‘장바금산’은 용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용의 머리 부분에 산소를 쓴 집안은 재벌이 됐다고 전한다. 풍수지리에서는 뱀의 꼬리, 용의 머리가 ‘용두사미’가 명당이다.
구미 금오산 용샘 …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흔적
구미 금오산 마애여래입상(보물 제490호) 옆 절벽 아래에는 ‘용샘’이라 불리는 옹달샘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천 년의 수련 끝에 용이 되려던 이무기(여러 해 묵은 큰 구렁이, 뱀과의 하나)가 등천하려다 우연히 이를 본 아낙의 비명으로 놀라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떨어져 죽었다.
이때 낭떠러지 암벽에 비늘자국이 남아 이 바위를 ‘용회암’이라 부르며, 이무기가 떨어질 때 생긴 홈에서 샘물이 솟아나고 있으니 이 옹달샘을 ‘용샘’이라 부른다.
이 근처에 묘를 쓰면 가뭄이 든다고 전해오므로 가뭄이 심할 때 주민들이 묘를 파헤치면 그날 밤부터 틀림없이 비가 온다고 하는 영험한 곳이라 하여 가물 때는 기우제를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상주 갑장사 상사암 … 이루지 못한 사랑과 구렁이의 전설
상주 갑장사의 상사암(相思巖)은 이루지 못한 사랑과 뱀의 전설이 얽힌 곳으로, 경이로운 자연경관과 더불어 감동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신라 시대 한 젊은이가 갑장사에 수도하러 입산하며 사랑하던 여인과 이별했는데, 여인은 젊은이를 잊지 못하고 기다리다 병으로 죽고 말았다. 죽은 여인의 영혼은 구렁이로 변해 젊은이를 찾아왔고, 상사암에서 젊은이를 휘감으며 함께 죽어 구렁이로 살자고 했다. 하지만 젊은이는 불경을 외우며 번뇌를 이겨냈고, 상심한 구렁이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이를 본 젊은이는 여인을 위해 기도하고 제사를 지냈다. 이후 사람들은 구렁이가 떨어진 바위를 ‘상사암’, ‘상사바위’라 불렀다. 고려 충렬왕이 ‘영남의 으뜸산’ 이라하여 칭한 갑장산은 산세가 부드럽고 아름다워 등산객들이 필수코스로 꼽힌다.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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