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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역 광장을 바꾼 사람들… 이름 없이 일한‘더 나은 칠곡’

이순락기자 0 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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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동안 왜관역 광장이 달라졌다. 무성하던 나무는 정돈됐고, 분수대는 반짝였다. 고압수를 뿌려 바닥까지 깨끗이 씻겨 나갔다. 누군가 계획적으로, 집요하게, 그러나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요란한 현수막도 없었고, 마이크를 잡아 이름을 알리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걸 했을까.”

 

여기서 택시업을 한 지 35년 가까이 됐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입니다.”

개인택시 전제영 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누가 시킨 것도, 예산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차량에 장비를 싣고 나타난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원봉사자라고만 소개했다.

왜관역 인근 주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그 답은더 나은 칠곡이라는, 조용하고도 단단한 이름 속에 숨어 있었다.

 

더 나은 칠곡은 202210월에 결성된 민간 환경봉사단체다. 회원 수는 90명에 달한다. 이들은 각자의 시간을 쪼개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환경 정비에 나서고 있다. 왜관역 정비는 지난 1월부터 시작됐다. 전정 작업을 시작으로, 2월과 3월에는 고목 가지치기와 역사 주변 바닥 청소를 집중적으로 이어갔다.

 

이 작업은 왜관역 측의 사전 승인도 받았다. 역사 관계자는단순 청소도 벅찬 상황에서 바닥 물청소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실제로 왜관역은 개설 이후 처음으로 광장 바닥 전체를 고압수로 씻어낸 대청소를 마쳤다.

 

현장에는 사다리를 타고 나무를 다듬는 이들도, 고압 호스를 들고 바닥을 청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고소작업용 리프트, 살수차, 물탱크 등 전문 장비까지 모두 자비로 준비했다. 장비부터 식사, 기름값까지 모든 비용은 자발적인 회비로 충당한다. 필요하면 12일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왜관역만이 아니다. 칠곡군 8개 읍면의 골목길과 외진 화단까지, 이들의 손길이 닿은 자리마다 마을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바뀌고 있다. 강에 쌓인 쓰레기를 배를 띄워 건져낸 적도 있었고, 한 번에 스무 포대 넘는 쓰레기를 수거한 날도 있었다. 무성한 풀이 보이면 망설임 없이 낫을 들고 들어간다. 풀베기는 그야말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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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이니까요.”

한 자원봉사자의 이 말이, 이들의 활동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역 광장에서 분식점김밥이 조아를 운영하는 김애경 대표도 처음엔 군청이 나선 줄 알았다고 했다.

처음엔 용역업체에서 나온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자원봉사자들이라 정말 놀랐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묵묵히 일하는 걸 보고 감동했죠.”

 

더 나은 칠곡’.

이름처럼, 이들은 오늘도 칠곡을 바꾸고 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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