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조은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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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5 12:39
이 재 근
뭐 이리 지독한 게 다 있을까
깨지고 부서지고 깎여나간 일생이 적나라한 얼굴
어떤 구석과 모서리에도
자신의 상처로 자신을 감춘 표정이 없다
바닥을 뒹굴며 깨우친 적막과 고요만 단단하다
바닥을 꾹 누른 자세를 전혀 흩뜨리지 않는다
평생 한 자리만을 산 권태와 무력감도 없다
오직 자신이 기억하는 자신에게만 몰두한다
돌은
제 이름 그 이상을 살지 않는다
바람이 떠밀고
안개가 부풀려도
다른 자신으로 절대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도
그 누구를 다른 누군가로 사용하지 않는다
아무도 길들이지 않고
누구에게도 길들여지지 않는다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돋보이게 만드는,
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한다
뒹굴고 부서지고 깎여도
처음의 얼굴과 똑같은 속이
금방 또 똑같은 얼굴이 되어 자신을 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어떤 불안도 없이
* 작가소개: 영남대 영문과 졸업. 계명대 문예창작과 석사. 2015년 <발견> 가을호 등단.
기사등록 : 조은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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