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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자기자 0 9198


                                                                             이 재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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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리 지독한 게 다 있을까

깨지고 부서지고 깎여나간 일생이 적나라한 얼굴

어떤 구석과 모서리에도

자신의 상처로 자신을 감춘 표정이 없다

 

바닥을 뒹굴며 깨우친 적막과 고요만 단단하다

 

바닥을 꾹 누른 자세를 전혀 흩뜨리지 않는다

평생 한 자리만을 산 권태와 무력감도 없다

오직 자신이 기억하는 자신에게만 몰두한다

 

돌은

제 이름 그 이상을 살지 않는다

바람이 떠밀고

안개가 부풀려도

다른 자신으로 절대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도

그 누구를 다른 누군가로 사용하지 않는다

아무도 길들이지 않고

누구에게도 길들여지지 않는다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돋보이게 만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한다

뒹굴고 부서지고 깎여도

처음의 얼굴과 똑같은 속이

금방 또 똑같은 얼굴이 되어 자신을 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어떤 불안도 없이

* 작가소개: 영남대 영문과 졸업. 계명대 문예창작과 석사. 2015<발견> 가을호 등단.





기사등록 : 조은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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