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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존태 詩, 낙엽 외 1편

김영숙기자 0 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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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존태 시인 ~


지금 꼭 떠나야만 합니까

그렇게 믿을 수 없습니까

어느 날 시뻘겋게 낯꽃이 변하더니

기어코 등을 돌리고 떠나버린 그대

 

내 뜰에 수북이 쌓인 그대 편지

하나하나 돌아봅니다

푸른 손으로 쓰신 글씨마다

믿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대가 꽃으로 써주신 사연을 읽다가

열병을 앓았습니다

끝내 사랑을 깊이깊이 품었습니다

 

산도 심어주고 바다도 묻어주었습니다

그대에 대한 꿈을 내 심장에 담을 때는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수많은 밤을 그리움에 떨었습니다

주신 것은 사랑이지만 받은 것은 고통이었습니다

 

떠나는 이유를 물을 새도 없이

내 뜰에 피눈물이 묻어나는 사연만 남긴 그대

꼭 그렇게 떠나셔야 했습니까

진정 나를 믿을 수 없었습니까

 

 

 

나무야

 

 

나무야

세월을 한바퀴 더 돌고

이 자리에 섰는데

너는 알지

나의 모습을

 

전설을 들려주고

꿈도 배우던

삼촌네 원두막

지금은 흔적도 없구나

첫사랑 일구었던 그 꽃밭

꼭 우리 민대머리 그대로다

 

나무야

풍문으로라도 들었지

내가 살아온 삶을

헛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진실하지 못했구나

 

나라가 어려울 때

총알을 피해 뒷전으로 숨었고

그렇다고 불꽃이 되어 활활 타오르지 못했다

무엇보다 두 동강 난 이 땅을 위하여 울어보지도 못했다

 

나무야

천년도 살고 이 천년도 산다는데

내 고백을 꼭 듣고 싶냐

스스로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기를 바라느냐

 

날마다 화장을 하다 보니 내가 내 얼굴조차 구별하지 못하지만

나무야 너처럼

내 두 손 들고 하늘을 향하여

부끄럼 다 토해내야지

 

그러나 나무야

내가 사람이었다면

너를 지금까지 내 문 밖에 세워두지 않았을 것이다

나무야

 

 

이존태 약력

전주완산여자고등학교 교장 역임. 전주예벗교회 원로장로

2019<동방문학> 신인상 수상 전북문인협회회원 전북PEN문학회회원 교원문학회회원

시집 <죄인의 꿈> <꽃의 고백>

 

55152

전주시 완산구 효천중앙로 50(리버클래스) 3081304

leejinsa2@hanmail.net

010-7299-1049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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