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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덩이

조은자기자 0 8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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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덩이


                                                           이존태

 

어둠이었다

빈 손이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

뼈속 깊이 저미어드는 슬픔과 아픔만을 가득 채워 살았다

배고파 새경 쌀 4가마 반에 팔고 눈물까지 먹었다

그때 우리 동네 어린아이 하나는 피죽도 못먹고 구름이 되기도 했다

 

 

자식이 웬수지

어머니는 한 사발 물로 빈 속을 채워고

우리는 술찌기를 먹으며 비틀비틀 학교에 갔다

우리는 조금씩조금씩 빛을 가졌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눈부신 달덩이를 꿈꿨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비겁하지 않았다

그 어떤 고문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죄인이 되어도

절대 무릎을 꿇을 수가 없었다

달덩이를 가슴에 품고 살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품은 달덩이가 다시 어둠으로 돌아가는데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까

배고픔을 어떻게 견딜까

저 힘 좋은 나라가 우리에게 새경은 줄까

어릴적 잃어버린 아버지는 찾아줄까

, 우리는 다시 새로운 달덩이를 품어야 한다

 

 

 

*작가소개: 이존태

*완산여자고등학교 교장

*위 시는 문학 전문지 <시와 산문> 2020 여름 106호에 실린 글입니다.





기사등록 : 조은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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