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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존태 詩, 도돌이표 외 1편

김영숙기자 0 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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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존태 시인 ~


도돌이표

 

뒤돌아보세요

앞으로 가는 것만 능사가 아닙니다

잠시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보세요

소리만 질러대지 않았나요

이웃에 상처는 남기지 않았나요

능숙한 반주자의 연주 들으면서

뒤돌아보세요

 

이제야 알겠습니다

음정도 박자도 맞추지 못해

화음을 자주 깨트려 불안하게 했습니다

내가 살아남았던 것은

지휘자의 능력이었습니다

불협화음을 오히려 조화롭게 만든

이웃의 배려였습니다

 

문제가 있었던 곳까지 돌아가 보세요

처음과는 다르게 부르세요

되도록 목소리도 낮춰보세요

귀를 열어보세요

내 소리가 사라지면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틀거리던 박자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관중을 만나고 자연을 만날 것입니다

자유와 신념을 가득 붙드세요

이제 힘을 얻으세요

 

뒤돌아옴을 다 마치고는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울분도

가슴 미어졌던 아픔도

하늘 저 멀리 터트려 보세요

잃어버린 나를 만날 것입니다

상처는 치유되고 평화만 넘칠 것입니다

앞으로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가끔 뒤돌아서서 자기 노래 들어보세요


애벌레의 꿈

 

 

한 마리 나비가 날다

비록 작지만 내 눈엔 하늘 가득하다

깊은 소리 움켜 안고

그 아픔 다 말할 수 없어

단지 작은 하늘을 날고 있다

그 날개

그리움과 꿈이 가득하다

사랑보다도 더 아름다운 그 나비 짓

 

우리 한때 다 그랬다.

먼지 구더기 속을 더듬을 땐

너무 억울하고 고통스러웠다

소름이 돋아나도록 추한 모습으로

버려진 그 시절

이 땅 한 번 채 기어 다니지도 못하고

꿈틀거린 것이다

밟히는 것조차 징그러운 존재

네가 하늘을 나는 꿈이 있었다니

, 나는 애벌레였다

 

그 꿈을 온몸으로 안고

헤매던 세월

잠시 멈추어서 되돌아본다.

다 손가락질하여도

연녹색 이파리를 사모하며 살았다

청정한 하늘빛 울타리에 곱게 고인

맑고 깨끗한 물을 마시고 살아왔다

비록 어둠 속에 묻혀버려 있었어도

꽃 위에 소리 없이 돌아올 내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내 손톱 밑에서 피어오른 척박한 삶보다

꿈꾸는 생명, 더 아름답다.

수만의 실타래로 다시 묶고 또다시 묶어

自乘의 언덕을 오르는 길

수십 억겁의 번뇌를 풀어내는 그 길

, 번데기 삶이여

 

일어나리라

비록 어둠에 갇혀 있어도

빛을 향한 그 숱한 날갯짓

작은 구멍 하나에서 푸른 하늘 솟구칠

그 힘 넘칠 때까지

날개야 솟아나거라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아도 좋다

지난 아픔 꼭 말하지 않아도 좋다

큰 힘을 가지지 못해도 좋다

그 고운 날개에

순하디순한 세상 피어나리라

 

큰 꿈 꾸며 집으로 돌아갈 때

칼날 딛고 일어선 세상

서러운 가슴에 푸르게 담고

새 꿈 알집 되어 더 밝게 오리라

 

 

 

이존태 약력

 

전주교육대학 졸업

원광대학교 국문과 졸업

전주완산중학교, 전주완산여자고등학교 교장 역임

한국기독교장로회 전주예벗교회 원로장로

2019<동방문학> 신인상 수상

시집 <죄인의 꿈> <꽃의 고백>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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