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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이존태 作 "지렁이"

김영숙기자 0 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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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이존태 선생 ~


차라리 어둠이 좋다

처음부터 길은 없었고

밝은 곳 나가봐야

허리 펼 수도 없다

자칫 밟히기 일쑤고

눈부신 세상

눈 뜨고는 살 수 없다

꿈틀거려보지만

꿈틀거릴수록 짓이겨지고

징그럽도록 시뻘건 마음

받아줄 곳 어디도 없다

빼앗길 것 없지만

이웃이 더 무섭고

어쩌다 다녀간 사랑 때문에

사랑이 참 지겹다

배고파도 먹을 게 따로 없고

이 땅 이 흙이 보약이다

벌릴 손도 받을 손도 없으니

비겁할 필요 없어서 좋다

빛이 없어야 차라리 행복하고

귀 없으니 눈치 볼 이유 없지만

죄는 없어도 숨어 사는 한 세상

지렁이 같은 내 삶이여

 

 

동방문학 2019년 등단

시집 <죄인의 꿈> <꽃의 고백>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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