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이존태 作 "지렁이"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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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5 13:57
차라리 어둠이 좋다
처음부터 길은 없었고
밝은 곳 나가봐야
허리 펼 수도 없다
자칫 밟히기 일쑤고
눈부신 세상
눈 뜨고는 살 수 없다
꿈틀거려보지만
꿈틀거릴수록 짓이겨지고
징그럽도록 시뻘건 마음
받아줄 곳 어디도 없다
빼앗길 것 없지만
이웃이 더 무섭고
어쩌다 다녀간 사랑 때문에
사랑이 참 지겹다
배고파도 먹을 게 따로 없고
이 땅 이 흙이 보약이다
벌릴 손도 받을 손도 없으니
비겁할 필요 없어서 좋다
빛이 없어야 차라리 행복하고
귀 없으니 눈치 볼 이유 없지만
죄는 없어도 숨어 사는 한 세상
지렁이 같은 내 삶이여
◇동방문학 2019년 등단
시집 <죄인의 꿈> <꽃의 고백>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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