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頭칼럼, ‘교단에서의 추억’
~光頭 이순락, 본지 발행인 ~
저는 젊었을 때 대학 강단에서 대략 13년여 학생들과 마주했습니다. 그런 시절 중에 지금도 가끔씩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특히 국립안동대학교(무역학과)에 시간강사(요즘 말하는 초빙교수)로 수년간 강의했었던 일이 있었지요. 근데 쉬는 시간에는 학과장 교수님이 자기 방(연구실)을 사용토록 하라는 배려를 받았습니다. 학과장 교수님은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이었기에 그런 편의를 제공받게 되었습니다.
그 연구실에서 쉬고 있는 중에 조용한 노크소리가 있어 "네"라는 대답을 하면 학생 한 두 사람이 자판기 커피 한잔씩 들고 들어와 인사를 합니다. "교수님 지난 일주일간도 잘 지내셨는지요? 사모님께서도 안녕하시며, 자제분들도 무탈히 잘 계신지요?" 하면서 두 손으로 종이컵 커피 잔을 주지요. 근데 쉬는 시간마다 학생들이 바뀌며 돌아가면서 찾아와 인사를 했습니다.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은 지금도 기억이 선연합니다. 인사하는 내용도 거의 판박이처럼 학생들이 꼭 같이 그랬습니다. 그들은 매주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그렇게 예(禮)를 다 한 인사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아 안동사람들이 양반이라는 말이 다름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반면에 제가 대구 ㄱ전문대(현 ㄱ문화대)산학협동겸임교수(8년여 근무)로 있을 때를 회상해 봅니다. 당시 저는 6명의 겸임교수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연구실(사무실 ㆍ방)을 이용ㆍ쉬는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을 떠들썩하게 두드리는데 이는 노크가 아닌 마치 감정에 맺힌 싸움을 거는 사람의 침범처럼 들리곤 했습니다. 아무튼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네"라고 하는 신호 즉 ‘들어와도 좋습니다.’는 식의 대답을 합니다. 그러면 슬리퍼를 덜덜 끌고 점프차림으로 쟈크도 올리지 않은 채로 대뜸 “교수님, 뭐 한잔 없습니까?”하면서 눈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소위 학과 대표이며 군필 복학생이라는 학생이...
“예(禮)는 학문에 앞선다”, 공자
안동(안동대)과 대구(ㄱ전문대) 학생들의 행동이 너무도 비교가 되었지요. 제가 대학 다녔을 때를 다시 회상해 봅니다. 법대 건물 벽면에 커다랗게 “예(禮)는 학문에 앞선다.”는 공자님의 말씀이 가슴 깊게 새기게 했습니다. 그런 영향일까요. 아무튼 교수님께 호출을 당하거나 혹은 상담할 일이 있어 교수님 연구실을 방문할 땐 늘 이랬습니다(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즉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혹시 옷(상의)에 무슨 먼지ㆍ티끌이나 비듬이 붙어 있지 않은지, 구두는 깨끗한지 세심히 살펴보고 심호흡을 하며 연구실 앞으로 가지요. 어떤 때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방금 확인한 복장이 또 신경이 쓰여 다시 화장실로 가서 옷매무새를 점검한 뒤에야 다소간의 마음을 놓고 교수님의 연구실 문을 조용히 노크를 하였지요.
세월이 유수라고 벌써 저 자신이 70도 훌쩍 넘은 노인이고, 더구나 지난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라 감회가 남다른 느낌에 몇 자 추억담을 써보았습니다. 30여 년 전 이곳 구미(선산)에 왔을 때는 선산 뒷골에 대학(선주전문대학) 설립의 명을 받고 반대급부로 ‘부학장’보장을 받으며 왔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장춘몽으로 공중분해 되었고, 지금은 젊었을 때와 달리 ‘노인대학’에서 봉사할 수 있게 되었으니 기회를 주신 분께 그리고 하나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더구나 ‘스승의 날’이라 하여 노인대학 학생임원회에서 정성의 선물도 주심에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광두쓰다. 2025.5.16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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