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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두]회상(回想), 캠퍼스의 추억

이순락기자 0 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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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개인 오후 금오공대 캠퍼스를 방문했다. 교정에는 벚꽃이 만개를 하여 학교를 찾는 사람들을 화사한 미소로 맞아주고 있는 듯했다. 교정을 거니는 학생들의 발걸음도 가볍고 경쾌해 보였다. 벚꽃이 한창인 캠퍼스는 낭만 그 자체였다. 축제가 없어도 봄이라는 계절이 가슴을 설레게 하고, 꿈과 낭만을 부풀게 하는 것이다. 이런 멋진 환경 속에 직장을 가진 교수들이며 교직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전국의 어느 대학할 것 없이 대학 구내의 풍경은 거의가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다만 한 자리에서 수십 년의 전통을 가진 대학 캠퍼스 건물은 더욱 그 중후함과 함께 낭만과 멋을 더하여 주리라.

필자가 과거 십여 년 넘게 강사로, 교수로 근무했던 대구의 ㄱ대학의 구 캠퍼스는 미국 선교사가 일으킨 대학이라서 그런지는 모르되, 붉은 벽돌의 중세 유럽풍 정취가 깊이 베어 드라마 촬영 장소로서도 상당한 유명세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학 5월의 교정은 보석 같은 보물이 따로 있다. 캠퍼스를 온통 휘감으며 적시게 하는 라일락 향이 가득한 것, 그것이다. 강의 중에 창문을 열어젖히면 강의실도 온통 라일락 향내로 가득 채웠던 것이다. 4월의 꽃이라는 우아한 품격을 자랑하는 목련과 드문드문 서서 화사함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한 벚꽃이 사라진 자리를 5월의 라일락이 어김없이 차지하고 메워준다. 라일락 향내는 그렇게 캠퍼스의 모든 이들을 설레게 하곤 했던 기억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지금부터 반세기 전쯤으로 되돌아가면 필자의 대학 학창시절이 있었다. 재주 없는 머리 탓인지, 아니면 운명(?) 탓인지는 모르지만 고등학교 입학 때도 재수, 대학 입학 역시 재수를 하여 들어갔다. 부산의 대덕산 숲속에 캠퍼스가 자리한 ㄷ 대학은 참으로 잊을 수 없는 꿈과 낭만이 가득했던 아름다운 곳이었다. 회색의 석조 건물로 육중하게 자리 잡은 도서관, 필자가 다녔던 법대 건물 복도 끝에는 “예(禮)는 학문에 앞선다.”는 공자(孔子)님의 말씀이 볼 때마다 압도하는 엄숙함이 서려 있었다. 잔디밭이 정말 잘 가꾸어진 정원의 나무 그늘 아래는 여기저기 벤치가 있어 우리들은 언제나 화제가 만발하는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당시에는 남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담배를 즐겨 피웠다. 담배를 한 갑사면 여럿이 둘러앉아 순식간에 동이 나버리곤 했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늦게 찾아 온 친구가 “야, 담배 한 대 주라.”고 하면 “야, 임마. 오늘 날도 좋은데 눈 밝으면 (꽁초)주워 피워!”하며 격의 없는 농담으로 응수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군에 제대를 한 후 복학을 했을 땐 여학생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ㅂ대학을 다니는 동네 친구가 부러운 듯이 말했다. “아, 이 형. 이 형은 참 좋겠오. 우리 학교는 여학생이 별로 없어서 재미없다 아이요. 여학생 하나 소개 좀 해주소.”하곤 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 대학엔 여학생들이 참으로 많았다(그 당시 기준으로). 요즘 같은 봄날이면 점심시간에 여학생들이 도시락을 들고 캠퍼스 뒤에 있는 울창한 소나무며 전나무, 낙엽송 숲속으로 가서 둘러앉아 소풍 온 기분으로 점심을 먹곤 했었다. 그러니 당연한 듯이 남학생들도 줄이어 숲속을 찾곤 했다. 옹달샘 샘물을 약수로 마시면서 당시에 있었던 ‘한일협정 반대’ 등에 대한 토론도 얼굴 붉혀가며 했던 기억들도 떠오른다.

‘박건’이라는 가수의 ‘사랑은 계절 따라’라는 대중가요가 유행했으며, 청바지에 얄궂은 티셔츠를 걸치고, 통키타를 치며 포크송에 심취하기도 했다. 지금은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험한 세상 다리 되어’니 ‘철새는 날아가고’ 등의 외국 팝송이 한창 유행했던 시절이었다. 교내에서 학내 행사가 있으면 통나무 통에 가득 담긴 막걸리를 교실에 혹은 교정 잔디밭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부어라 마셔라 하며 지냈던 멋진 추억들도 잊을 수가 없다.

이 봄볕 가득한 날, 생각을 깊게 하는 가을날의 오후인 것 같다. 우연찮게 대학 캠퍼스를 거닐며 젊은 날의 초상(肖像)처럼 되돌아보는 추억의 시간이었다. (2017.4.6)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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