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두]‘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으로 뭇매 맞는 문재인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유승민과 문재인 후보 간의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문답이 이슈가 되고 있다. 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한·미 동맹 약화의 책임론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 유 후보가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라는 말의 뜻을 아느냐고 묻자 “모르겠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코리아 패싱’이란 말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이슈에서 한국이 빠진 채 논의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한반도 안보 현안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것을 일컫는다. 우리의 서글픈 외교 현실이다.
중앙일보에 <나경원 “‘코리아 패싱’ 모르는 문재인, ‘안보 위기’ 잘 알지 못해 우려”>라고 보수·우익 신문답게 문재인 후보를 흔들고 있다. 내용을 보면 이렇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JTBC TV토론에서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모른다”고 답한 것에 대해 “콩글리시니 뭐니를 떠나서, 왜 지금 대한민국이 ‘안보 위기’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외교안보 문제가 이슈의 중심에 있어 온데다 언론에서도 계속 써오던 용어라 모른다는 답변에 놀란 것이 사실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런데 필자의 입장은 나경원 의원의 견해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소위 언론 밥을 먹는 필자도 솔직히 ‘코리아 패싱’이 무슨 말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안보 위기’상황은 모를 리 없지만. TV는 거의 보지 않아도 신문의 경우 중앙지인 D일보를, 그리고 지방신문인 G일보를 보고 있으나(2개 신문 모두 우익·보수언론) 필자의 부주의 탓인가. 이 용어를 눈 여겨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나간 신문을 죽 훑어보아도 찾지를 못했다. 문재인 후보가 “모르겠다.”고 말한 이 후에야 알게 되었음이 사실이다.
그런데 방송 대담의 앞뒤를 살펴보면 문재인 후보가 ‘용어’는 몰랐을지 모르지만, 미국, 중국, 북한 심지어 일본과 관련되는 북핵 위험에 대한 외교적 현상을 그대로 꿰뚫고 있음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나경원 의원이 문재인 후보를 흠집 내듯 그런 수준은 결코 아니었음을 누구나 쉽게 이해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변명 같지만 필자가 단순히 문재인 후보가 ‘모르겠다.’는 것을 감싸기 위한 말로 한 것이 아니라 정말이지 ‘코리아 패싱’이 무슨 뜻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패션(passion)’은 ‘열정’이라는 뜻인데 하면서 외교적 문제이기에 본 뜻(코리아 패싱)을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말이다. 필자의 경우 젊은 시절엔 ‘영어로 밥 먹고 사는’ 직업에 있었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자부한다. 무역 실무 전문가로 40여 개국 이상 수출 세일즈 활동을 했던 배경이 소위 콩글리시 수준이었지만, 영어신문 타이틀을 보면 비교적 거의 해득을 할 정도였으니… 그런데 그런 정도의 수준(?)에, 현직 기자로 특히 시사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있어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지난달 30일 문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며 ‘3D프린터’를 “삼디 프린터” 라고 읽은 바 있다. 이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전문가 사이에서 통용되는 단어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문 후보는 경남 창원에서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정책을 발표하며 “각 기업은 차세대 ‘오지(5G)’ 통신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주파수 경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도 말했다.
‘삼디’, ‘오지’ 와 같은 표현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문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무슨 홍길동입니까? 3을 ‘삼’이라 읽지 못하고 ‘쓰리’라고 읽어야 합니까?” 라는 글을 게시하여 댓글이 무수히 올랐던 일도 있었다. 아무튼 문재인 후보가 더 이상 영어용어로 인한 수난을 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더구나 이런 사소한 일로 대통령 후보에 대한 비인격적인 흔들기는 더 이상 없기를 또한 바라는 바이다.
2017.4.26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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