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두]블랙리스트, 천당에만 없는 것일까?
블랙리스트 문제로 탄핵정국이 크게 요동을 치고 있다.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내용을 간추려보면 대개 이렇다. 즉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의혹의 정점에 선 인물이자 ‘총설계자’로 알려진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실행자’인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1일 동시에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에 밉보인 문화예술인들을 ‘좌파’로 낙인찍어 각종 지원에서 배제하는 반헌법적인 정책을 은밀히 추진했다는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특검팀의 관련 의혹 수사 대상자는 박 대통령 하나만을 남겨두게 됐다.
앞서 특검팀은 청와대와 문체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며 문화·예술 분야에 개입한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사상·표현·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반헌법적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그런데 박대통령은 자신은 전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하면서 특검팀 관계자를 비롯 말을 퍼뜨린 기자들에 대해서 형사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블랙리스트에 관한 사전적 의미를 보면 이렇다. ‘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들의 명단.’ 흔히 수사 기관 따위에서 위험인물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마련한다. ‘감시 대상 명단’, ‘요주의자 명단’이라는 뜻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하나의 조직사회 속에서 이런 블랙리스트의 대상자로 지목되거나 찍혔다(?)면 당하는 불이익 이상의 정신적 피해도 커지 않을 수 없다. 일상에서 가장 자유분방하며 표현의 자유를 구가하는 부류가 바로 문화예술인들이 아니겠는가. 그들 중에서 일부이긴 하겠지만 블랙리스트로 찍혀 지원받을 수 있는 혜택을 못 받게 했다면 그 당사자는 얼마나 참담한 심정일까.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특히 개신교(기독교) 사회에서도 이런 블랙리스트로 관리되고 있는 신도들이 무수히 많다고 하면 필자만의 지나친 생각일까. 결코 아니라고 본다. 교회라는 하나의 조직 속에서도 축소된 정치판이나 같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아랑곳없이.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부 교회들의 현실을 보면 거짓말처럼 목회자들이 신도들을 패 갈림으로 나누어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자신의 목회 방침에 다른 의견을 표출할라치면 그런 자들에 대해서 토론은 차치하고, 설득이나 교육으로 품기보다 ‘분열’을 조장하는 자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말인 ‘순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따르는 무리에게 알게 모르게 지시한다. 반대하는 자들을 ‘왕따’시키도록 말이다. 이게 블랙리스트가 아니고 무엇인가.
더구나 교회엔 거역할 수 없는 ‘목사=하나님’이라는 등식이 존재하고, 신도들이 목사를 그렇게 만들고(?), 목사는 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의 통치방식이 저런 것인가’할 정도이다. 그러한 교회일수록 그곳은 이미 하나의 철옹성 같은 소왕국이 형성되어 있어 장기집권 내지 목사세습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단이나 사이비를 탓할 처지마저 못되는 것이 아닌가.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감히 ‘건의’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것은 목사와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 된다. 즉 하나님의 일에 ‘순종’하지 않고 ‘거역’하는 행위가 되어, 목사로부터 가혹할 정도의 저주적인 언어의 폭력과 ‘왕따’를 당하는 블랙리스트를 자초하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없는 세상, 천당에만 가능할까?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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