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두칼럼]당랑거철(螳螂拒轍)과 사필귀정(事必歸正)
6.13지방선거에서 보았던 투표의 결과는 지금까지의 상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전국이 파란색(더불어민주당의 이미지 색상)으로 물들게 했다. 그렇지만 대구와 경북, 이른 바 TK는 빨간색(자유한국당 이미지 색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임의적 판단은 대구·경북은 빨강색이 아닌 보라색인 것이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합쳐진 조화의 보라색으로. 얼핏 보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일색으로 채워진 것 같지만 곳곳에 파란색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시·도의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의 텃밭’을 자처하던 대구와 경북이지만, 사실은 파란색의 파도에 고립된 변방의 꼴이 되었다. 대구경북의 민주당 득표율이 30~40%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구경북은 빨강색이 아닌 보라색인 것이다.
보수의 심장이 뚫린 구미, 민주당 시장의 역사적 입성
지난 30여 년간 보수의 본산으로서 TK 독식 구조 속에 구미는 ‘보수의 성지’ 내지 ‘보수의 심장’이라는 아성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구미시장은 민주당 장세용 후보가 당선됨으로서 박정희 前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마저 무참히 무너졌다. 이변 중의 이변이 아닐 수 없다. 시민이 승리한 선거였고, 이제 전국 어디에 가든 구미 시민 됨이 자랑스럽다.
민주당 장세용 후보가 처음 구미시장 후보로 나섰을 때 지인 중의 한 사람이 말했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이 아닌가...” 필자 역시 그 의견에 수긍을 했다. 구미에서 진보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면 그것은 ‘빨갱이로 몰리기 십상인 지역정서’라는 풍토가 그랬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래도 이번엔 한 번 해볼 만한 것 아닌가”라는 의견도 많았음은 사실이다.
당랑거철(螳螂拒轍)
당랑거철이란 중국 고사성어에 나오는 말이다. 즉 ‘사마귀가 수레를 막는다.’는 말로, 자기 분수를 모르고 상대가 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과 대적한다는 뜻이다. 말(言)의 배경을 보자. 춘추시대 제(齊)나라 장공(莊公)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장공이 수레를 타고 사냥터로 가던 도중 웬 벌레 한 마리가 앞발을 도끼처럼 휘두르며 수레를 쳐부술 듯이 덤벼드는 것을 보았다. 마부를 불러 그 벌레에 대해 묻자, 마부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저것은 사마귀라는 벌레이옵니다. 이 벌레는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을 모르는데, 제 힘은 생각하지도 않고 적을 가볍게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자 장공은 이렇게 말하면서 수레를 돌려 피해 갔다고 한다. “이 벌레가 사람이라면 반드시 천하에 용맹한 사나이가 될 것이다.” (두산백과 인용)
민주당 후보로 구미시장에 나선다는 것은 시도하는 그 자체가 무모함을 빗댄 표현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민주당 후보가 당당하게 당선됐었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 필자의 생각은 이번 선거의 결과가 곧 ‘사필귀정’(事必歸正)이었음을 말하고자 한다.
선거결과는 사필귀정(事必歸正)
사필귀정은 설명의 나위 없이 ‘무슨 일이든지 결국 바르게 처리된다.’는 뜻이다. 다름 아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보수 집권자들의 안일한 사고와 태도가 오늘의 구미경제를 ‘말아 먹었다’는 것은 절대다수의 시민들이 하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유독 그동안 집권 여당으로 군림했던 보수정당인 한국당만 이런 이야기를 외면하고 듣지 않았다.
이번 6.13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야권(특히 한국당)을 심판하는 선거였다고 보아야 한다. 동아일보(6.15자) 1면 톱기사 타이틀이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다. “보수의 심장도 보수 심판했다”는 것이다.
“한국당, 너무 못해 찍기 싫었다”는 제목도 있다. 여당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 지난 정권의 적폐청산, 미국과 북한의 평화회담 등으로 선거운동은 물 만난 고기 떼처럼 신바람이 났다.
반면에 야당인 한국당은 턱도 없는 안보불안, 경제 파탄론으로 견제했지만 국민들은 외면했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나라를 송두리째 북한 넘기고 있다.”는 등의 궤변과 품격 없는 특유의 막말을 쏟아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있는 동안 홍준표가 있어야 민주당이 계속 이길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말이 떠돌 정도가 아닌가.
새마을과 업무 재조정, 새마을테마파크의 복합적 용도변경 반드시 필요하다
구미는 박정희 前대통령에 대한 외통수적 시정방향과 사업들이 너무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장세용 후보가 市새마을과 업무의 재조정과 새마을테마파크에 대한 광의의 다목적 사용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러한 제안에 대해서 지나치게 뻥튀기 식 확대해석한 한국당 이양호 시장후보 측 대응이 장세용 후보의 패착에 버금가는 과오를 범했던 것으로 보였다.
즉 그 바쁜 선거운동 기간에 시·도의원 후보들을 동원하고, 선거운동 자원봉사자들 까지 합세했지만 시민들은 외면했다. 결국 구경꾼보다 풍각쟁이가 많은 ‘그들만의 잔치’가 되었고, 이양호 시장 후보 1인을 위한 기획행사는 실패작이었던 것이다.
장세용 시장 당선자가 제시한 ‘새마을과’ 축소·조정 방안과 새마을테마파크에 대한 경북도 출신 독립지사, 유공자들의 기념관 조성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을 두고 반발의 조짐이 크게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구미 = 박정희의 새마을 도시’라는 등식의 변형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새마을 이름을 빙자하여 저지른 적폐와, 새마을테마파크 조성에 천문학적 세수투입으로 완공하고도 운영비 문제로 문을 못 열고 있는 사정을 그들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것이 아닌가.
장세용 시장 당선자가 “청렴한 구미, 공정한 구미, 시민이 주인인 구미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뼈있는 소감에 박수를 보낸다. 그는 대학교수 시절에 <도시와 로칼리티 공간의 지형도>라는 도시재생 전문 학술서를 지은 바가 있다. 그에게 구미경제의 리모델링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을 시민들은 크게 기대하고 있다.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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