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파업, 볼모 잡힌 국민건강,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라
~光頭 이순락, 본지 발행인 ~
대한전공의협회 집단 휴진·파업, 국민 건강 외면·위협
지난 8월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24시간 집단휴진에 들어가면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연차를 쓴 전공의들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총 9383명, 전체 전공의 중 69%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일부는 헛걸음 하는 등 불편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오는 14일에는 전국 개업의들을 중심으로 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의사들이 국민건강을 볼모 잡고 있다’는 국민들의 불만과 원성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반면에 대한전공의협회의 주장도 이날 발표한 ‘전공의 1차 단체행동 결의문’을 정부 측에서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특히 ‘전공의-정부간 상설소통기구 설립’과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등 최근 이슈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소통’희망에 관한 것이다.
소통부재는 양 당사자 모두의 책임
지난달 7월 2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정협의회가 김태년 원내대표의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동시에 대한의사협회는 같은 시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인력 증원과 관련한 일방적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날(7.23)의 정부·여당 측과 대한의사협회 양 측 모두 대화의 창구는 닫혀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이른 바 ‘죽(竹)의 장막’을 치지 않은 이상 대화가 없었다는 것은 일반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사태 속에서 우리 정부와 의료계의 헌신적 노력과 봉사로 전 세계가 찬탄해 마지않는 의료선진 국가가 아닌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파업’하는 사태가 일어났으니...
보건의료노조 “현장인력 절대 부족,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
“환자안전, 불법의료 근절 위해 의사 정원 반드시 늘려야”
위의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나순자)의 주장에 관한 것은 8월8일자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의 보도문을 인용했다. 즉 노조는 의사 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불법 의료 실태를 공개하며, 공공의과대학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 정책임을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불법의료는 간호 인력으로 구성된 PA(Physician Assistance, 진료보조인력)가 의료 현장에서 의사 인력 부족에 따른 진료 공백을 메우는 것을 말하며, 이는 의료법상 권한이 없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불법의료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밝힌 간호사는 “의사 업무를 대행하기 위해 병원 현장에서는 경력 간호사를 PA로 파견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를 전담해서 케어하는 간호 현장에서는 경력 간호사가 없어 환자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전공의협회나 대한의사협회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의사 4000명 늘려 의료 불균형 해소”
보건복지부는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올해 고교 2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3458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역의 경우, 지난 2018년 4월 11일 경북일보 “포항에 의과대-대학병원 설립하라”(곽성일 기자)는 보도 내용을 보면 ‘포항시가 의과대학 없는 전국 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도시라는 오명을 갖고 있어 지역 의료수준 향상을 위해 의과대학 병원 설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국 의과대학 병원 분포 현황에 의하면 포항보다 도시규모가 작은 경남 진주시(경상대학교병원)와 강원도 원주시(원주 연세대 세브란스 기독병원), 전북 익산시(원광대학교병원), 제주시(제주대학교병원) 등 4개 도시에 대학병원이 소재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 의사 수가 전반적으로 부족하고, 일부 필수분야 인력은 더 부족하다는 것이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이유다. 실제 우리나라 인구 1000명 당 활동 의사 수는 2017년 기준 2.3명(한의사 포함)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4명에 크게 못 미친다. 지역 간 불균형은 더욱 심하다. 자료에 의하면 2019년 기준 서울은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가 3.1명, 강원은 1.8명, 경북은 1.4명이다. 전국 의사의 절반이상이 전체국토의 10%에 불과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응급질환이나 뇌졸중 같은 뇌질환 사망률이 강원 영월군의 경우 서울 동남권 보다 2배 이상 높다. 어느 지역에 살든 우수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동아일보8.821면 참조).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의사 수 확대는 불통, 오만, 독선, 독단”이라 선동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정부는 의사 수 확대를 불통, 독단으로 밀어 붙였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심지어 “의사를 지역에 할당하겠다는 이것 또한 국민의 자유를 침탈하고, 유린하는 위헌이다.”고 주장하며 파업에 참가한 회원들로부터 박수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그들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진부한 공염불에 지나지 않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이해가 불가한 것은 파업에 참가한 의사들이 입을 모아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의료 부족 현상은 ‘의사 수 확대’로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혼란만 야기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보건의료노조원으로 지방의료원 근무 중인 모 간호사는 공공의료기관도 의사 부족에 시달린다고 말하면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지만, 의사가 부족하여 코로나 확진 환자를 입원시켜 놓고도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 의사·간호사도 “토론으로 정답 찾아야”
아직도 코로나 보건 위기 상황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집단행동은 분명 명분을 얻기 어렵고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는 비판을 의사협회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의 주장(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8.8자 참고) 즉 “정부, 의료계, 환자, 국민, 보건의료노동자 등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 개최”가 요구된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중지를 모아 집단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보건의료를 위한 차원에서 의사 정원확대와 의과대학 설립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야 함을 주장하고 촉구하는 바이다.
(2020.8.8.)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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