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사설칼럼 > 김기훈칼럼
김기훈칼럼

[김기훈의 칼럼] 2022년 임인년 (壬寅年) 호랑이 해를 맞이하여...

이순락기자 0 40470



e4e43ab5100df49bf13da9960b7d5adf_1639981850_0917.jpg
<필자: 경북대 정치학박사, 현재 농부와 칼럼리스트로 활동>


2022년 임인년은 십이지신(十二支神)으로 “검은 호랑이”의 해이다. 호랑이는 단순하게 용맹하고 사납게 싸우는 것을 일반적으로 인식시킨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다가오는 2022년에는 호랑이의 용맹하고 사나운 기운이 코로나19를 하루 빨리 제압하고 종식시켰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 본다.


우리 역사에서 유독 호랑이와 관련된 전설과 설화가 많이 있다. 그리고 옛날에는 호랑이에게 사람 또는 가축이 잡혀 먹는 호환(虎患)이 많았다는 것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이토록 과거 많은 사람들에게 호랑이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산신(山神)으로 생각하며 신성(神聖)시 하는 경향이 뚜렷하였다. 사찰의 가장 위쪽에 산신각(山神閣)을 찾을 때, 항상 산신령과 호랑이가 같이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고조선의 단군신화에서도 호랑이와 곰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숭배하는 경향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산과 들에서 천하무적의 상징이기 때문에 그렇게 숭배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민화(民話)에서 심심치 않게 사나운 모습의 호랑이보다는 한편으로 귀여운 호랑이를 그려 호랑이와 친근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이 천하무적의 호랑이와 관계된 사자성어(四子成語)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운다는 뜻으로, 곧 힘이 강한 두 사람이 승부를 겨룬다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이 있다. 항상 호랑이가 등장하면 용이 등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또 하나가 풍수지리(風水地理)에서 이야기 하는 좌청룡 우백호(左靑龍, 右白虎)이다.


호랑이 전설 중에 단언컨대 율곡 이이(栗谷 李珥)와 관련된 이야기가 가장 으뜸 일 것이다. 율곡은 강릉 오죽헌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이원수의 고향이 경기도 파주 율곡리(栗谷里)라서 그의 호(號)를 율곡으로 했다. 율곡은 밤나무 골짜기라는 뜻이다.

어느 날 늙은 스님이 찾아 와 어린 율곡이 호랑이에게 잡혀 먹을 운을 타고 났으니 , 밤나무 천 그루를 심어라고 했다. 이 스님의 말에 따라 밤나무 천 그루를 심는다. 그런데 호랑이가 나타났을 때, 두 그루가 죽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밤나무 숲에서 "나도 밤나무" 하는 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이 나무는 옆에 있던 나무에게 "너도 밤나무"잖아 해서 천 그루의 밤나무를 채워 율곡이 호랑이에게 화(禍)를 당하지 않았다는 전설을 대다수가 알고 있다.


우리나라 3대 민속 마을인 성주(星州) 한개마을은 유네스코에 지정될 만큼 역사와 문화가 잘 보존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을 반석 위에 올린 사람이 다름 아닌 응와 이원조(凝窩 李源祚)선생이다.


이원조선생이 18세의 나이로 과거 시험을 보러 충청도 작천의 어느 주막집에 잠을 자고 있는데, 꿈속에 호랑이가 이원조를 잡아먹으려고 주막집 앞에 있는 꿈을 꾼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서 호랑이를 잡는 포수도 꿈을 꾼다. 


포수의 꿈에 신령이 나타나 “이원조는 장차 이 나라의 큰 재목과 인재이니 빨리 구해라”라고 하니, 포수는 잠에서 깨어 이원조가 머물고 있는 주막집 앞을 가보니 실제 호랑이가 있어 총으로 호랑이를 잡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율곡 이이와 응와 이원조의 호랑이와 관련된 전설에서 알 수 있듯이 나라의 큰 인재는 절대적인 호랑이도 잡아먹지 못한다는 것을 설화적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에서 객관적인 사실은 조선시대 당시 호랑이의 피해가 심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2022년에는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각종 지방자치 단체장을 비롯하여 선출직 공무원을 선출하는 중요한 해이다. 대권주자들이 2022년에 선출하는 대통령직을 두고 치열하게 상대편을 공격하며 싸우고 있다. 정말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나운 호랑이가 숲에서 나온다는 맹호출림(猛虎出林)처럼 2022년에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각지에서 많은 출마자들이 맹렬하고 빠른 기세와 위엄으로 선거판에 등장할 것이다. 또한 그들은 국민과 시민을 위하여 저마다 준비된 인물이라고 홍보하고 자랑할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호랑이와 관계된 공자의 정치사상을 한번 살펴보는 것은 정치에 대한 명확한 의미와 함축된 개념을 확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태산문정(泰山問政)은 “태산에서 정치를 묻다”인데, 백성의 고달픔을 살피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라고 공자는 설명했다.


e4e43ab5100df49bf13da9960b7d5adf_1639981995_447.jpg
<공자의 "태산에서 정치를 묻다", 태산문정(泰山問政)>


공자(孔子)가 제나라로 가기 위해 태산(泰山)을 지나고 있는데, 어떤 여인이 슬피 울고 있었다. 공자는 제자 자로(子路)에게 슬피 우는 사연을 물어 보라고 한다. 여인은 자로에게 이 지방에서 호랑이에게 시아버지가 물려 죽고, 남편과 아들마저 잡혀 먹혔다고 했다.


자로는 이사를 가지 않고, 왜 여기서 사느냐고 묻는다. 여인은 “여기는 가혹한 세금이 없기 때문에 호랑이에게 물려 죽어도 여기서 사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자로가 공자에게 내용을 전하자, 공자는 크게 탄식하며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친다.


혹독하고 가혹한 정치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슬픔과 비애를 공자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로 말했다. 공자가 말한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정치"가 오늘날에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그리고 정치는 왜 항상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는지 모두 각자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가 하루 아침에 나아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정치인들이 국민이 호랑이라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의사표시와 관심을 가져야만 지금의 정치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경북미디어뉴스]의 모든 기사와 사진은 저작권법에 따라 무단전재시 저작권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0 Comments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