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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박사 칼럼, "한국은 일본과 일본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순락기자 0 1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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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기훈 정치학 박사,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 구미회 부회장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일본의 특이함을 발견하는데 특히 가미카제(kamikaze, 神風)처럼 자신의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살 특공대식 공격을 보면서 미국과 미국인은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전쟁이후 일본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런지 국가프로젝트 차원에서 19446월 미국 국무부에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가 위촉되어 연구한 책이 바로국화와 칼: 일본 문화의 틀이다. 일본을 다룬 가장 객관적이며 손꼽히는 책으로 현재까지도 평가받고 있다.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인들의 이중성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배우와 예술가를 존경하며 국화를 가꾸며, 동시에 이 국민이 칼을 숭배하며 무사(武士)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린다는 사실에서 베네딕트는 일본의 이중성을 국화와 칼로 표현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인의 양면성을 국화와 칼에 비유하는 것인데, 일본인은 국화처럼 아름다움을 가졌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는 무서운 칼로 상대를 인정사정없이 베어버리는 국민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또 베네딕트는 일본은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이라는 이상과 목표를 가지고 전쟁을 하며, 이 전쟁을 “물질과 정신의 싸움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연구하면서, 베네딕트는 전쟁에서 정신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을 특이하게 보았다. 그리고 일본의 지도자들은 세계 모든 나라는 국제적 계층 조직 속에 제각기 일정한 위치가 주어져 하나의 세계로 통일되어야 하는 것이다라는 사고를 가졌다고 베네딕트는 책에서 밝히고 있다.

 

또 이 책에서는 일본의 정치가들은 산업개발이란 일본에 너무나 중요한 사업이므로 수요와 공급의 시장주의 원칙이나 기업 자유의 원칙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고 설명한다. 당시 베네딕트가 지적한 것처럼, 이번 아베신조 총리의 한국 수출규제조치 역시 국제무역질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논리를 무시한 것을 보면 일본의 아베와 자민당은 베네딕트가 연구하던 그 당시 전쟁을 일으킨 군국주의자 정치인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일본정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알기 위해서는 일본 최고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니토베 이나조(新渡戸稲造)1899년 출판한 일본의 무사도(武士道)를 봐야 한다고 많은 석학들이 평가한다. 일본 화폐 5000엔 권의 인물이 니토베 이나조이다. 그는 미국의 존스 홉킨스대학과 독일의 본(Bonn) 대학에서 공부하고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이 책을 영어판으로 출간하게 된다. 당시 서구 유럽과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도 없고, 도저히 서구적으로는 일본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니토베 이나조는 유럽과 미국 사람들에게 일본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일본의 문화, 전통, 역사가 녹아 있는일본의 무사도(武士道)를 집필하게 된다. 출판과 동시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서구에서 아시아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과 지식인에게는 필독서가 될 정도로 유명한 책이었다고 한다.

 

니토베 이나조는 유럽과 미국의 문화와 도덕의 뿌리가 그리스도교(Jesus Christ)의 성서(聖書)에서 나왔다면, 일본의 전통적 가치관은 종교가 아닌 무사도(Bushido, 武士道)에서 나왔다는 것이 니토베 이나조의 생각과 관점이다. 그는 무사도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교육이념으로서, 일본 고유의 사고방식과 성격을 낳았다고 밝히며, 서구적 사고와 시각으로 일본을 보면 이해하지 못한다고 밝힌다.

 

1905년 러일 전쟁에 승리한 것은 일본에게 대단히 기쁜 일이었다. 그러나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는 미국으로서는 더 큰 기쁨이었다. 잠재적 적()인 러시아를 일본이 대신 싸워 승리함으로서 미국 제26대 대동령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는 일본을 더 없는 우방국가로 생각하면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만난다.

 

이토 히로부미는 미국의 시어도어 루즈벨트를 만날 때 이일본의 무사도(武士道)책을 선물로 줬고, 루즈벨트는 무사도를 읽고 일본에 대해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은 조선을 지배하고, 미국은 필리핀을 지배 한다는 일본 외무상 가쓰라와 미국 육군장관 태프트 간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체결되며, 곧 일본은 조선을 지배하게 된다.

 

니토베 이나조는 유럽과 미국의 지식인과 정치인들에게 일본의 무사도를 잘 포장하여 좋은 측면만을 기술하였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우리 한국의 과거사를 보면 무사도는 한반도의 변방을 침략하여 사람과 재물을 약탈하는 약탈자 왜구(倭寇)에 불과했다. 그리고 조선에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켜 극악무도한 잔인성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마 집단이었다.

 

일본 무사들의 정신적 충격은 1853년 미국 페리(Perry)제독의 증기기관을 이용한 함선과 강력한 대포였다. 일본인들은 페리제독의 함선은 이제까지 보지 못한 우월하고 압도적인 힘으로 보였다. 따라서 일본은 미국의 압도된 힘에 굴복하며 에도(江戶)막부가 그동안 지속하던 쇄국을 포기하고, 미국과 서구유럽의 발달된 기술과 문명을 배우면서 일본은 모든 영역에서 개조(改造)에 들어가 힘을 키우고 배양하게 된다.

 

일본 무사들은 미국의 함선과 대포에게 자기들의 무사도가 더 강한 힘에게 졌다고 생각하고 미국과 유럽에게 고개를 숙이고 무조건 배웠다. 일본은 자기보다 더 강한 존재에게는 무조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가 힘과 기술이 상대와 같거나 세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칼을 뽑아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싸움을 하는 전투 기술자들이었다.

 

일본인은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바꾸는 것은 단 한 가지 경우밖에 없는데, 그러한 경우가 자신들보다 훌륭하거나 상대하지 못할 정도의 압도적 힘을 가진 상대방일 때이다. 그러면 상대방에게 배우고 자기 자신을 바꾸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다고 한다. 일본의 무사도는 무엇보다 힘과 실력이 제일 중요한 덕목이다.

 

니토베 이나조는 일본 무사도를 멋지고, 훌륭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아주 멋지게 표현하지만 일본 무사도 뒤에는 상대가 약하면 빼앗고 죽이는 아주 비겁함을 기술하지는 않았다. 역사를 보면 일본의 무사도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빼앗는 잔인함과 폭력성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 일본 무사들의 역사이다. 무사도의 메카니즘은 힘 대결 싸움 강함승리 죽음이라는 순서이다.

 

일본과 일본인은 세계의 모든 것을 작게 만드는 축소 지향적(縮小 指向的) 경향과 문화를 가졌다. 대표적인 예로 정원, 분재, 꽃꽂이가 있다. 우리는 대자연과 어울리려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일본인은 자연에 있는 것을 자기 앞마당과 정원에 옮겨 작게 축소하고 압축하여 갖다 놓고 즐기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세계와 자연을 자기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하겠다. 앞에서 베네딕트가 설명한 세계 모든 나라는 국제적 계층 조직 속에 제각기 일정한 위치가 주어져 하나의 세계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으로서 일본의 축소 지향적 경향과 문화를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것은 일본인이 세계와 자연 속에서 자기들이 질서를 잡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모든 일반관계나 국제관계에서 자기들이 주도적으로 질서를 재편하고 잡아 세계와 국가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을 앞서 설명했듯이 일본 정원에 분재와 나무, , 폭포의 물을 축소하여 만들었던 것이다. 이것은 질서를 반드시 일본과 일본인이 잡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생활화 되었다고 하겠다. 국제질서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자기들은 세계의 중심이고 나머지는 주변부라는 사고로 귀결된다.

 

일본과 일본인의 특이한 정치문화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구를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아버지는 아들에게 물려주는 족벌 승계(族閥 承繼)가 이루어져도 일본인들은 이것에 대한 부정과 저항을 하지 않는 정치 풍토를 가졌다. 한국 같으면 너희들끼리 다해 먹는구나하며 국민들의 손가락질과 원성을 받거나 국민적 저항을 불러 올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도 일본 정치권에서는 가족(家族) 정치가 이루어진다. 일본 아베 총리 역시 이 가족 정치로 탄생한 정치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정치에서 이 가족정치가 오히려 더 혼란이 없다고 하겠다.

 

지금 일본의 아베 총리와 극우 보수세력들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규슈지방의 야마구치현 출신 제국주의자들의 직계 후손들이다. 이들은 과거 제국주의자들이 일본 무사도 즉 사무라이 정신을 확대하여 무력으로 세계질서를 잡아야 한다는 정신을 이어받으려는 생각이 강하다. 아베와 극우 보수세력은 일본의 힘을 다시 부활시켜 일본의 무사도 사무라이처럼 칼을 휘둘러 질서를 잡고 싶어 한다. 그 첫 번째가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한국인 것이다.

 

일본에서 무사도의 흐름은 막을 내린 것이 아니라 지금도 일본 열도를 따라 유유히 흐르고 있으며, 일본 국민들 대다수의 마음속에 무사도가 흐른다고 하겠다. 일본의 아베총리와 극우 보수세력들 이 무사도가 누구보다 강하게 흐르고 있다고 하겠다. 한국은 일본의 36년간 지배를 받고 해방되자마자 6·25전쟁을 겪었다. 가난과 배고픔으로 국민 모두가 노력하여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어 가는 찰나에 일본은 우리 한국의 목덜미를 잡으려고 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국력이 약한 상태에서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그들을 압도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일본은 변화한다. 만약 한국이 경제발전을 지속하고, 가까운 장래에 남북한 통일이 되어 한반도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막강해지면 일본은 만면에 웃음을 숨기지 않고 고개를 숙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의 경제발전과 군사력 확보를 미연에 막으려 하는 것이 그들의 속셈이며 계속적으로 제동을 걸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남북한 평화통일을 가로 막는 장애 요소로 늘 우리 한반도 곁에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국민과 정치인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실력을 쌓기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는 없다. 분명한 것은 일본을 그렇게 쉽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전세계 누구나가 알고 있다. 그들은 언젠가는 군사력을 증강하여 한반도에 영향력을 확대하리라고 필자는 본다. 한국 수출규제조치는 일본인들의 피 속에 흐르는 무사도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첫 단계일 것이다.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 gbm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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