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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칼럼] 2023년 계묘년 (癸卯年) 검은 토끼 해를 맞이하여...

이순락기자 0 33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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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경북대 정치학박사>


다가오는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으로 “검은 토끼의 해”이다. 2022년은 코로나 19가 괴롭히는 와중에도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르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정치권은 밤낮없이 정치는 실종된 채, 이편 저편으로 나뉘어져 싸우는 과정을 여과 없이 국민들이 마냥 지켜봐야 하는 슬픈 시간과 공간이었다.


젊은이들이 이태원에서 안타깝게 죽으면서 국민 모두가 슬퍼하고 아파했던 시간과 공간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2022년은 국민들에게 경제적 어려움과 고통이 더 한층 느끼지는 2022년 임인년 (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였다. 


2022년에서 2023년으로 해가 바뀐다는 것은 싸움을 상징하는 호랑이는 가고, 평화롭고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토끼가 온다는 것을 생각할 수도 있다. 토끼는 지혜와 꾀를 상징하는 동물인데, 여기에서 연유한 사자성어가 바로 교토삼굴(狡免三窟)이다.


교토삼굴은 꾀 많은 토끼가 굴을 세 개를 팠기 때문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는 뜻으로, 교묘한 지혜로 위기를 피하거나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교토삼굴의 이야기는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史記)에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교토삼굴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미에서 맹산군열전을 살펴보기로 하자.


풍환(馮驩)은 제(齊)나라의 재상(宰相)인 맹상군의 식객(食客)이었다. 맹상군은 왕족인 전영(田嬰)의 아들로 이름은 전문(田文)이고, 맹상군은 그의 호(號)이다. 풍환은 본래 거지였지만, 재치와 지혜가 남다른 사람이었다. 풍환은 맹상군이 식객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맹산군을 무작정 찾아 간다. 


맹상군은 풍환을 3등 숙소(宿所)에 배치했다. 그러자 풍환은 고기 반찬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래서 2등 숙소로 옮겨 주었는데, 이번에는 타고 다닐 수레가 없다고 풍환은 불평·불만이었다. 그래서 맹산군은 풍환을 마지막으로 1등 숙소로 옮겨 주었다. 


그런데 풍환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살 집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맹상군은 설(薛)이라는 지방에 1만 호의 식읍(食邑)을 가지고 있었다. 3천 명의 식객을 부양하기 위해 식읍 주민들에게 돈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맹상군의 돈을 빌려간 식읍의 주민들은 맹상군의 돈을 갚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맹상군은 주민들에게서 돈을 받아 올 사람이 필요했다. 이러한 고민을 알아차린 풍환은 식읍의 주민들에게 돈을 받으러 가겠다고 자청하였다. 그리고 풍환은 맹산군에게 “빚을 받고 나면 무엇을 사올까요?” 하고 물었다. 맹상군은 “무엇이든 좋소. 여기에 부족한 것을 부탁하오.”라고 대답하였다. 


풍환은 빚진 사람들에게 원금은 그대로 두고 이자만 받았다. 그리고 풍환은 설 주민들에게 “맹상군이 빚을 탕감해 주라는 명을 내렸다”고 외치면서 빚과 관계된 모든 문서를 불태웠다. 그러자 설 주민들은 모두가 기뻐하였다.


맹상군은 돌아 온 풍환에게 “선생은 무엇을 사오셨는가?” 하고 물었다. 이때 풍환이 말하기를 “차시풍환왈 군지부족즉은의야 이소차서위군매은의래(此時馮驩曰君之不足則恩義也以燒借書爲君賣恩義來)라고 이야기 한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당당하고 용기 있게 “당신에게 지금 부족한 것은 은혜와 의리입니다. 빚 문서를 불살라 당신을 위해 돈으로 살 수 없는 은혜와 의리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맹상군은 이 말에 몹시 불쾌하고 기분이 좋지 못하였다.


 1년 후 맹상군이 제나라의 왕으로 새로 즉위한 민왕(泯王)에게 미움을 사서 재상에서 쫓겨나게 된다. 3천 명의 식객들은 모두 뿔뿔이 떠났지만, 풍환은 맹상군에게 잠시 설에 가서 살 것을 청하였고, 맹상군은 풍환의 권유를 받아 들여 설에 가게 된다. 그런데 뜻밖에도 설의 주민들이 맹상군이 나타나자 모두가 좋아하고 환호했다.


맹상군은 풍환에게  “선생이 전에 은혜와 의리를 샀다고 한 말 뜻을 이제야 겨우 깨달았소.”라고 하자 풍환은 “지혜로운 토끼는 구멍을 세 개를 뚫습니다.”라고 맹상군에게 이야기 한다.


그리고 풍환은 맹상군에게 “지금 경(卿)께서는 한 개의 굴을 뚫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아직 근심 없이 잠을 자고 즐길 수는 없습니다. 경을 위해 나머지 두 개의 굴도 마저 뚫겠습니다.”그래서 풍환은 위(魏)나라의 혜왕(惠王)을 설득하여 맹상군을 등용하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실현할 것이며, 동시에 제나라를 견제하는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자, 위나라 혜왕은 맹상군을 부르게 된다. 


하지만, 그 때마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위나라로 가지 말 것을 조용하고 은밀히 말했다.이러한 사실은 곧바로 제나라의 민왕의 귀에 들어갔고, 민왕은 다시 맹상군의 능력과 사람 됨을 알아보고, 사신을 보내 과거 자신의 잘못된 행동과 판단을 사과하게 된다. 맹상군은 못이기는 척하면서 다시 제나라의 재상으로 가게 되었다. 


이것은 풍환이 생각하는 토끼의 두 번째 굴이었다. 풍환은 제나라 민왕을 설득하여 설 지방에 제나라 선대의 종묘(宗廟)를 세우게 하고, 선왕(先王) 때부터 전해내려 오던 제기(祭器)를 종묘에 바치도록 하였다. 선대의 종묘가 맹상군의 영지에 있는 한 제나라 민왕의 마음이 변해도 맹상군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이제 세 개의 구멍을 다 팠으니, 편안히 잠을 청해도 될 것입니다”라고 말을 하였다. 이후 맹상군은 제나라의 정치적 위기 속에서도 자기의 지위가 흔들리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이 맹상군과 풍환에게서 나온 교토삼굴은 “불안한 미래를 위해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로, 완벽한 준비만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적을 물리친 것 또한 항상 전쟁에 대한 유비무환(有備無患)적 대비 태세와 그에 맞는 군사들을 훈련 시켰기 때문이다. 기적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남들이 하지 않는 특별한 노력, 그 무엇이 있어야 기적도 이루어진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말을 어떨 때 우리는 자주 하게 된다. 시대가 한 우물만 파서는 못 먹고 살고, 자신의 지위 향상도 하지 못하는 시대에 와 있다. 하지만  이것, 저것에 욕심을 너무 갖다보면, 길 없는 곳으로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다. 삶에서 길을 잃는 것만큼 불행한 것이 없다.


세상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좋은 것보다는 그 발전 뒤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과 불행은 더 많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항상 준비하고, 긴장하면서 대비하는 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가오는 2023년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에는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앞날을 대비하는 지혜로운 토끼처럼 준비와 대비한다면, 먼 훗날 보이지 않는 결실들이 각자의 눈앞에 맺어질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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