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칼럼] 구미시가 나가야 할 방향은 “개혁”과 “운영이 아닌 경영”이다!
경북대 정치학박사,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 구미회 부회장
지방자치의 원래 목적은 관료적 권위주의를 배격하고, 각 지방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 그 도시의 나름대로의 예산을 편성하고 행정의 모순점을 극복하고자 실시되었다. 그러나 우리 구미시는 그 지방자치가 실시되자마자 고시 출신의 오랜 공직생활을 한 기초단체장들이 연이어 당선되면서 구미시 행정이 관료적으로 치우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와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공직사회의 구조와 분위기는 “경영이 아닌 운영” 그리고 “창조적·개방적 사고와 행동”이 아닌 “폐쇄적·획일적 사고와 행동”을 만들어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미시의 구조와 분위기는 위기가 닥쳤을 때 자연적으로 위기에 대한 대응능력을 상당히 부족하게 만들었고, 경쟁력 역시 상당히 뒤떨어지게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구미시 의회 역시 건전한 “견제와 균형”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시민들 속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도 구미시 예산은 약 1조 1000억 원이다. 그러나 2020년에는 이보다 약 500억 원이 줄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유는 지방세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방세 감소는 구미시 경제 위기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 구미시는 비상시국이다. 몽양 여운형 선생이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방법으로”말했던 것처럼 구미시에도 “비상한 방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구미시는 살림살이를 “운영이 아닌 경영”을 해야 할 때이다. 운영은 공무원들이 보고하는 형태의 자료에 결재만 하면 되지만, 경영은 구미시가 하고 있는 사업별로 그 특성과 목적을 자세하게 알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예산을 편성한 담당자와 잘못된 점과 잘된 점을 가지고 소통해야 할 것이다. 바쁘고 귀찮다는 핑계로 결재 서류에 싸인만 한다면 누구나가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시장뿐만 아니라 국장과 과장이 철두철미하게 공부하고 연구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구미시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행사에 단체장이 참석하고, 인사를 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혹여 시장이 참석 못하면 부시장, 국장들이 참석하여 행사장 맨 앞에 앉아 인사를 한다. 얼마나 과거적이고 관료적이며 관행적 행동들인가? 이런 것부터 바꾸지 않으면 구미에서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제는 구미시 행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구미시는 지금껏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관례화시켜 놓았다. 단체장은 선거를 통하여 당선되었기 때문에 다가오는 선거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행사에 눈도장을 찍어야 하고, 만약 행사에 가지 않으면 내심 불안한 것이 사실일 것이다. 이런 것에 이제 구미시장은 두려워 하지 않아야 한다.
필자가 구미시민들에게 바라는 것은 구미시장이나 국회의원들이 행사장에 안 나타나도 욕하거나 왜 오지 않느냐 하는 형태의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리를 계속 비운다면 그 살림살이가 제대로 되겠는가? 제대로 일 하게 하려면 그들에게도 생각할 시간과 연구할 시간을 줘야 한다.
경제적으로 보면 구미시는 시장을 포함하여 1700명의 공무원이 1조 1000억원을 1년에 소비하는 최고의 기업이다. 그런데 소비를 잘하고 적재적소에 예산이 집행되기 위해서는 밤낮없이 잘 살피고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만약 자기의 재산이 1조 1000억 원이 되어 쓴다면 그렇게 쉽게 돈을 쓰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구미시에서 민간에게 보조되는 보조금은 한해 약 200억 원 정도이고, 공공부분 보조금은 약 800억원 정도로 민간부분과 공공부분 보조금을 합하면 대략 1000억원 정도이다. 민간에게 보조된 보조금과 공공부분에 집행되는 보조금이 공정하고 정당하게 집행되었는가에 대한 구미시의 감시와 감사는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구미시의 관료주의도 문제지만, 그 보다 더 문제는 감사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형편없을 정도이다. 감사원이나 상위 기관에서 구미시에 감사를 나오면 좋은 식당을 먼저 알아 놓는 것이라고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로부터 들었다.
우리나라 감사원의 건물은 청와대보다 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유는 감사원을 만들 당시 청와대도 감사하라는 취지에서 감사원을 청와대보다 더 위에 위치하게 했다. 따라서 구미시의 감사기능이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감사담당관을 승격시켜 외부에서 개방형으로 모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감사실은 공무원으로서 그들 속에서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덮기 바쁘다. 경찰서 수사담당자들과 검찰 수사관들이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감사담당과 조사담당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라고 필자가 들었다. 이유는 문제가 생기면 조용하게 처리하거나 문제를 덮기 위해서이라는 것이다. 이래서는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과감한 상벌(賞罰)이 있어야 관료사회에 긴장감을 줄 수 있다. 전임 시장을 했던 2명이 도지사를 위해 뛰는 시간 동안 구미시 공무원들은 긴장감이 사라지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변질되었고, “호랑이 없는데 여우”가 왕 노릇 한다고 그들의 책임자가 도지사를 하겠다고 뛰는 순간 구미시 공무원들은 여우같은 행동과 휴식을 취했다는 것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구미시 관료주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 구미시가 운영하고 있는 문화예술회관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이 있게 되면 소위 VIP석에 기관장 내지는 지방의원 그리고 구미시 실·국장들이 앉아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다가 공연이 시작되기 전 내빈 소개를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우리나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대통령이 와도 인사를 하지 않는데, 구미시는 행사 전 꼭 인사를 시킨다고 한다. 공연관계자들이 문화예술 공연에서 공연의 책임자가 내빈을 인사시키기 싫지만, 구미시 문화예술회관 측에서 그렇게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인사를 시킨다고 필자에게 하소연을 하는 것을 들었다.
구미시는 관료가 시민들 위에 있다는 개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문화예술 행사나 공연이 구미시로부터 일정정도의 보조금을 받았겠지만 그것을 가지고 인사시키는 것은 얼마나 구태적이며 권위주의적인가? 이러한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구미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구미시의 문화예술행사는 그야말로 문화예술이 아닌 “촌 동네잔치”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구미시민들은 지역에서 군림하던 정당을 선택하지 않고, 새로운 선택을 보여 줘 전국에서 이슈화되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복잡하겠지만 가장 큰 것은 구미시의 개혁을 위해 그러한 선택을 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개혁(改革)을 그대로 해석하면 “가죽을 벗기는 것”이다. 그리고 사전적 의미는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치는 것”이다.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출혈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구미시를 책임지고 있는 자라면 자기희생과 출혈을 감내하고 무서워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개혁을 하고 자기 희생을 하겠다면 42만 구미시민은 그가 누가 되었던 그 사람을 지지하고 그의 편에 서서 열렬 지지자가 되어 줄 것이다.
기초단체장이 가장 큰 무기는 인사권이다. 구미시장도 가장 큰 무기가 구미시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권이다. 적어도 구미시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에서 구미시 공무원 사회를 바라봐야 하며 인적쇄신과 함께 공직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연공서열(年功序列)식 인사는 이제 그만하는 것이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만약 기업경영의 원리로 구미시를 바라보면 구미시는 벌써 파산해서 흔적도 없는 조직이 되었을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정치와 행정이다. 정치와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개혁적인 사고와 행동을 해야 한다. 구미시민들은 구미의 정치와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것을 지금 요구하고 바라고 있다.
지금 구미시민들이 느끼기에는 구미는 바다에 침몰하고 있는 타이타닉호 같은 상황과 분위기라고들 한다. 그러나 구미를 이끌어 가는 책임자들은 즐겁게 음악을 들으며 맛있는 스테이크를 즐기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긴장감과 절박함도 없이 그저 시간만 가기를 기다리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현재 구미시민들은 여기저기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를 내며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기사등록 : 이순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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