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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원재 유교문화 해설 78 (송암 권호문 독락팔곡 독송1편)

이순락기자 0 3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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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박사ㆍ전안동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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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 권호문선생 초상

○ 송암 권호문(權好文, 1532~1587) 자는 장중, 1561년 진사시에 합격하고, 청성산 아래 무민재(无悶齋)를 짓고 은거했다. 퇴계선생의 제자로 영남 사림의 한명이었다.

그는 사물의 근본은 하늘에서 생겨나 마음에서 갖추어진다 하여, 학문할 때는 사사로운 이익을 구하지 말고 욕심을 버리라고 했다.

만년에 덕이 더욱 높아져 찾아오는 문인이 많았고 서애 유성룡, 학봉 김성일과 친했다. 집경전참봉, 내시교관 등에 임명받았으나 나아가지 않은 산림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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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서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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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서원 

 그의 저술인 <송암집 松巖集>에 경기체가〈독락팔곡 獨樂八曲〉연시조〈한거십팔곡

 閑居十八曲〉등이 실려 전한다. 안동 청성서원에 배향되었다.

○ 독락팔곡병서 --권호문--

송암(松巖)의 주인은 모든 일에 도모함이 졸렬하고 육예(六藝) 에 재주가 모자라 몸을 세상에 붙였으나 마음은 물외(物外)에 머물렀다. 

 책을 읽는 여가에 마침 좋은 때의 흥과 읊조릴 만한 일이 있으면 표현하여 노래를 짓고 곡조에 맞춰 곡(曲)을 만들었는데, 붓을 놀려 차례대로 지어 악부(樂府)를 본떠 만들었다.

비록 흐느끼는 듯한 절주는 없지만 듣고 잘 살펴보면 말 가운데 뜻이 있고 뜻 가운데 가리키는 바가 있어 듣는 이가 감발하여 찬탄하도록 하였다. 

 때때로 소나무에 비치는 달빛이 뜰에 가득하고 봄꽃이 사람을 꼬드기며 좋은 벗이 마침 이르면 맛있는 술을 다 마시고 송암의 난간에 함께 기대어 〈독락팔곡〉 몇 장(章)을 큰소리로 노래하니 손이 춤추고 발이 뛰어 은자의 즐거움으로는 충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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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헌 

〈고반(考槃)〉의 노래와 나무꾼의 노래 중에서 어느 것이 낫고 어느 것이 못한지를 모르겠다. 이해득실을 잊고서 자기의 뜻을 즐기며 원사(原思)의 가난을 달게 여겨 자장(子張)의 녹봉에 침을 뱉고, 희황(羲皇)의 북창(北窓)에 누워 화서(華胥)의 고침(高枕)을 즐기고, 부귀에도 간사해지지 않고 위무(威武)에도 뜻을 빼앗기지 않았다. 

 무릇 평소에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생기는 것과 시름하고 즐거워하는 일이 모두 여기에서 너그럽게 될 것이다. 찌꺼기를 씻고 더러운 때를 없애는 것은 기약하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옛사람이 “노래는 근심에서 많이 나온다.”라고 하였으니 이것 또한 내 마음이 불평한 데에서 나오는 것이다. 주문공(朱文公)이 말하기를 “그 뜻하는 바를 읊고 노래하여 성정(性情)을 기른다.”라고 하였으니, 지극하구나, 이 말이여! 

 마음에 불평이 있어서 이러한 노래가 있고, 노래로 뜻을 통창하여 그 성정을 기른다. 

아! 송암 창가의 몇 가지 곡조가 어찌 바람 부는 아침이나 달 뜨는 저녁에 정신을 흥기시키는 데 자그마한 보탬이 없겠는가! 나는 이 때문에 장난삼아 이러한 말을 하게 되었다. 〈한국고전번역원〉

○ 독락팔곡 원문해설

제1장

太平聖代에 田野逸民이 <再唱>/태평 성대에, 초야에 묻힌 선비

耕雲麓 釣煙江이 이 밧긔 일이 업다/밭 갈고 낚시하니, 이밖에 일이 없다

窮通이 在天하니 貧賤을 시름하랴/궁통이 하늘에 달렸으니, 빈천을 시름하랴

玉堂 金馬난 내의 願이 아니로다./높은 벼슬 출세함은, 나의 원이 아니로다

泉石이 壽域이오 草屋이 春臺라/자연은 내 삶의 공간이요, 초옥은 봄날 누각이로다

於斯臥 於斯眠 俯仰宇宙 流觀品物하야/여기에 눕고 자며, 우주를 굽어보고, 세상 만물의 변화를 관조하네

居居然 浩浩然 開襟獨酌 岸幘長嘯 景 긔 엇다 하니잇고/ 편안하고 호탕하게, 옷깃을 열어 제쳐, 홀로 술마시며 두건을 비겨쓰고, 휘파람 부는 그 광경이 어떠합니까

제2장

草屋三間 容膝裏 昻昻一閒人 <再唱>/초가삼간 좁은 집에, 큰 뜻 품은 한 선비가

琴書를 벗을 삼고 松竹으로 울을 하니/거문고와 책 벗을 삼고, 송죽으로 울타리 하니

翛翛生事와 淡淡襟懷예 塵念이 어데 나리/궁핍한 생계와 욕심없이 품은생각, 속세의 명리가 어디에서 나겠는가!

時時예 落照趁淸 蘆花岸紅하고/때때로 맑은 날 낙조에 비추이는, 강언덕 붉게물든 갈대꽃 쫓아가고,

殘煙帶風楊柳飛하거든/옅은 안개 속 바람결에, 수양버들 날리거든,

一竿竹 빗기 안고 忘機伴鷗 景 긔 엇다 하니잇고/낚싯대를 비겨 안고 기심을 잊은 채로, 갈매기와 짝을하니, 그 광경이 어떠합니까?

제3장

士何事乎 尙志而已.<再唱>/선비는 무엇을 일삼는가! 뜻을 높게 할 뿐이네.

科名損志하고 利達害德이라/과거는 지닌 뜻을 손상하고, 이익과 출세는 덕을 해칠 뿐이로다.

모라미 黃卷中聖賢을 뫼압고/모름지기 책 속의 성현을 뫼시압고

言語精神 日夜애 頤養하야/언행과 정신을, 밤낮으로 수양하여

一身이 正하면 어데러로 못 가리오/한 몸이 바르게 되면, 어디엔들 못가리오

俯仰恢恢하고 往來平平하니/우러러 드넓은 우주를 바라보며, 평탄한 길 오고가니

갈 길알 알오 立志를 아니 하랴/갈 길 알아서, 뜻을 세우지 아니 하랴

壁立萬仞 磊落不變하야/만 길 절벽앞에서도 마음이 활달하고, 뜻이 불변하니

嘐嘐然 尙友千古 景 긔 엇다 하니잇고/호방하게, 천 년 전의 성현을 높여 벗삼으니, 그 광경이 어떠합니까?

제4장

入山 恐不深 入林 恐不密/산에 들면 깊지 않을까 걱정하고, 숲에 들면 숨겨지지 않을까 걱정하여

寬閒之野 寂寞之濱에 卜居를 定하니/한가한 들판과 적막한 물가에 살 곳을 정하니

野服黃冠이 魚鳥外 버디 업다/거친 옷에 밀짚모자, 물고기와 새 외에는 벗이 없네.

芳郊애 雨晴하고 萬樹애 花落後에/봄풀 들판에 비가 개이고, 온갖 나무에 꽃 진 후에

靑藜杖 뷔집고 十里溪頭애 閒往閒來하난 뜨든/청려장을 부여잡고, 십 리 개천을, 한가로이 오가는 뜻은,

曾點氏 浴沂風雩와 程明道 傍花隨柳도 이러턴가 엇다턴고/증점이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을 쐬던 것과, 정명도 꽃을 찾아 버들 숲을 거닐던 것도 이러했던가, 어떠했던고!

暖日光風이 불거니 발거니 興滿前하니/따스한 햇살에 훈풍이 불고 밝아서, 흥이 앞에 가득하니

悠然胸次ㅣ 與天地萬物 上下同流 景 긔 엇다 하니잇고/유연한 마음이, 천지만물과 상하에 함께 흘러가니, 그 광경이 어떠합니까!  2편 79회 계속  --불원--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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