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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에세이, "무간지옥(無間地獄)에도 봄은 오고"

김영숙기자 0 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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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


나는 새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나와 주인만이 아는 나무가 며칠 못 본 사이에 꽃을 피우고 반갑게 인사를 하며  새노래를 부릅니다. 나도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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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을 나서면 확실히 기온이 올랐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아직 6시 전이지만 희미한 새벽빛이 길과 사물을 분별하기에 충분합니다. 그 정도로 날이 길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어둠이 짙어서 날씨가 잔뜩 흐렸다고 여겼는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하늘을 보니 구름 사이로 하늘이 보였습니다. 오히려 구름보다 하늘이 보이는 범위가 훨씬 넓었습니다.


이곳은 여전히 새벽에 닭이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개 짖는 소리도 어김없이 들립니다. 그런가 하면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새벽에 차가 질주하는 소리도 크게 들립니다. 낮에는 그 소리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지만, 새벽에는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겨울에 눈이 내리는 날에는 제설 차량이 다니는 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겨울과 봄이 다를까 마는 다르게 들립니다. 물소리야 물이 양이나 유속에 따라 다르겠지만 같은 자리에 별 차이가 없는 유량과 유속이지만 그 소리가 밝고 경쾌하게 들리는 것은 봄 탓인지, 기분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가로등이 꺼지고, 교회의 십자가 불도 꺼지고
샛강에는 남자 둘이 낚시 포인트를 잡느라고 담배를 물고 두런거리며 손전등을 여기저기 비추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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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침입니다.
나는 돌아가 뉴스를 듣고 시사프로그램을 볼 것입니다. 분노유발자들은 잘 짜여진 각본처럼 분노를 유발했고, 나는 오늘 아침 시사프로그램에 나올 패널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뻔한 세상, 뻔한 이야기, 뻔한 반응입니다. 시민들과 시민단체의 분노와 성토하는 소리도 담길 것입니다. 너무나 뻔해서 화가 납니다.


일상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시민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분노하거나 무기력하거나 허탈함으로 출근할 것입니다. 자주 걸리는 신호에 화를 내고, 끼어드는 차에 저주하고, 가까이 오는 사람들에게 사나운 눈길을 보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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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지옥(無間地獄)
무한반복(無限反復)


그렇게 퇴보와 진보를 거듭하며 역사는 한걸음 나아가는 것일까?
나와 주인만이 아는 나무가 아무도 모르게 꽃을 피우듯이 너무도
뻔한 무간지옥에도 새노래를 부르고 희망을 노래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아직 내가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믿기때문입니다.


~ 김진철 쓰다 ~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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