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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학 칼럼, "가시나무 할머니"

김영숙기자 0 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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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이병학 기자 겸 운영위원장 ~


아일랜드 전설에 가시나무새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새는 둥지를 나와 평생을 편히 쉬지도 못하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날라주기 위해 날아다닙니다

 

그러다가 일생에 한 번 가장 슬픈 노래를 부르고 

날카로운 가시나무 가시에 가슴을 찌르고 죽습니다.

 

 오래 전 겨울이었습니다

지금의 고양 시() 쪽으로 취재하러 갔다가 

열차를 타고  신문사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내 옆자리에는 연세가 지극한 할머니께서 창밖을 바라보면서 앉아계셨습니다

나는 목례를 하고 그 옆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한 참 있다가 

어디까지 가시느냐며 고개를 돌렸더니 

할머니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나는 할머니의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무엇을 간구하시기에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시느냐?”고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조용히 차창 밖을 가리키며 나직한 목소리로

 “하얀 눈으로 덮인 산야가 얼마나 아름다우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설경(雪景)을 볼 수 있도록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고 했습니다.

 

 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놓고 시()를 쓴다고 하면서 잠시나마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할머니는 왼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까닭을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실명(失明)한 아들에게 한쪽 눈을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눈을 나누어주어 

아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거야말로 정녕 하나님의 크나큰 축복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남 보기엔 조금 흉할지 모르겠지만 

왜 일목요원하다는 말도 있지 않느냐면서 조용히 웃으셨습니다.

 

 할머니는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여러 가지 생필품을 떠다 

시골 동네를 찾아다니며 파는 방물장수였습니다

 

성혼한 아들과 딸이 셋씩이나 있지만 도회지로 나가 

저 살기에 바쁜데 어디 어미까지 챙길 겨를이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래서 오두막이지만 내 집을 지키며 이렇게 사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다가오는 명절에는 손자 손녀들에게 

학비에 보태 쓰라고 돈을 좀 넉넉히 주려면 

얼른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놓아야 할 텐데 경기가 전과 같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돈을 벌 수 있게 건강을 주시는 하나님께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찬송가를 흥얼거렸습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내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일찌기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그 분도 늘 그런 식이었습니다

자신은 못 드시고 못 입으셔도 오로지 자식이 먼저 였습니다.

 

 아들에게 육신의 일부를 주어 불편한 몸이지만 자식들에게 전혀 의지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손자손녀들이 찾아오면 학비를 보태 주려고 행상에 나선 할머니

 

그런 가운데 언제나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살아가시는 

할머니의 밝은 모습은 큰 감동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의 삶은 가시나무새처럼

 일생을 자식을 위해 애쓰다가 마지막 애절한 감사의 기도를 드리면서 세상을 떠나지 않을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니까 내 앞에 계신 가시나무할머니는 바로 성인(聖人)이었습니다.

 나는 할머니를 만난 후로 범사(凡事)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은 물론이고, 아침에 눈 뜨면 살아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저녁이면 하루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음에 감사했습니다

 

나에게 할머니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였습니다.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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