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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세이)

김진철 에세이, '속 보이는(?) 대접'

김영숙기자 0 3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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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 김진철,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담임 목사 ~


 

하나님은 땅의 일을 통해 하늘의 이치를 보여주고
하늘의 이치를 통해 땅의 일이 가야할 길을 가르쳐줍니다.


당신들이 하고 있는 농사일은 심고 가꾸고 거두는 것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지만 교회 봉사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찾기 힘든 지난한 일입니다. 농부의 인내를 배우라고 하지만 그 인내 또한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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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예전에 설교를 준비하다가 <이런 무미건조한 설교를 누가 들을까, 공원이나 시장의 약장수는 사람들이 몰리고 박장대소하고 심지어 약까지 사 가는데, 나의 설교는 무엇일까>하는 허무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그렇지 않더라도 나를 위한 설교라는 자기 위안으로 힘을 내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당신들의 수고와 기도와 인내가 나에게 그리고 구역식구들과 교회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잦아드는 지금 여전히 교회는 당신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그 지난한 시간을 견디어온 당신들에게 교회는 따뜻한 저녁 한 끼를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아무 말 말고 가자는 대로 따라가서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하고 힘을 내어 그 길을 함께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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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일 오후 구역장, 구역인도자 모임을 가지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침에 교회 와서 공동식사를 준비하고, 성가대에서 봉사하고, 공동식사 배식하고, 설거지하고, 오후 찬양예배 드리고, 돌아가서 콩 심고 깨 심고 오후 5, 시간 맞추어 가쁜 숨을 쉬며 온 구역장과 인도자들과 바람도 쐴 겸 40분정도 거리를 달려서 식사를 했다. 나오는 걸음에 봉지를 하나씩 들고 나온다. 집에 있는 짝들을 위해 그리고 오는 주일 맥추감사주일에 쓸 국거리를 사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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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까지 마시고 돌아왔다. 오고가는 차 속에서 오후에 무얼 심었는지에 대해 주고받으면서 시작한 이야기들이 한 해의 농사를 다 짓고도 끝나지 않았다그들의 수고와 헌신에 비해 보잘 것 없는 것인데 너무 좋은 대접을 받았다고 인사하는 바람에 이제부터 뭔가를 시키려는 나의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나는 무척 당황했다.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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