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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에세이, "아무 일도 없었던 성탄절"

김영숙기자 0 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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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담임목사 ~


오후 330분에 출발해서 가까운데 가서 이른 저녁을 먹고 차 한 잔 마시고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지요.” 성탄절 공동식사를 하면서 성가대 지휘자가 말했다. 다들 그러자고 했다.  
기록적인 폭설에 우리는 속수무책이었다. 하늘만 쳐다보며 이러다가는 성탄절 예배도 못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행이 토요일 오전부터 눈은 그치고 비쳐오는 햇살이 어찌 그리 따사롭고 반가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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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및 송년주일 예배, 축하발표회, 2022년 결산보고와 2023년 예산안 심의 공동의회까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진행했다. 그 말인즉 별 내용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뒤탈이 나지 않도록 두 가지 기적을 보았다고 아름다운 감사의 말로 마무리를 했다.


하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대부분인 교회에 어린 발레리나들과 씩씩한 개구쟁이들의 발표회가 있었다. 한산 어린이집 선생님이 그들을 지도해주셔서 기쁨이 더했다. 내가 올 때 갓 태어난 아이, 와서 태어난 아이들이 제법 신사숙녀티를 내면서 무용을 하고 노래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연신 웃고 감탄하고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 아이들을 보면 늘 마음이 쓰인다. 거주하고 있는 서천읍의 교회로 가서 또래들과 어울리고 교회교육도 받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하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부모님들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어제는 너무 좋아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그 마음을 접었으니 그냥 우리 교회 있으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예산을 초과한 결산이었다. 그 또한 기적이라고 했다. 노령연금도 십일조를 하고 자녀들이 주고 간 용돈에서 늘 감사헌금을 하고, 새벽눈길, 안개 짙은 밤 운전을 하면서 번 돈으로 헌금하고, 심지어 객지에 나가있는 자녀들 이름으로 감사헌금을 하고, 그것이 기적의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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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마비되다시피 한 길을 가서 장을 보고 영하 10도가 넘는 아침에 식사 준비를 하고 성가대를 한 분들과 권사님들이 함께 모여 오후 나들이를 할 계획을 세웠으나 폭설 때문에    취소하고 가까운 데로 가기로 한 것이다. 전부 9명이니 우리교회 교인의 거의 삼분의 일이다. 우리는 해가 떨어지면 마을에 들어오는 길이 얼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즐겁게 차를 탔다.


성탄절 오후 4시의 횟집은 조용했다. 주인은 음식을 가져오면서 이런 저런 서비스를 특별히 했다고 생색을 내었다. 한 해 동안 수고한 것과 오늘 하루 일정을 순조롭게 잘 마친 것에 감사하며 식사를 했다. 분명히 점심을 먹고 왔는데 우리는 모두 점심을 안 먹은 사람처럼 조용히 식사에 집중했다. 갑자기 주인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 “교회 손님들이라 술도 안 마시고 이야기도 안 하고 빨리 먹는다.” 우리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서로를 쳐다보고 웃으며 음료수를 주문했다.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그 이야기는 우리 보고 한 것이 아니라 주방에 음식을 빨리빨리 준비하라고 말 한 것이라고 했다. 어쨌든 우리는 오늘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면서 천천히 식사를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 주간이어서 돌아보고 음미하니 다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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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후 자리를 옮겨 노을이 지는 것이 보이는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나머지 이야기를 했다.
나는 테이블위에 휴대폰을 올려놓고 시간을 체크했다. 길이 미끄럽다고, 해가 지면 도로가 얼어서 마을에 어떻게 들어가지 하던 사람들이 해는 벌써 떨어졌는데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결국 나는 시간 을 알리고 마시다가 남은 생강차를 들고 일어섰다. 우리는 빙판이 된 도로의 온갖 위험한 사례들을 다 이야기하며 무사히 도착했다. 사택의 계단을 올라오며 나는 알았다. 생강차는 들고 오면서 휴대폰은 그대로 놓아두고 왔다는 것을....그래도 혹시나 싶어 호주머니를 뒤지고 차 안을 뒤적여 보았다.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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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장로님에게 커피숍에 전화를 해보라고 부탁을 했다. 있으면 내일 찾으러 간다고 말해 달라고 했다. 조금 있다가 장로님이 휴대폰이 거기에 있다고 알려 주었다. 내일 내가 찾으러 간다는 말을 무시하고 그 미끄러운 밤길에 휴대폰을 찾으러 가셨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었다. 올해 성탄절에는 눈이 많이 왔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다음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벽기도후 금강으로 나갔다.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었다. 일상의 평화.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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