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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에세이 "늘 울어도"

김영숙기자 0 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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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담임목사


새벽 여느 때보다 한 30분은 일찍 눈이 뜨였다. 그런데도 새벽 찬송도 성경을 읽는 것도 기도하는 것도 불편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목구멍으로부터 쓴 물이 올라온다. 어제 저녁에 오는 토요일에 결혼할 신랑신부를 만나 과식을 한 탓일 것이다. 언젠가 청년들을 만나면 이야기해 줄 거라고 마음에 갈무리 해둔 말이 있었다.


힘든 일이 있었다면 이제는 일어날 차례.
쓰러져도 괜찮아. 무너지지만 말아.”
희망의 끈을 놓치면 삶은 무너진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절망의 자포자기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죄다.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또 그런 이야기도 있었다. “인간의 욕심이 만든 불멸의 꿈은 허망하다. 지금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즐겁게 살아라. 그것이 행복이다.”
, 이런 좋은 말들이 무슨 소용인가? 그 좋은 인생의 교훈도 토요일 밤에 일어난 비극적인 죽음 앞에 길거리에 찢어저 흩어진 휴지조각보다 못한 것이 되어버렸다. 죽음앞에 무슨 말이 필요하랴!!


세월호의 비극 앞에 하나님의 심판운운하며 몰상식한 말을 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도 할로윈운운하면서 독한 심판을 한다. 진저리가 난다. 하긴 자기들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도 못박아 죽이는 것이 인간이니까.
그런 마음이면 애도하지 말고 차라리 단풍구경이나 가라.
오늘 새벽 기독교방송에서 나오는 위로의 멘트와 위로와 힘을 주기위해 선곡한 모든 찬송도 허공에 날라가는 소리들로 들릴 뿐이다.
그 소리들 가운데 하나가 가슴에 와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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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울어도!”
거기에 목인 맨다.
그래 우리의 이 참담한 비극을 눈물로 정화할 수 있다면,
아니 내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이 분노의 쓴 물을 가라앉힐 수 있다면
늘 울어도. 젊은 그들이 죽고 나이든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부끄러워
늘 울어도 그들이 살아올 수 있다면...무슨 애도의 말도 기도도 할 수 없는 아침, 밝아오는 아침이 원망스럽다.

어디에
연기 자욱하고 황폐한 땅 어디에
네 가엾은 몸이 죽어 버려져 있느냐?
처절한 재난의 살풍경 속 어디에
너의 불행한 얼이 길 잃고 헤맸더냐?
내 노동 안에 와서 안식처를 찾으렴.
내 슬픔 속에 와서 네 머리를 누이려무나.
차라리 내 삶과 내 피를 팔아
너를 위해 푹신한 침대를 사거라.
내 숨결과 죽음을 팔아
너를 위해 영원한 안식을 사거라.

전쟁터의 모든 이가 사살되고
군대의 깃발이 먼지 속에 쓰러질 때
네 십자가와 내 십자가가
사람들에게 말하리라.
그리스도께서 너와 나를 위해,
우리 각자를 위해
이 땅에서 죽으셨다고.

4월의 조난 속에
그리스도께서 살해되시고
내 봄의 폐허 속에
그리스도께서 슬피 우신다.
그 눈물의 보화가 뿌려져
벗 없어 가냘픈 네 손에 들어가
너를 네 땅으로 도로 사오리라.
그 눈물의 침묵이 뿌려져
네 낯선 무덤 위에 종을 치리라.
듣고 오너라, 그 종소리
너를 본향으로 부르고 있으니.(토머스 머튼의 기도중에서)


김진철 쓰다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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