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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세이)

김진철 에세이, <눈치 제로, 시계 제로>

김영숙기자 0 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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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 화양면 오순교회 ~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설교나 강의를 들을 때 아주 고약한 버릇이 있다. 내가 눈을 감거나 팔짱을 끼거나 초점 없는 멍한 모습으로, 아니면 아무 의미 없이 무언가를 끄적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알아들었으니 <이제 그만해!> 하는 뜻이다. 그런데 눈치 없는 사람은 그것을 그의 주장에 긍정하는 표시로 받아들이고 더욱 흥분해서 이야기를 한다.


눈치가 없기로는 목사를 빼놓을 수 없다. “설교와 미니스커트는 짧을수록 좋다.”하고 시작하는 목사는 99.9% 경계해야한다. 짧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길게 하겠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목사들에게는 확실한 반응의 표시를 해야 한다. 그것은 침묵을 통한 썰렁한 반응이다. 졸고 있는 사람도 앞뒤로 고개를 끄덕이면 그것을 아멘이라고 해석할 정도로 작은 것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희한한 사람들이기에 단호하게 표시를 해야 겨우 눈치를 본다. 사골국도 아니고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이야기를 아멘, 아멘한다고 눈치 없이 계속 하는지. 아멘이 그만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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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모시문화제, 김진철 촬영 ~


한산모시문화제에 몇 년 전 전국에 트로트 신드롬을 일으킨 송모() 가수가 온다고 지지난 주일 설교시간에 이야기를 했다. 술렁이는 반응이 올 줄 알았는데, 너무 밋밋했다. 그렇다. 우리 교인들은 남달리 경건해서 찬송가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것을 잊어버리고 가끔씩 내가 대중가요의 가사를 들먹여서 교인들은 불편하게 했는데, 또 실수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수요일 날 교인들이 송모 가수를 화제삼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온데? , 주일날 목사님이 그랬자녀, 목사님은 거짓말 안혀~ 그 가수를 부르는데 8천만 원이 들었데. 임모() 가수는 1억을 달라고 해서 못 불렀다는 데, 정말? 자기는 어떻게 알아? 어제 모임에 갔더니 사람들이 그랬어~ 어떻게 갈 텨~오토바이로 갈까, 그러면서 갈 궁리들을 했다. 텔레비전에서 늘 보던 사람인데 뭐 하러가~ 하고 심드렁하게 말하던 사람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았다. 이것도 충청도 화법인가??


모시문화제 개막식이 열렸던 저녁은 그 한산하던 한산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예년과 변함없이 개막식의 시간은 늘어지기 시작했다. 눈치 없는 높으신 분들의 인사가 길어졌다. 목사도 아니면서 저들도 마이크만 잡으면 설교를 한다. 이어서 개막공연이 있었다. 서천군립합창단은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열심히 했다.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기 바쁘고, 자리를 잡기 위해 들쑥날쑥하고, 여기 자리 있다고 일행을 부르고, 그러는 사이에 개막 공연이 끝났다. 사람들은 큰 박수를 쳤다. 잘했다고 치는 박수가 아니라 빨리 들어가라는 박수였다.

 

이제 사회가자 바뀌고 축하공연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드디어 그 8천만 원을 받고 온 가수를 본다는 기대로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큰 함성을 두 번이나 질렀다. 7시에 시작한 개막식은 늘어지고 늘어져 8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축하공연에 초청된 가수는 세 팀이니 금방 끝날 것이라고 기대를 했다. 처음 김건모의 모창을 통해 상을 받았다는 가수가 두곡을 부르고 이어서 10명의 유명 가수들의 모창으로 한 곡을 부를 때만 해도 그랬다. 그래서 그에게 잘한다고 박수를 쳤다. 잘한다고 치는 박수가 아니라, 이제 그만하고 빨리 들어가라는 뜻의 박수였다.

 

그런데 그는 눈치가 없는 것인지, 진짜 잘한다고 사람들이 환호하는 줄로 아는 것인지, 아니면 진행부의 또 다른 문제때문인지, 한곡 두곡, 연이어 부르는 것이 아닌가. 했던 멘트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급기야 여기저기서 야유와 고함이 터져나왔다. , 뭐야 혼자서 다하네. 고만하고 들어가꺼져....그런데 이 도대체 눈치 없는 그는 무려 40분을 넘기고 쫓기듯이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퇴장을 했다. 그 사이 힘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소녀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랩을 하는 아이돌이 등장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노래가 이어서 불러졌다. 두 곡이 끝나고 무슨 이유인지 또 시간이 지연되고 우물우물 시간이 흐르고 어르신들의 야유와 고함이 나오고 그들은 어르신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느라 애를 먹고 한 곡을 더 부르고 내려갔다. 앞에 앉아 열광하던 소녀들도 일어나 빠져나가고. 9시가 넘은 시간에 일부 노인들도 구시렁거리며 자리를 떴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기다리던 사람들도 진이 빠지고.....결국 김이 빠진 사이다처럼 8천만원의 가수는 싱겁게 등장을 했다. 나도 일어나서 나왔다.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고 다 좋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그날 알았다. 그만하고 빨리 들어가라는 박수도 있다. 잘한다고 박수를 치는 줄 알고  눈치 없이  살아온 날들이 떠올라 얼굴이 뜨거워졌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목사님이고 교인들이다 보니 그들의 눈치 없는 모습이 부끄러웠는데, 눈을 들어 세상을 보니 진짜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눈치제로인 정치인들, 참 많다. 그들 때문에 나라의 앞날이 캄캄하다. 눈치제로, 시계제로비도 안 오고 무더운 날씨가 눈치 없는 인간들 때문에 더 덥고 짜중이 난다.. “주님, 비도 좀 주시고 잃어버린 눈치를 제발 좀 찾게 해주시던지, 그냥 데려가시던지 해주소서. 다만 나는 빼고요.” 그러고 보니 눈치없이 참 길게도 썼다.ㅎㅎ


2022.6.12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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