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철 에세이, 벌서고 숙제하고
~ 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 화양면 오산교회 ~
다시 산행을 할까하고 가까운 산을 준비삼아 며칠 다녔다. 몸은 둔해지고 호흡은 딸리고 유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유연성을 회복하기보다 지금 상태라도 유지하기위해 보건채조를 하고 요가기본동작이라도 따라 해보려고 영상을 찾아서 따라 해보았다. 하다가 생각하니 마치 벌 받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어제 새벽에 기도하는데, 마치 하지 못한 숙제들처럼 미루어진 일들이 이것저것 떠올랐다. 바쁘거나, 코로나를 이유로 못간 심방, 미루어 놓은 부탁받은 일이나 덮어놓은 책, 일정이 겹쳐서 가고 싶은 자리와 가야 할 자리 사이에서 망설이며 답을 해주지 못한 일들이 하지 못한 숙제처럼 마음을 짓눌렀다. 인생이 학교라고 했던가. 일생이 배움이라는 뜻이겠지만 내게는 어찌 벌서고 숙제하는 일이 지속되는 악몽 같은 것으로 와 닿을까.
어제 오후 늦게 시간을 내어 주일날 못 오신 할머니를 찾아갔다. 갑자기 넘어져서 가슴아래부터 허리까지 통증이 심하고 결려서 꼼짝 할 수 없었다고 하셨다. 주일날 교회 가려고 애를 썼는데 못가겠더라고, 이 못난 것을 그래도 하나님이 붙잡아 주셔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하며 눈물을 훔치셨다. 오늘도 주사를 맞고 왔는데,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면서 웃었다.
밤늦게 전화가 왔다.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원로장로님이 오늘 가까운 요양병원으로 오신다고 했다. 그래서 요양병원에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서 얼굴보고 기도해주실 수 있는지 묻는 원로장로님의 아들의 전화였다. 조금 전에 독서모임에 가기 위해서 차편 조정을 마쳤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출발할 때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
그럭저럭 내가 원하는 대로는 아니지만 몇 가지 숙제가 그렇게 해결되었다.
아침에 내 눈에 무심해서 평안해 보이는 이 놈들의 모습을 보고 괜히 심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야, 너희들도 사는 것이 버거우냐!” 아침부터 뭔소리냐는 듯이 멀뚱히 쳐다보고 날아오르더니 멀리도 안가고 약 올리듯 다시 내려앉았다. 오늘도 무척 더울 것 같다.
김진철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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