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철 에세이, "함박꽃(?) 피다"
~ 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 화양면 오순교회 ~
어제 마을 부녀회에서 어르신들의 점심을 대접했다. 코로나로 회관이 문을 닫고 공동식사가 금지된 지 거의 3년 만에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 기간 중에 부실하고 불편했던 마을 회관을 거금(?)을 투자해 공사를 했다.
코로나 제한도 풀리고 공사도 잘 마쳐서 마을 회관을 많이 이용하라는 방송도 나갔다. 회관에 모이던 멤버들이 마을 입구 정자에 앉아계셔서 물었다. <왜 여기 계셔요. 새로 수리한 회관이 마음에 안 들어요?><아니 잘 해놨지. 그런데 여기 있으면 마을에 출입하는 사람들과 차가 다보여. 회관은 아무것도 안보여 갑갑해. 여기가 좋아> ㅎㅎ 안보아도 비디오다.
출입하는 차와 사람들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다를 속닥거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편하고 좋은 시설도 외로움을 해소해주지는 못하는가 보다. 그런 분들이 모처럼 갑갑함을 벗고 식사를 하러 가니 얼마나 좋을까? 내 임무는 차가 없는 분들을 교회승합차로 모시고 가고, 식사기도를 거창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밥값을 헸으니 당연히 밥도 먹는다. 바다가 보이고 군산이 보이는 멋진 곳에서 갈비탕을 먹었다. 같이 앉아 드시던 할머니가 고기가 부드럽다고 하시면서도 얼마 안 드시고 숟가락을 놓는다. 아내가 포장할 재료를 가지고와서 포장을 해서 집에 가지고 가시도록 해드렸다.
식사가 거의 끝나고 작은 마을이지만 부산댁들이 있어서 우리 자리로 왔다. 부산갈매기(부산갈매기를 구성지게 잘 불러서 붙여진 별명이다)가 투박한 부산사투리로 인사를 했다. 그러자 할머니가 깨끗이 비어진 자기 뚝배기를 보여주면 다 먹었다고 자랑했다. 사람들이 놀라서 묻자 <목사님하고 먹으니까 술술 잘 넘어갔다.>고 해서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까지 마시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 두루재에 사람을 내려주고 보니 담 너머 피어 있는 빨간 꽃이 눈에 들어와서 <무슨 꽃인가요?> 하고 물었다. <함박꽃>이라고 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들어와서 찍으란다. 여기서 찍으면 더 예쁘다고 포토존(?)까지 가르쳐주셨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모란, 작약(함박꽃) 달리아를 구분 못한다. 함박꽃도 피고, 웃음꽃도 피고, 코로나는 패잔병처럼 쫓겨 가고. 그런데 이게 모란인가? 함박꽃인가? 함박꽃이라고 하니 그냥 믿어!
김진철 쓰다
편집 : 김영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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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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