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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에세이, '너무 맑아서 슬픈 가을 하늘을 보며...'

김영숙기자 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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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진철,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담임목사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것이 있을까?
그 최고의 순간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꿈은 있었고, 꿈을 쫒아 살았지만 현실은 너무 가혹해서 점점 꿈과 상관없는 삶의 자리로 밀려나고, 이제는 꿈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꿈도 자존심도 버리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여 주어서 나를 심히 불쾌하고 우울하게 만들었던 영화가 있었습니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브라더스>였습니다. 그리고 그 감독이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영화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에 열광하게 만든 것일까?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우리 시대 여성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특히 문소리가 했던 그 말...<, 타이밍 죽이지 않아> 뭐 이런 대사 같았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 정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목구멍으로부터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솟아올랐습니다.


<이 인간 일생이 도움이 안 돼..>
결승전을 앞두고 들떠 있는 그녀에게 남편이 준 것은 빚에 못 이겨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영화를 보면서 혹은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면서 순간순간 이 타임에서는 기적이 일어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현실에서 패배당하고 무시당한 사람들에게 환호할 수 있는 대리만족이라도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영화가 뭐이래..
감독은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영화관에서 조차 무지개를 말살당하고 칙칙한 시장바닥 같은 내 삶의 모습을 또 들여다보고 절망을 되씹게 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하고 불만을 속으로 토로했습니다. 너무나 정직하게 현실을 들여다보는 사람..., 그래도 영화에서만이라도 기적이 일어났으면...페널티 꼴을 넣어서 승리하고 자살 시도한 남편이 기적같이 살아나고, 어느 독지가가 우승한 사람들에게 금일봉을 하사하고, 직업의 길이 열리고, 그런 기적이 일어나면 안 되는가? 그래서 조금이라도 위로 받으면 안 되는가? 그런 희망이라도 주면 안 되는가? 기독교를 아편이라고 해도 나는 좋습니다. 현실의 팍팍한 삶속에 잠시 예배드리며 피곤한 몸을 쉬는 사람들에게 자장가를 불러 주는 것이 무슨 큰 잘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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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참 믿음이 좋은 권사님 한 분이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원통해서 아무 정신이 없던 시간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권사님은 소아마비입니다. 그것도 아주 심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말로는 땅을 쓸고 다닌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요, 돈이 있었고 여유가 되어 여러 번의 수술 끝에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걸을 수 있습니다. 그 수술의 고통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일조차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가 있는 손녀가 또 비슷한 장애가 온 것입니다. 한쪽 다리가 자라지 않는 무슨 희귀병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하나님 앞에 수없이 원망했다는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헌신적으로 주님을 위해 일해 왔는데, 그 결과 이런 것인가요? 나 하나만으로 족하지 않은가요? 사람들의 따가운 조롱을 나 하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손녀가 받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가슴이 터질 것 같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나는 그 해 여름 가족수련회에서 그 권사님이 <긴머리 소녀>를 잘 부른 다고, 구역 장기자랑시간에 특별순서로 노래를 시킨 것입니다. 그날 권사님은 그 사연은 이야기하지 않고, 고통과 분노로 정신이 혼란스러웠던 시간이 있었지만 수련회에 와서 마음이 평화로워졌다고 하시면서 긴머리 소녀 대신에 <오늘 이 하루도> 라는 찬양을 드렸습니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참 한심한 목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적의 희망이 없다면 이 신산한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요? 그래도 순간순간 절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기적이 없어도 현실 앞에 좌절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생애 최고의 시간들이 아닌가요?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런 삶은 너무 무미건조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적을 갈망합니다.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다. 믿음으로 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다. 그런 달관한 사람들의 명언 말고, 지금 숨이 막히는 사람,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 예배당에 들어와서 하염없이 앉아서 돈다발이라도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살마들 앞에 기적이 일어나기를. 너무 맑아서 마음이 아픈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기적을 갈망합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시는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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