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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에세이, "저 마다 꽃"

김영숙기자 0 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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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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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마다 꽃


요 며칠 수능 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다.

1989년 나는 대구 어느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고 있었다. 이미 30대 초반이 넘은 늙은 전도사였다. 어느 날 목사님이 나를 불러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학생들이 전도사님을 도사님이라고 부른다는 것이었다. 목사님의 생각은 학생들이 전도사님을 친구처럼 얕보고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도사님이라는 게 교인들이 듣기에 썩 어감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참고 학생들에게 주의시키겠다고 했다. 전도사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이들과 모여서 이야기하다가 제자와 함께 금강산을 오르는 도사 이야기를 해주었다. 금강산을 오르면서 도사는 제자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하였다. “산을 오르다 보면 어여쁜 여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녀들을 함부로 쳐다보지 말라. 쳐다보면 저주받아 돌이 되느니라.” 그리고 산을 올랐다. 제자가 가만히 보니 도사님이 계속 여자들을 흘끗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도사에게 물었다. “아니, 도사님은 여자들을 계속 쳐다보는데 돌이 되지 않네요그러자 도사가 말했다. “나는 이미 돌이니라.” 그때부터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나를 도사라고 불렀다. 그것이 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고 친근해서 좋았는데, 교회 어른들이 듣기는 거북했던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학교 갔다가 집에 가기 전에 교회 전도사실에 들러서 그 당시 유행했던 최불암시리즈와 같은 이야기 중에 학교에서 새로 들은 이야기나 재미있었던 일을 앞다투어 해주고 같이 웃고 숨을 돌리고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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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대구시내 기장교회학생회 찬양대회가 있었다.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갔다. 교회 다른 일들이 겹쳐서 나는 가지 못했다. 오후 늦게 아이들이 돌아왔다. 대상을 받았다고 신이 나서 자랑을 했다. 그런데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휘했던 학생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H는 어디 갔는데?” 하고 물으니 다들 우물우물하는 것이 수상했다. 그러다가 대답을 하는데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멋있게 보이려고 성가대 가운을 챙겨갔는데, 대상을 탄 기분에 장난치며 떠들다가 성가대 가운을 싼 보따리를 버스에 놓고 내린 것이었다.

그래서 H는 그것을 찾으려고 버스 종점으로 갔다고 했다. 그날이 토요일이었다. 나는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졌다. 성가대 가운을 누가 가져가겠나? 버스회사에서 보관해 놓았겠지? 혹시 잃어버렸으면 어떡하지? 저녁 늦은 시간에 탈진이 되어서 H가 돌아왔다. 이쪽저쪽 버스 종점으로 헤매고 다녔는데 못 찾았다는 것이었다. 죄송하다는 아이를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집에 돌려보냈다. 그리고 성가대 대장이신 장로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지휘자에게 전화를 드렸다. 목사님에게도 말씀을 드렸다. 제가 유니폼 삼아 입으라고 가져가도록 했다고 책임은 제게 있다고 사정사정을 했다. 주일날 아침에 다시 당회실에 불려가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왔다. 나오면서 한마디는 잊지 않았다.

목사님, 그래도 아이들 대상 탔다고 축하광고는 해주세요.”

그 당시 철이 없었던 나는 성가대 가운보다도 아이들의 꿈과 믿음이 더 소중했다. 지금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똑같이 반응할 것이다. 여전히 나는 철이 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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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논란 속에 아이들에게 무엇이 소중한지를 물어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세월호의 아픔 속에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이 소중한가를 물었던 그 물음을 우리는 벌써 잊어버린 것인가? 저마다 꽃인 우리 아이들이 아름다운 꿈을 꽃피우는 학교를 기대하는 일은 이루지 못할 꿈일까? 한때는 교회가 아이들에게 그런 해방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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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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