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철 에세이 "새벽기도를 망친 이유"
새벽기도를 망친 이유
~ 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담임 ~
새벽 기도 시간에 찬송을 부르는데
청개구리 한 마리가 바닥을 뛰어다녔습니다.
마치 찬송의 리듬을 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 즐겁게 불렀습니다.
개구리가 장로님 쪽으로 갔습니다.
장로님이 놀라거나 당황할 것을 생각하니
더욱 기분이 좋아져서 더 크게 찬송을 불렀습니다.
주기도문을 마치고 기도하려고 앉았더니
언제 왔는지 나를 향해 폴짝폴짝 뛰어왔습니다.
갑자기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손가락으로 살짝 튕겨 쫓아버렸습니다.
생각보다 힘을 주어 그랬는지, 청개구리가 약한 건지 멀리 날아가
성가대 가운을 넣어놓은 장롱에 가서 부딪혔습니다.
툭 떨어져 가만히 있어서 죽었나? 하고 바라보았습니다. 기도하려고 하니 정말 죽었나? 싶어 다시 눈을 뜨고, 보았습니다. 다시 일어나 폴짝거리고 다가왔습니다.
가만 내버려 두었더니 내가 기도하는 자리인 십자가 밑에 성경 찬송을 놓는 단까지 와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기도하려고 하니 이게 혹시 내 몸에 뛰어오를지 몰라 지켜보았습니다.
거기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놈도 기도하나? 정말 기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내가 저를 세게 튕겨서 뇌진탕을 일으킬 뻔했다고 하나님께 고자질하는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나는 기도 하지 않고 그놈이 빨리 기도를 끝내고 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기도가 끝났는지 움직이더니 갑자기 나를 향해 풀쩍 뛰어올랐습니다.
내가 깜짝 놀라서 움찔했더니 이놈이 방향을 바꾸어 폴짝거리며 뛰어 가버렸습니다.
고놈 성깔이 있네 하고 보니 날은 이미 훤하게 밝았고, 교인들은 기도를 끝내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는 오늘 아침, 내 기도를 망친 그놈을 쫓아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아침 나의 기도를 망친 놈이라는 증거를 확보하고 그놈을 잡아서 밖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청개구리가 신경 쓰여 기도를 못 한 것이 아니라 하기 싫어서 안 한 것입니다.
다른 목사님들과 달리 나는 기도하기 싫은 날도 있습니다. 하나님도 마음에 없는 기도를 듣기 싫은 날이 있을 거고, 녹음기를 틀어 놓은 것 같은 기도가 피곤해서 쉬고 싶기도 하지 않을까.
장마와 무더위가 우리를 짜증 나게 하더라도 유쾌함을 잊지 말자.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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