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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에세이" 양파 한 뿌리의 선행"

김영숙기자 0 1457

                                             양파 한 뿌리의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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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담임 ~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여름꽃들은 저마다 자기 색깔을 드러내며 아름답게 피었다. 폭력과 잔인과 무자비하고 삭막한 세상에도 아름다움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해서 여름꽃이 반가웠다. 처서에도 여전한 더위에 새벽에 눈이 뜨이고 선연하게 맑아진 머리에 양파 한뿌가 떠올랐다. 양파 한 뿌리의 선행은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나는 그 이야기에서 양파 한 뿌리의 선행을 통해서도 구원의 길을 열어놓으시려는 하나님의 긍휼히 여기는 사랑을 보았다. 그리고 그 기회마저 이기적인 욕심으로 잃어버리고 파멸을 자초하는 인간의 어리석음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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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내가 사는 지역의 교회 연합 세미나가 있었다. 강사는 찬양사역자 민호기 목사님이었다. 그는 전도사님이 시무하는 작은 농촌교회에 가서 찬양을 인도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날 찬양이 끝날 무렵 목사님께서 축도하고 마쳐 주세요.” 하는 쪽지가 올라왔다. 그는 무덤덤하게 축도를 했다. 그러자 교인들이 여기저기서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훔쳤다. 대다수 교회에서 매주 하는 축도가 그 교인들에게는 눈물로 받는 감격스러운 것이었다.

그의 아들이 최근 군에 입대했는데. 어느 선배 목사님이 아들을 군에 보낸 목사님이 부럽다고 했다. 그 선배 목사님은 얼마 전에 고 3 아들을 교통사고 잃었다. 목사님과 사모님이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오니 그들을 맞은 것이 빨래해서 늘어놓았던 아들의 옷이었다. 그들은 장례식장에서보다 더 많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우리 일상에 대한 감사를 이야기했다. 때로는 귀찮고 지루하고 무심해 보이는 일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돌아보게 했다. 그는 그것을 감사위의 감사라고 노래했다.

그는 또 오래된 복음을 이야기했다. 우리 세대에게 찬송은 소망이고 위로였다. 우리와 희로애락을 같이 했다. 그것을 그는 오래된 복음이라고 말하며 새로움 감동으로 찬송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자칫 찬송가를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소홀히 하는 다음 세대에 찬송가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오래된 복음의 새로움을 일깨워주었다.

그는 느닷없이 오늘 이 귀중한 자리에 어떻게 혼자 왔겠느냐며 특별한 게스트를 모시고 왔다고 하더니 일일 매니저에게 모자와 반짝이 옷을 받아서 트로트 가수 민수기로 깜짝 변신했다. 그리고 내 나이가 어때서 하는하는 노래를 개사해서 교인들에게 웃음을 주고 신바람으로 들썩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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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그가 아직 음반도 내기 전에 내가 교회 수련회에 그를 초청했던 기억을 소환해주었다. 그는 그 일을 고마워했다

전날 부천에서 집회가 있었다. 그래서 집인 대구로 가지 못하고 서천으로 새벽 1시가 되어서 내려왔다. 그래서 주일 오전은 우리 교인들과 삼대가 함께 하는 찬양 예배를 드렸다. 휴가 중인 아들, 며느리를 불렀다. 자리도 채워주고 PPT와 영상, 음향을 내가 할 줄 모르니 와서 하라고 했다. 아들은 나름 :“자기는 고급인력인데하면서 와서 모든 것을 해주었다.

그렇게 유쾌하게 찬양을 인도한 그는 코로나 전달자가 되지 않도록 건강을 지키시고, 가짜 뉴스 따위를 퍼 나르는 전달자가 되지 말고, 십자가의 전달자로 사시라고 그가 만든 십자가의 전달자를 찬양하며 마무리했다. 그는 하늘의 선물을 가지고 온 아름다운 사역자였다. 코로나로 움츠러들었던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소망이 담긴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오늘 새벽 일찍 잠이 깨어 이 모든 일이 양파 한 뿌리의 선행 같은 오래전 수련회에 그를 초청했던 일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양파 한 뿌리 같은 선행도 기억하시는 하나님, 그 덕에 나는 산다. 그리고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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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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