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철에세이 “때로는 영화처럼”
“때로는 영화처럼”
~ 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담임 ~
심심해서 돌리던 TV에 제가 좋아하는 박중훈이 나왔습니다.
잠시 보았습니다. 아주 찌질한 박중훈(극중 동철)의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음이 찡해왔습니다. 영화 제목은 <내 깡패 같은 애인>이었습니다.
깡패이지만 싸움은 제대로 못 합니다. 입만 살아있는 삼류건달입니다.
가오만 살아있고, 무술 감독한테 얻어맞고 조직에서는 자기 위치를 못 찾고 푼수 같습니다.
그런 그가 정유미(극중 세진)를 만납니다.
험상궂은 깡패를 보고도 전혀 기죽지 않는 여자.
‘옆집 여자’라고 부르면 눈에 힘부터 주고 바락바락 대들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 여자에게 어쩐지 잘해주고 싶습니다. 옆집 여자’는 취업하려고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우수한 성적과 토익, 자격증이 있지만 "지방대" 출신이라 면접에서 제대로 된 질문조차 받지 못합니다. 면접관들은 춤을 추어보라며 모욕적인 일까지 시킵니다.
아버지는 학교 졸업 했으면 시집이나 빨리 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보다는 자신의 꿈을 먼저 이루길 바랍니다. 그 여자는 자기 인생이 재수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시골에서 취업이 되어 올라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서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반지하 셋방으로 이사를 왔더니 이사 온 방의 옆방에는 삼류 깡패가 살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면접을 볼 때마다 떨어집니다. 그래서 그녀가 말합니다.
"에스키모인들은요, 너무 추운 밤에는 혼자 자지 않고 개를 끌어안고 잔데요. 그래야만 얼어 죽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추운 밤을 개의 밤이라고 부른데요. 그러니까 나한테는 어제가 바로 개의 밤이었어요..
“처음에는 옆집에 깡패가 산다고 너무도 싫어하던 여자가 동철로부터 위로를 받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조금씩 옆집 깡패에게 마음을 열어갑니다. 그리고 둘은 라면에 달걀을 넣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발견합니다.취직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가버린 여자에게 이번 한 번만 꼭 면접을 보라고 깡패는 말합니다. 그리고 깡패는 면접장으로 갔습니다. 그녀는 뒤늦게 기차를 타고 면접을 보러 옵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면접관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만, 그녀는 아직 기차를 타고 오는 중입니다. 깡패는 면접실에 들어가 면접관들 앞에서 행패를 부립니다. 그녀가 면접을 보러 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입니다. 협박하기도 하고, 울면서 무릎을 꿇고 빌기도 하고, 결국, 끌려나갑니다.
그때 그녀는 면접실에 도착했습니다.
면접관들은 깡패를 끌어내고 면접을 다시 시작합니다.
그녀도 면접을 보게 됩니다. 지금까지 본 면접처럼 어처구니없는 면접이 아니라
제대로 된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하게 됩니다.
(사진은 보령 청라은행마을입니다)
때로는 삶에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이니까요.
그보다 삭막하고 살벌하고 불공정한 현실 앞에서 울분의 주먹을. 쥐고 있는 청년들에게. 따뜻한 어묵 국물과 붕어빵 하나 들려주는 마음으로 소망해봅니다.
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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