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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에세이 "봄을 품은 겨울"

김영숙기자 0 520

봄을 품은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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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진철 목사,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오순교회 담임 ~  

  

 

입춘을 품은 겨울, 그래서 희망인 겨울,

겨울눈이 품고 있을 떠들썩한 봄이 궁금해지는 겨울.“


이런 문장을 만나면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어딘가 봄을 품고 있는 겨울을 찾아가 보게 된다. 무릎 수술 후 아직 걷기가 조금 불편한 아내가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전주 수목원에 갔다. 설 연휴 때문인지 바람이 불고 미세먼지로 뿌연 날씨에도 가족이나 연인들이 삼삼오오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책하고 있었다. 생태 감성이 무딘 내 눈에는 봄의 징조는 보이지 않고 그냥 황량한 겨울 풍경이었다. 봄꽃의 떠들썩한 모습을 그려보기에는 내 상상력은 빈곤할 뿐이다. 바람이 그리 차지 않았으니 겨울을 밀어내는 봄의 기운인가 싶기는 했다. 봄을 품은 겨울은 희망적이다. 지난해 봄보다 더 화사한 봄을 선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생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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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교회는 더는 봄을 품은 겨울이 아니라 그냥 겨울이다오늘 설 주일 예배를 드리면서 이제 농촌교회에서 부모님을 찾아 고향에 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손녀들이 함께 3대가 예배드리는 세대는 여러분이 마지막일지 모른다할아버지가 손자를 축복할 수 있는 것은 정말 귀한 일이다그러니 마음껏 축복하라고 야곱(이스라엘)이 죽은 줄 알았던 아들 요셉을 만나고 그의 아들들을 보고 축복하는 성경을 인용해서 설교했다부모들 없는 고향에 올 이유도 없고고향교회에 외서 예배드릴 일은 더더욱 없다.

늙어서 다니는 것이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하지 말라. ”장수의 복을 받았다고 말하라. ”아프고 병들어 자녀들의 짐이 된다고 하지 말라아픈 것은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이다자녀들을 안고 업어 키웠으면 나이 들어 자녀들에게 좀 기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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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을 말할 자신이 없어진 나는 당신들이 열심히 살았으니 부끄러워하지 마시라는 말만 할 뿐이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믿는다. 농촌교회의 희망을 위해 일하는 목사들과 교회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안 하거나 못한다고 희망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믿는 하나님은 죽은 땅에서 생명의 싹을 피워내는 희망을 만들고 선물하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봄을 품은 겨울은 그래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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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김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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